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츄럴 휴먼 다큐 자연의 철학자들 - 55회 '울 엄마 맹순 씨의 새들처럼' 2023년 5월 5일 방송
■ 맹순 씨 팔순에 새처럼 날아오르다
경기도 수원시에 사는 여든두 살 정맹순 씨. 2018년 심장 수술 후 우울과 무기력으로 무의미한 노후를 보내고 있던 그녀에게 어느 날 새들이 찾아들며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됐다. 막내딸 박임자(52) 씨의 권유로 어느 날 베란다에 새들에게 먹을 물과 먹이를 주면서 날아드는 새들을 관찰하게 된 것. 그러면서 맹순 씨는 아파트에 함께 사는 새들을 한 점 한 점 그리기 시작했다. ‘팔순이 넘은 나이에 무엇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더구나 5남매를 키우기 위해 평생 농사와 목장 일에 매달리느라 연필 한 번 잡을 새 없었다는 맹순 씨는 새를 그려보라는 딸의 권유에 처음엔 무슨 실없는 소린가 했었다고. 그렇게 완강하게 손사래를 쳤던 그녀의 손엔 이제 일상처럼 볼펜과 색연필이 쥐어져 있다. 맹순 씨는 삭막한 아파트 사이를 오가며 부지런히 새끼를 키우고, 제 몫의 삶을 지켜내는 새들을 보면서 다시 삶의 의욕을 찾기 시작했다.
그렇게 그녀가 그려낸 새 그림이 200여 점. 멧비둘기부터 참새, 직박구리 등 맹순 씨네 아파트에서 함께 사는 48종의 다양한 새를 그려 한국 최초 ‘아파트 새지도 새 달력’까지 만들게 됐다. 생사기로에서 돌아온 그녀는 이제 ‘팔순의 새 그림 작가’로서 당당히 전시회까지 열게 됐다. 힘들었던 시간을 뒤로하고 새들처럼 자유롭게 날아오르는 중이다.
■ 맹순 씨네 아파트 탐조단
‘엄마의 노년은 미리 살아보는 나의 미래다’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는 정맹순(82) 씨의 두 딸, 박경희(55) 씨와 박임자(52) 씨. 세 모녀는 최정예 요원들로 구성된 아파트 탐조단이다. 맹순 씨는 카메라로 촬영하고 그림으로 기록하는 역할, 경희 씨는 2층 베란다에 먹이대를 놓고 찾아오는 새들을 관찰하는 역할, 이들 두 사람보다 일찍 탐조를 취미로 했던 임자 씨는 총책임자다. 예고 없이 찾아온 척수 종양과 코로나19로 일을 쉬게 되면서 임자 씨는 엄마 맹순 씨와 함께 아파트 정원을 돌며 새들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된 활동이 이른바 ‘맹순 씨네 아파트 탐조단’. 뜨개질 작가였던 언니 경희 씨에게도 2층에 오는 새들을 관찰하라는 막중한(?) 임무를 맡기면서 세 모녀의 작당 모의는 갈수록 흥미진진해졌다. 아파트를 오가는 새들을 지켜보며 여린 생명의 경이로움을 매일같이 함께 나눴다. 귀 기울여 새소리를 듣게 되고, 번식한 새 가족의 안부를 걱정하고, 베란다로 날아드는 새들과 다정하게 소통하는 게 일상이 됐다. 설렘이 애정이 되고 애정이 공감되었던 순간들... 이전까지 그들의 삶에 없었던 아파트 새들을 이웃으로 받아들이면서 맹순 씨와 두 딸의 힘겨운 시간은 점차 치유돼 갔다.
■ 텃밭에선 청년이 된다는 맹순 씨
심정지로 맹순 씨는 죽음의 문턱을 넘어갔다가 가까스로 돌아왔다. 깨어나고도 한 달 동안은 가족들을 알아보지 못한 채 고통스러운 나날을 이어갔다. 그랬던 맹순 씨가 의식이 돌아오자 제일 먼저 찾은 것이 바로 텃밭이었다. 휠체어에 의지한 채 그녀는 텃밭으로 나갔다. 감사하게도 그곳에서 의욕을 되찾아, 5년이란 시간 동안 텃밭에 작물을 심고 가꾸는 일을 이어왔다. 올해도 맹순 씨는 봄바람 부는 텃밭에 나와 열무와 상추, 치커리 그리고 감자를 심었고, 영농일기를 쓰고 있다.
가난한 살림에 남편과 함께 5남매를 책임져야 했던 맹순 씨. 평생 고단하게 살아왔지만 힘든 줄 몰랐다는 그녀에게 덜컥 병마가 찾아왔다. 그러나 맹순 씨는 패배하지 않았고, 여든두 번째 봄을 맞았다. 다시 살아난 김에 그동안 해보지 못했던 것을 맹렬히 해보고 있다는 맹순 씨. 그녀의 봄이 이토록 평안하고 활기찰 수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아파트에서 만난 작고 여린 새들과 매일매일 생명의 힘을 확인시켜준 텃밭 덕분이었다.
■ 자랑스러운 이름 ‘울 엄마 맹순 씨’
새끼를 등에 업고 먹이를 물어다 먹이는 뿔논병아리 가족을 보며 맹순 씨는 새삼 엄마로 살아온 날들이 눈물겹다. 그녀도 5남매를 낳고 키우느라 팔십 평생 허리 한 번 펼 새 없었다. 겨우 살 만하니 생사기로에 서야 했던 삶. 하마터면 엄마의 손을 놓칠 뻔했던 위태로운 시간 속에서 두 딸은 엄마의 인생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새들을 만나는 즐거운 일상을 함께 나누며 ‘엄마에서 맹순 씨’로, ‘딸에서 임자 씨와 경희 씨’로 의미 있는 이름을 되찾았다. 병수발로 몸과 마음이 지쳐갔던 두 딸에게 다시 웃음을 찾아 준 맹순 씨. 불굴의 의지로 삶을 지켜낸 그녀는 삶의 소중함을, 상의 행복을 알게 해주었다. 화창한 봄날, 여든두 살 맹순 씨는 엄마라는 이름 대신 ‘정맹순’이란 자랑스러운 이름으로 전시회장에 섰다. 새들처럼 훨훨 자유로워진 맹순 씨다.
#자연의철학자들 #새 #아파트
■ 맹순 씨 팔순에 새처럼 날아오르다
경기도 수원시에 사는 여든두 살 정맹순 씨. 2018년 심장 수술 후 우울과 무기력으로 무의미한 노후를 보내고 있던 그녀에게 어느 날 새들이 찾아들며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됐다. 막내딸 박임자(52) 씨의 권유로 어느 날 베란다에 새들에게 먹을 물과 먹이를 주면서 날아드는 새들을 관찰하게 된 것. 그러면서 맹순 씨는 아파트에 함께 사는 새들을 한 점 한 점 그리기 시작했다. ‘팔순이 넘은 나이에 무엇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더구나 5남매를 키우기 위해 평생 농사와 목장 일에 매달리느라 연필 한 번 잡을 새 없었다는 맹순 씨는 새를 그려보라는 딸의 권유에 처음엔 무슨 실없는 소린가 했었다고. 그렇게 완강하게 손사래를 쳤던 그녀의 손엔 이제 일상처럼 볼펜과 색연필이 쥐어져 있다. 맹순 씨는 삭막한 아파트 사이를 오가며 부지런히 새끼를 키우고, 제 몫의 삶을 지켜내는 새들을 보면서 다시 삶의 의욕을 찾기 시작했다.
그렇게 그녀가 그려낸 새 그림이 200여 점. 멧비둘기부터 참새, 직박구리 등 맹순 씨네 아파트에서 함께 사는 48종의 다양한 새를 그려 한국 최초 ‘아파트 새지도 새 달력’까지 만들게 됐다. 생사기로에서 돌아온 그녀는 이제 ‘팔순의 새 그림 작가’로서 당당히 전시회까지 열게 됐다. 힘들었던 시간을 뒤로하고 새들처럼 자유롭게 날아오르는 중이다.
■ 맹순 씨네 아파트 탐조단
‘엄마의 노년은 미리 살아보는 나의 미래다’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는 정맹순(82) 씨의 두 딸, 박경희(55) 씨와 박임자(52) 씨. 세 모녀는 최정예 요원들로 구성된 아파트 탐조단이다. 맹순 씨는 카메라로 촬영하고 그림으로 기록하는 역할, 경희 씨는 2층 베란다에 먹이대를 놓고 찾아오는 새들을 관찰하는 역할, 이들 두 사람보다 일찍 탐조를 취미로 했던 임자 씨는 총책임자다. 예고 없이 찾아온 척수 종양과 코로나19로 일을 쉬게 되면서 임자 씨는 엄마 맹순 씨와 함께 아파트 정원을 돌며 새들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된 활동이 이른바 ‘맹순 씨네 아파트 탐조단’. 뜨개질 작가였던 언니 경희 씨에게도 2층에 오는 새들을 관찰하라는 막중한(?) 임무를 맡기면서 세 모녀의 작당 모의는 갈수록 흥미진진해졌다. 아파트를 오가는 새들을 지켜보며 여린 생명의 경이로움을 매일같이 함께 나눴다. 귀 기울여 새소리를 듣게 되고, 번식한 새 가족의 안부를 걱정하고, 베란다로 날아드는 새들과 다정하게 소통하는 게 일상이 됐다. 설렘이 애정이 되고 애정이 공감되었던 순간들... 이전까지 그들의 삶에 없었던 아파트 새들을 이웃으로 받아들이면서 맹순 씨와 두 딸의 힘겨운 시간은 점차 치유돼 갔다.
■ 텃밭에선 청년이 된다는 맹순 씨
심정지로 맹순 씨는 죽음의 문턱을 넘어갔다가 가까스로 돌아왔다. 깨어나고도 한 달 동안은 가족들을 알아보지 못한 채 고통스러운 나날을 이어갔다. 그랬던 맹순 씨가 의식이 돌아오자 제일 먼저 찾은 것이 바로 텃밭이었다. 휠체어에 의지한 채 그녀는 텃밭으로 나갔다. 감사하게도 그곳에서 의욕을 되찾아, 5년이란 시간 동안 텃밭에 작물을 심고 가꾸는 일을 이어왔다. 올해도 맹순 씨는 봄바람 부는 텃밭에 나와 열무와 상추, 치커리 그리고 감자를 심었고, 영농일기를 쓰고 있다.
가난한 살림에 남편과 함께 5남매를 책임져야 했던 맹순 씨. 평생 고단하게 살아왔지만 힘든 줄 몰랐다는 그녀에게 덜컥 병마가 찾아왔다. 그러나 맹순 씨는 패배하지 않았고, 여든두 번째 봄을 맞았다. 다시 살아난 김에 그동안 해보지 못했던 것을 맹렬히 해보고 있다는 맹순 씨. 그녀의 봄이 이토록 평안하고 활기찰 수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아파트에서 만난 작고 여린 새들과 매일매일 생명의 힘을 확인시켜준 텃밭 덕분이었다.
■ 자랑스러운 이름 ‘울 엄마 맹순 씨’
새끼를 등에 업고 먹이를 물어다 먹이는 뿔논병아리 가족을 보며 맹순 씨는 새삼 엄마로 살아온 날들이 눈물겹다. 그녀도 5남매를 낳고 키우느라 팔십 평생 허리 한 번 펼 새 없었다. 겨우 살 만하니 생사기로에 서야 했던 삶. 하마터면 엄마의 손을 놓칠 뻔했던 위태로운 시간 속에서 두 딸은 엄마의 인생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새들을 만나는 즐거운 일상을 함께 나누며 ‘엄마에서 맹순 씨’로, ‘딸에서 임자 씨와 경희 씨’로 의미 있는 이름을 되찾았다. 병수발로 몸과 마음이 지쳐갔던 두 딸에게 다시 웃음을 찾아 준 맹순 씨. 불굴의 의지로 삶을 지켜낸 그녀는 삶의 소중함을, 상의 행복을 알게 해주었다. 화창한 봄날, 여든두 살 맹순 씨는 엄마라는 이름 대신 ‘정맹순’이란 자랑스러운 이름으로 전시회장에 섰다. 새들처럼 훨훨 자유로워진 맹순 씨다.
#자연의철학자들 #새 #아파트
- Category
- 다큐멘터리 - Documentary
- Tags
- KBS, 다큐멘터리, doc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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