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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의 침묵' 떠올린 이낙연 추도사 "대통령님이 희망, 고통, 각성 남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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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님, 대통령께서 떠나신 지 10년이 됐습니다.

며칠 전부터 국내외 곳곳에 사람들이 모여 대통령님을 기억하며 그리워하고 있습니다.

대통령께서 나고 자라고 잠드신 이곳 봉화산 자락에도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모였습니다.

대통령께서는 생전에 스스로를 “봉화산 같은 존재”라고 표현하셨습니다.

연결된 산맥이 없이 홀로 서 있는 외로운 산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나 보십시오.

대통령님은 결코 외로운 산이 아니십니다.

대통령님 뒤에는 산맥이 이어졌습니다.

이미 봉화산은 하나가 아닙니다.

국내외에 수많은 봉화산이 솟았습니다.

대통령님의 생애는 도전으로 점철됐습니다.

그 도전은 국민과 국가에 대한 지극한 사랑이었습니다.

그 사랑에서 대통령님은 불의와 불공정을 타파하고 정의를 세우려 끊임없이 도전하셨습니다.

지역주의를 비롯한 강고한 기성질서에 우직하고 장렬하게 도전해 ‘바보 노무현’으로 불리실 정도였습니다.

대통령으로 일하시면서도 도전을 멈추지않으셨습니다.

기성질서는 대통령님의 도전을, 아니 대통령님 자체를 수용하지 않으려 했습니다.

그들은 서슴없이 대통령님을 모멸하고 조롱했습니다.

대통령님의 빛나는 업적도 그들은 외면했습니다.

대통령님은 저희가 엄두 내지 못했던 목표에 도전하셨고 저희가 겪어보지 못했던 좌절을 감당하셨습니다.

그런 대통령님의 도전과 성취와 고난이 저희들에게 기쁨과 자랑, 회한과 아픔으로 남았습니다.

그것이 저희를 봉화산의 산맥으로 만들었습니다.

그런 모든 과정을 통해 대통령님은 저희에게 많은 것을 남기셨습니다.

희망과 고통을 그리고 소중한 각성을 남기셨습니다.

대통령님은 존재만으로도 평범한 사람들의 희망이었습니다.

대통령님의 도전은 보통 사람들의 꿈이었습니다.

사람 사는 세상을 구현하려는 대통령님의 정책은 약한 사람들의 숙원을 반영했습니다.

사람들은 처음으로 대통령을 마치 연인이나 친구처럼 사랑했습니다.

사랑에는 고통도 따랐습니다.

대통령님의 좌절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깊은 아픔을 주었습니다.

가장 큰 고통은 세상의 모멸과 왜곡으로부터 대통령님을 지켜드리지 못했다는 자책이었습니다.

고통은 각성을 주었습니다.

대통령님 퇴임 이후 이 전개는 그 각성을 더 깊게 했습니다.

늘 경계하지 않으면 민주주의도 정의도 위태로워진다는 것을 사람들은 알게 됐습니다.

최선으로 공들이지 않으면 평화도 안전도 허망하게 무너진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사람들은 대통령님 말씀대로 깨어 있는 시민이어야 한다는 것을 각성했습니다.

각성은 현실을 바꾸기 시작했습니다.

지역주의가 완화돼 선거에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전남과 경남은 남해안 발전에 협력하고 있습니다.

대구와 광주는 달빛동맹으로 공조합니다.

사회는 다양성을 더 포용하게 됐습니다.

약자와 소수자를 보는 사회의 시선도 조금씩 관대해졌습니다.

사람들의 각성은 촛불혁명의 동력 가운데 하나로 자리했습니다.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는 노무현 대통령님이 못다 이루신 꿈을 이루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대통령께서 꿈꾸시던 세상을 이루기까지는 갈 길이 멉니다.

그래도 저희들은 그 길을 가겠습니다.

대통령님을 방해하던 잘못된 기성질서도 남아 있습니다.

그래도 저희들은 멈추거나 되돌아가지 않겠습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 했습니다.

그러나 저희 마음속의 대통령님은 하나도 변하지 않으셨습니다.

대통령님은 지금도 저희들에게 희망과 고통과 각성을 일깨우십니다.

그것을 통해 대통령님은 저희들을 깨어 있는 시민으로 만들고 계십니다.

대통령님은 앞으로도 그렇게 하실 것입니다.

저희들도 늘 깨어 있겠습니다.

대통령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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