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영상은 2018년 8월 11일 방영된 [다큐 공감 - 파도 치는 섬, 바위에 붙어 살다] 입니다.
▶ 바위에 딱 붙어 사는 기술
“길 없어. 그냥 가는 거여. 내가 발 딛고 다니면 그게 길이제.” 마을이 있는 곳의 반대편, 맹골 죽도의 뒷모습은 깎아지른 절벽이다. 그 절벽에 사람이 붙어 있다. 등산화도 신지 않았고 로프도 매지 않았다. 그저 어느 시골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털신 한 켤레, 그리고 양손이 자유로울 배낭 하나, 그런 일상의 차림으로 일흔이 넘은 할머니들이 절벽을 내려간다. 절벽 아래에는 갯바위가 있고, 그 갯바위엔 자연산 돌김이 붙어 있다. 돌김만이 아니다. 가사리도, 거북손도, 군부도, 여름이 오면 채취할 돌미역도, 죽도 사람들에게 밥을 주고 돈을 주는 것들은 모두 바닷가 갯바위에 찰싹 붙어 있다. 그래서 죽도에선 사람들도 찰싹, 바위에 붙어서 산다. 살기 위해 아슬아슬 목숨을 걸고 산다. 목숨이란 건 원래가 그런 것이거니, 그렇게 악착같이 뭔가를 붙들어야만 이어지는 것이겠거니, 죽도 사람들은 그리 여기며 여태껏 살아왔다
▶ ‘영감 떠난 건 아무렇지도 않은데 자식 앞세우니 죽겠습디다.’
절벽을 타고 내려가 갯바위에 붙은 김을 손톱이 닳도록 긁어왔다. 물살에 휩쓸리면 그대로 바다로 떠밀려가게 되니 이승과 저승의 경계가 파도 한번 덮치는 찰나라는 것을 모르지 않았다. 평생을 아슬아슬 생사의 경계에서 살았는데, 그 경계를 자식이 먼저 넘어가버릴 줄은 차마 몰랐다. 아찔한 절벽을 오르내릴 때, 미끄러운 갯바위 위에 내려설 때, 손끝에 다리 끝에 악착같이 힘을 줄 수 있었던 이유는 자식이었다. 그 중 아들자식 떠나고 나니 다리에 힘이 풀려 더는 갯바위에 나가지 못할 줄 알았다는 김종단(77) 할머니. 그래도 삶이란 참으로 질긴 것이어서 김종단 할머니는 여전히 찬바람 속 갯바위 위에 서 있다. 먼저 가 버린 아들 대신 아들이 남겨놓고 간 손자들을 생각하며, 그 아이들 반찬값이라도 보태주려 일흔일곱의 할머니는 차가운 바람 속 미끄러운 갯바위 위에서 손톱이 닳도록 돌김을 뜯고 가사리를 뜯는다.
▶ ‘섬을 나갈 수가 없으니 섬에 살았소’
방문을 열면 마당 너머에 바다가 넘실댄다. 섬에는 우물 하나 없어 빗물을 받아 저장했다가 사용해야 한다. 예전엔 객선이 없어 하루하고도 반나절을 더 노를 저어가야 목포에 갈 수가 있었다. 사방이 탁 트였는데 어디로도 갈 수가 없었던 섬 ‘죽도’. 박율단(82) 할머니는 이 섬에서 태어나 혼인해 평생을 이 섬에서 살았다. ”섬사람이 전부 친정 일가이거나 시댁 집안이제. 멀어야 사돈이고 팔촌이야. 거기다 내가 낳은 자식이 일곱이었어.“ 몸은 섬에 묶이고 마음은 사람에 묶여 평생 이 섬을 떠나지 못하고 살았다. 일곱 자식 먹여 살리려니 손톱이 갯바위보다 더 단단해졌다. 이제는 세월이 좋아져 하루에 한번 여객선도 들어오고 아들이며 딸들이 목포에서 같이 살자 성화인데 할머니는 여전히 죽도의 집을 떠나지 못했다. 아니 떠나기는 떠났는데 돌김철만 되면, 미역철만 되면, 가시리철만 되면 다시 죽도로 되돌아온다. 그리고 다시 그 징글징글한 바위 위에 엎드리고 다시 손톱이 닳도록 바위를 긁어댄다. 평생을 그러했던 바위에 딱 붙은 채 목숨을 잇는다.
▶ 겨울 돌김, 여름 돌미역, 맹골 죽도 두 개의 계절
15가구의 주민이 산다는 섬, 맹골 죽도. 그러나 평소의 죽도엔 사람이 드물다. 일흔 훌쩍 넘긴 할머니 두어 분과 고기잡이 하다 들른 어부 두엇, 귀향을 한 후 도시를 오가며 살고 있는 주민 몇 명, 그렇게 여남은 명의 사람이 이 섬에 있을 뿐이다. 하지만 죽도엔 두 개의 대목 계절이 있다. 바로 돌김 채취를 하는 1월의 겨울과 돌미역 채취를 하는 7~8월의 여름이다. 마을 회의를 통해 돌김 채취 날과 미역 채취 날이 정해지면 이 날은 객지 나가서 살던 주민들은 물론 자식들까지 휴가를 내고 섬으로 달려온다. 설 명절, 추석 명절보다 훨씬 더 큰 죽도의 ‘김명절’, 죽도의 ‘미역명절’이다. 돌미역을 팔아서 양식을 사고 돌미역을 팔아서 공부하고 돌미역을 팔아 죽도를 떠날 수 있었던 죽도의 자손들. 그들이 겨울의 김철과 여름의 미역철을 맞아 다시 죽도로 돌아와 갯바위 끝에서 목숨을 걸고 미역을 채취하는 과정을 생생한 영상으로 전한다.
#죽도 #바위 #파도
▶ 바위에 딱 붙어 사는 기술
“길 없어. 그냥 가는 거여. 내가 발 딛고 다니면 그게 길이제.” 마을이 있는 곳의 반대편, 맹골 죽도의 뒷모습은 깎아지른 절벽이다. 그 절벽에 사람이 붙어 있다. 등산화도 신지 않았고 로프도 매지 않았다. 그저 어느 시골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털신 한 켤레, 그리고 양손이 자유로울 배낭 하나, 그런 일상의 차림으로 일흔이 넘은 할머니들이 절벽을 내려간다. 절벽 아래에는 갯바위가 있고, 그 갯바위엔 자연산 돌김이 붙어 있다. 돌김만이 아니다. 가사리도, 거북손도, 군부도, 여름이 오면 채취할 돌미역도, 죽도 사람들에게 밥을 주고 돈을 주는 것들은 모두 바닷가 갯바위에 찰싹 붙어 있다. 그래서 죽도에선 사람들도 찰싹, 바위에 붙어서 산다. 살기 위해 아슬아슬 목숨을 걸고 산다. 목숨이란 건 원래가 그런 것이거니, 그렇게 악착같이 뭔가를 붙들어야만 이어지는 것이겠거니, 죽도 사람들은 그리 여기며 여태껏 살아왔다
▶ ‘영감 떠난 건 아무렇지도 않은데 자식 앞세우니 죽겠습디다.’
절벽을 타고 내려가 갯바위에 붙은 김을 손톱이 닳도록 긁어왔다. 물살에 휩쓸리면 그대로 바다로 떠밀려가게 되니 이승과 저승의 경계가 파도 한번 덮치는 찰나라는 것을 모르지 않았다. 평생을 아슬아슬 생사의 경계에서 살았는데, 그 경계를 자식이 먼저 넘어가버릴 줄은 차마 몰랐다. 아찔한 절벽을 오르내릴 때, 미끄러운 갯바위 위에 내려설 때, 손끝에 다리 끝에 악착같이 힘을 줄 수 있었던 이유는 자식이었다. 그 중 아들자식 떠나고 나니 다리에 힘이 풀려 더는 갯바위에 나가지 못할 줄 알았다는 김종단(77) 할머니. 그래도 삶이란 참으로 질긴 것이어서 김종단 할머니는 여전히 찬바람 속 갯바위 위에 서 있다. 먼저 가 버린 아들 대신 아들이 남겨놓고 간 손자들을 생각하며, 그 아이들 반찬값이라도 보태주려 일흔일곱의 할머니는 차가운 바람 속 미끄러운 갯바위 위에서 손톱이 닳도록 돌김을 뜯고 가사리를 뜯는다.
▶ ‘섬을 나갈 수가 없으니 섬에 살았소’
방문을 열면 마당 너머에 바다가 넘실댄다. 섬에는 우물 하나 없어 빗물을 받아 저장했다가 사용해야 한다. 예전엔 객선이 없어 하루하고도 반나절을 더 노를 저어가야 목포에 갈 수가 있었다. 사방이 탁 트였는데 어디로도 갈 수가 없었던 섬 ‘죽도’. 박율단(82) 할머니는 이 섬에서 태어나 혼인해 평생을 이 섬에서 살았다. ”섬사람이 전부 친정 일가이거나 시댁 집안이제. 멀어야 사돈이고 팔촌이야. 거기다 내가 낳은 자식이 일곱이었어.“ 몸은 섬에 묶이고 마음은 사람에 묶여 평생 이 섬을 떠나지 못하고 살았다. 일곱 자식 먹여 살리려니 손톱이 갯바위보다 더 단단해졌다. 이제는 세월이 좋아져 하루에 한번 여객선도 들어오고 아들이며 딸들이 목포에서 같이 살자 성화인데 할머니는 여전히 죽도의 집을 떠나지 못했다. 아니 떠나기는 떠났는데 돌김철만 되면, 미역철만 되면, 가시리철만 되면 다시 죽도로 되돌아온다. 그리고 다시 그 징글징글한 바위 위에 엎드리고 다시 손톱이 닳도록 바위를 긁어댄다. 평생을 그러했던 바위에 딱 붙은 채 목숨을 잇는다.
▶ 겨울 돌김, 여름 돌미역, 맹골 죽도 두 개의 계절
15가구의 주민이 산다는 섬, 맹골 죽도. 그러나 평소의 죽도엔 사람이 드물다. 일흔 훌쩍 넘긴 할머니 두어 분과 고기잡이 하다 들른 어부 두엇, 귀향을 한 후 도시를 오가며 살고 있는 주민 몇 명, 그렇게 여남은 명의 사람이 이 섬에 있을 뿐이다. 하지만 죽도엔 두 개의 대목 계절이 있다. 바로 돌김 채취를 하는 1월의 겨울과 돌미역 채취를 하는 7~8월의 여름이다. 마을 회의를 통해 돌김 채취 날과 미역 채취 날이 정해지면 이 날은 객지 나가서 살던 주민들은 물론 자식들까지 휴가를 내고 섬으로 달려온다. 설 명절, 추석 명절보다 훨씬 더 큰 죽도의 ‘김명절’, 죽도의 ‘미역명절’이다. 돌미역을 팔아서 양식을 사고 돌미역을 팔아서 공부하고 돌미역을 팔아 죽도를 떠날 수 있었던 죽도의 자손들. 그들이 겨울의 김철과 여름의 미역철을 맞아 다시 죽도로 돌아와 갯바위 끝에서 목숨을 걸고 미역을 채취하는 과정을 생생한 영상으로 전한다.
#죽도 #바위 #파도
- Category
- 다큐멘터리 - Documentary
- Tags
- KBS, 다큐멘터리, doc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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