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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음에 잠 못 드는 '발전소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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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하동 석탄화력발전소 인근 주민들은 대기오염뿐 아니라 발전소가 끊임없이 내는 소음과 조명으로 인해서도 고통을 겪어왔다.
특히 30년 가까이 계속된 '야간 소음'은 발전소 측에서 낸 자료만 보더라도 주민들의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보인다.
발전소와 200m가량 떨어진 하동 명덕마을 주민들은 대부분 밤에 쉬이 잠 들지 못한다. 끊임없이 '웅웅'거리며 귓전을 때리는 발전기 소음 때문이다.
취재진이 언덕 위 발전소가 직접 내려다보이는 김성세(85) 씨 집 주변을 찾았던 지난달 24일 오후 8시부터 3시간동안에도 소리는 그치지 않았다. 멀리 비행기나 헬기가 지나가는 듯한 굉음이 계속됐다.
김 씨는 "저 기계소리가 억수로 시끄러워서 마을 이장이 하는 방송도 잘 들리지 않는다"며 "한 번씩 공기를 빼는 건지 '뻥'하고 터지는 소리가 날 때도 있는데 그럴땐 아주 신경질이 난다"고 성토했다.
주민 전미경(52) 씨는 "새벽 1~2시에 잠에서 깨면 소음 때문에 도저히 다시 자지 못하고 밤을 새기 일쑤였다"며 "그렇게 몇 년간 지속되다보니 어떨 때는 아예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라고 토로했다.
이상열(51) 씨의 경우 올초 아예 자비를 들여 집앞에 방음벽까지 설치했다. 발전소에서 나오는 굉음이 고등학교 입시를 준비하는 막내가 공부하는 데 방해되기 때문이다. 이 씨 가족은 방음벽 설치 후 이제 평소 실내에서 느끼는 소음은 덜해졌으나 더운 여름날 바람을 쐬기 위해 창문도 열지 못할 형편이다.
야간에는 소음과 더불어 조명까지 반짝여 주민들의 숙면을 방해한다. 발전소 단지는 밤마다 붉은색과 흰색의 조명 수십 개를 틀고 있다.
추가로 흰색 조명 10여 개는 이따금씩 깜빡거리고 있으며 굴뚝 위로는 어둠을 뚫고 흰 연기까지 피어오른다. 서울 여의도 고층빌딩숲을 방불케 한다. "불빛때문에 집사람이 잠을 못 자 불면증까지 생겼다"는 이 씨는 최근 창문에 썬팅까지 했다.
실제로 CBS가 단독입수한 발전소 측 '생활환경 영향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마을 내 소음측정장소 14곳 가운데 대부분인 11곳에서 야간소음 기준치를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거지역의 야간소음 허용기준은 측정최대값 기준 45dB(A)이다.
특히 이중 6곳은 사람의 수면을 방해하는 수준인 50dB(A)을 넘어섰으며 이마저도 정밀측정계를 이용하면 훨씬 높은 수치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숭실대 소리공학과 배명진 교수는 "'웅웅'하고 모터 돌아가는 듯한 소리는 '저주파 소음'이라고 해서 실제로는 20dB 정도 더 크게 들릴 수 있다"면서 "dB(A)가 아니라 db(C)로 측정해야만 실제 소음을 측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일부 주민들을 중심으로 해당 보고서에 대한 '조작 의혹'도 제기됐다. 주민들은 별도의 소음측정계를 마련해 실제로 같은 장소에서 조사해봤더니 발전소 측 자료보다 높은 수준의 소음이 측정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20억 원을 투자해 탈황설비를 옥내화하고 7~8호기의 경우 방음벽을 덧대 보강공사를 하고 있다"는 발전소 측의 계획은 주민들에게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다.
발전소 인근 대치마을 주민 이병국(61) 씨는 "발전기 8기중에 노후된 1~6기는 그대로 두고 7~8호기에만 방음벽을, 그것도 아래쪽에만 세운다는 게 이해가 안 간다"며 "땜질처방일 뿐"이라고 일갈했다.
이에 대해 한국남부발전 하동발전본부 관계자는 "기준에 맞도록 설계해서 공사하고 있다"며 "8월 말까지 공사를 마칠 예정이니 조금만 더 기다려달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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