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영상은 2019년 6월 18일에 방송된 <건축탐구 집 - 아버지의 집, 제주 돌의 이야기>의 일부입니다.
450년 된 고택을 지키는 아들
제주 조천읍에서 450년 된 고택을 지키는 황태희(64) 씨. 평생 한 집에서만 살아왔다는 그는 자나 깨나 집에 대한 애착이 넘친다. 고조할아버지 대부터 내려져온 유산으로, 제주도 민속자료 제4호로 지정될 만큼 보존가치가 높은 제주 전통 가옥이다. 거센 비바람으로부터 이 집이 450년을 견딜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단단한 돌로 외벽을 쌓았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제주 전통 가옥만의 멋스러움을 가진 고택에서 사는 즐거움도 있지만, 조선시대에 지어진 집에서 살다보니 불편한 점도 적지 않다. 특히 살림하는 아내 김순자(64) 씨는 오래된 집을 가꾸고 돌보느라 하루가 부족하다. 그런데도 두 부부가 집을 떠나지 못하는 데는 특별한 사연이 있다. 아들 황태희 씨보다 이 집을 더 애지중지했던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고스란히 살아 숨쉬기 때문이다. 아버지가 늘 앉아계시던 툇마루에 앉아 집을 지키는 아들. 이젠 아들이라는 이름보다는 아버지라는 이름이 어울리는 노년이지만, 그는 살아있는 한 아버지의 집을 지키는 파수꾼이 될 것이라고 한다.
돌에서 태어나 돌로 돌아가는 제주 사람들 _ 산담, 원담, 밭담을 아시나요?
황태희 씨는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감귤 농사를 짓고 있다. 그런 그의 감귤밭 한가운데 특별한 돌집이 하나 더 있다. 바로 돌아가신 어머님의 묘지 주위를 돌로 쌓은 산담은 곧 망자의 집이다. 아들은 일하러 나갈 때마다 살뜰히 어머님의 산담을 돌본다. 평생 돌집에서 살다가 다시 돌로 쌓은 산담으로 돌아간다고 해서 제주 사람들은 ‘돌에서 태어나 돌 속에 묻힌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제주에서 이렇게 돌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된 이유는 바로 기후 때문이다. 돌은 거센 비바람과 태풍이 잦은 척박한 자연에 맞서 사람들을 지켜주던 최고의 건축재료였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밭의 작물을 보호하기 위해 쌓았던 밭담에서부터, 바다 위의 원담(밀물에 몰려든 물고기를 썰물 때에 가둬놓아 잡을 수 있게 만든 돌담)까지 제주를 이루는 건 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바다 위의 돌집, 아버지의 원담을 지키는 아들
마을마다 공동으로 관리하던 바다 위의 원담은 조업기술이 발달하면서 사라져갔다. 하지만 제주 한림읍에는 아직도 원담의 원형이 고스란히 보존돼 있다. 64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원담 위의 수많은 돌을 쌓고 또 쌓았던 이방익 할아버지(88) 덕분이다. 그 넓은 원담을 혼자 관리해온 이유는 단 하나, 자식 5형제 때문이었다. 배움도 짧고,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할아버지는 아들들만큼은 보란 듯이 잘 키우고 싶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원담에서 돌멩이와 씨름했던 할아버지의 손은 손톱이 다 뭉개질 정도로 상했다. 그런데도 잘 자라준 자식들을 생각하면 그 세월을 결코 후회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는 오늘도 바다의 집이나 다름없는 원담을 지킨다. 그리고 그런 아버지를 말없이 지켜보는 아들 이상수(58)씨가 있다. 혹시나 연로한 아버지가 바다에 나가 다치지나 않을까, 원담에 나가 아버지를 지키는 아들. 원담에는 부자의 끈끈한 정이 살아 숨쉰다.
아버지의 돌집에서 여생을 보내기로 한 아들
고등학교 교사로 재직하다 은퇴한 이상철(67) 씨는 3년 전부터 아버지의 집을 복원하기 시작했다. 부모님의 신혼집이었던 그 집엔 아픈 역사가 서려 있다. 자신이 태어나기도 전인 4•3 사건 때 불타 버린 것이다. 화재로 기와는 모두 깨져 날아갔지만, 외벽과 담을 이루는 돌들은 모두 살아남아 부모님은 기와 대신 초가를 얹고 살아오셨다. 그 집에서 태어난 이상철 씨는 제주시로 나가 교사 생활을 해왔고, 은퇴와 동시에 다시 아버지의 집에서 여생을 보내기로 한 것이다. 그는 3년 간, 집을 이루던 돌을 다시 활용해 옛 모습 그대로 복원해냈다. 내부는 현대식으로 살기 좋게 바꾸었지만, 자신이 태어난 안방이며, 식구들이 밥상에 둘러앉아 밥을 먹던 부엌이며 집 구석구석에 가족들의 시간이 흐르고 있다. 그 곳에서 여생을 보내기로 결정한 데는 사실 일찍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 컸다. 자신이 열아홉 살이던 71년 도에 돌아가신 아버지를 오랫동안 그리워했던 아들. 이젠 아버지를 닮은 모습이 되어 옛 기억을 품고 살아간다.
✔ 프로그램명 : 건축탐구 집 - 아버지의 집, 제주 돌의 이야기
✔ 방송 일자 : 2019.06.18
450년 된 고택을 지키는 아들
제주 조천읍에서 450년 된 고택을 지키는 황태희(64) 씨. 평생 한 집에서만 살아왔다는 그는 자나 깨나 집에 대한 애착이 넘친다. 고조할아버지 대부터 내려져온 유산으로, 제주도 민속자료 제4호로 지정될 만큼 보존가치가 높은 제주 전통 가옥이다. 거센 비바람으로부터 이 집이 450년을 견딜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단단한 돌로 외벽을 쌓았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제주 전통 가옥만의 멋스러움을 가진 고택에서 사는 즐거움도 있지만, 조선시대에 지어진 집에서 살다보니 불편한 점도 적지 않다. 특히 살림하는 아내 김순자(64) 씨는 오래된 집을 가꾸고 돌보느라 하루가 부족하다. 그런데도 두 부부가 집을 떠나지 못하는 데는 특별한 사연이 있다. 아들 황태희 씨보다 이 집을 더 애지중지했던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고스란히 살아 숨쉬기 때문이다. 아버지가 늘 앉아계시던 툇마루에 앉아 집을 지키는 아들. 이젠 아들이라는 이름보다는 아버지라는 이름이 어울리는 노년이지만, 그는 살아있는 한 아버지의 집을 지키는 파수꾼이 될 것이라고 한다.
돌에서 태어나 돌로 돌아가는 제주 사람들 _ 산담, 원담, 밭담을 아시나요?
황태희 씨는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감귤 농사를 짓고 있다. 그런 그의 감귤밭 한가운데 특별한 돌집이 하나 더 있다. 바로 돌아가신 어머님의 묘지 주위를 돌로 쌓은 산담은 곧 망자의 집이다. 아들은 일하러 나갈 때마다 살뜰히 어머님의 산담을 돌본다. 평생 돌집에서 살다가 다시 돌로 쌓은 산담으로 돌아간다고 해서 제주 사람들은 ‘돌에서 태어나 돌 속에 묻힌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제주에서 이렇게 돌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된 이유는 바로 기후 때문이다. 돌은 거센 비바람과 태풍이 잦은 척박한 자연에 맞서 사람들을 지켜주던 최고의 건축재료였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밭의 작물을 보호하기 위해 쌓았던 밭담에서부터, 바다 위의 원담(밀물에 몰려든 물고기를 썰물 때에 가둬놓아 잡을 수 있게 만든 돌담)까지 제주를 이루는 건 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바다 위의 돌집, 아버지의 원담을 지키는 아들
마을마다 공동으로 관리하던 바다 위의 원담은 조업기술이 발달하면서 사라져갔다. 하지만 제주 한림읍에는 아직도 원담의 원형이 고스란히 보존돼 있다. 64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원담 위의 수많은 돌을 쌓고 또 쌓았던 이방익 할아버지(88) 덕분이다. 그 넓은 원담을 혼자 관리해온 이유는 단 하나, 자식 5형제 때문이었다. 배움도 짧고,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할아버지는 아들들만큼은 보란 듯이 잘 키우고 싶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원담에서 돌멩이와 씨름했던 할아버지의 손은 손톱이 다 뭉개질 정도로 상했다. 그런데도 잘 자라준 자식들을 생각하면 그 세월을 결코 후회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는 오늘도 바다의 집이나 다름없는 원담을 지킨다. 그리고 그런 아버지를 말없이 지켜보는 아들 이상수(58)씨가 있다. 혹시나 연로한 아버지가 바다에 나가 다치지나 않을까, 원담에 나가 아버지를 지키는 아들. 원담에는 부자의 끈끈한 정이 살아 숨쉰다.
아버지의 돌집에서 여생을 보내기로 한 아들
고등학교 교사로 재직하다 은퇴한 이상철(67) 씨는 3년 전부터 아버지의 집을 복원하기 시작했다. 부모님의 신혼집이었던 그 집엔 아픈 역사가 서려 있다. 자신이 태어나기도 전인 4•3 사건 때 불타 버린 것이다. 화재로 기와는 모두 깨져 날아갔지만, 외벽과 담을 이루는 돌들은 모두 살아남아 부모님은 기와 대신 초가를 얹고 살아오셨다. 그 집에서 태어난 이상철 씨는 제주시로 나가 교사 생활을 해왔고, 은퇴와 동시에 다시 아버지의 집에서 여생을 보내기로 한 것이다. 그는 3년 간, 집을 이루던 돌을 다시 활용해 옛 모습 그대로 복원해냈다. 내부는 현대식으로 살기 좋게 바꾸었지만, 자신이 태어난 안방이며, 식구들이 밥상에 둘러앉아 밥을 먹던 부엌이며 집 구석구석에 가족들의 시간이 흐르고 있다. 그 곳에서 여생을 보내기로 결정한 데는 사실 일찍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 컸다. 자신이 열아홉 살이던 71년 도에 돌아가신 아버지를 오랫동안 그리워했던 아들. 이젠 아버지를 닮은 모습이 되어 옛 기억을 품고 살아간다.
✔ 프로그램명 : 건축탐구 집 - 아버지의 집, 제주 돌의 이야기
✔ 방송 일자 : 2019.06.18
- Category
- 다큐멘터리 - Documentary
- Tags
- EBS, EBS documentary, EBS 다큐멘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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