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공감 '어머니의 겨울풍경'
어머니가 계신 그 고향의 온기가 더욱 그리워지는 설 명절~ 자식들 다 떠나보내고 여전히 눈바람 속에 자리한 마을을 지키며 사는 고향 어머니들의 겨울풍경을 전한다.
1. 산 아래 이웃동네보다 산 위의 하늘이 더 가까워 보이는 곳, 무주 벌한마을의 겨울
마을 이장은 4km나 떨어진 아랫동네에 산다. 그 흔한 버스도 한 대 들어오지 않는다. 마을까지 이어지는 시멘트 포장도로도 4-5년 전쯤에나 깔렸단다.
새 길 덕분에 사람 수만 잘 맞추면 택시를 불러 타고 읍내 장에 가는 호사를 누릴 수 있게 됐지만 그 길도 눈이 내리면 무용지물이 된다. 외지사람들은 감히 마을로 접어들 엄두를 내지 못하고 마을 사람들은 고립된다.
전북 무주군 설천면에 있는 벌한마을, 임진왜란 무렵부터 배씨 성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살았다는 이 마을엔 현재 10여 가구의 토박이들과 서너 가구의 외지사람들이 살고 있다. 눈이 한번 푹하게 내리고 나면 봄까지 녹지 않는다는 이 오지마을에서 사람들은 어떻게 겨울을 날까? 중심이 되는 두 어머니의 삶과 함께 벌한 마을의 겨울 풍경을 담는다.
2. 하얀 눈이 내려도 따뜻하게 기억되는 풍경 - 여든셋 권영순 어머니의 겨울
‘겨울에 할 일이 뭐 있나, 놀고 먹지.’ ‘이 약초? 내가 캤지, 며느리 허리 아프다고 해서 달여 주려고’ ‘땔감? 산에 가서 삭정이 줍는 건데 그게 뭐 일이나 되나?’ ‘메주? 벌써 띄워뒀지. 다음 주면 장 담글 거여.. 설에 자식들 주려면 지금 담궈야 해.’
해 지나면 여든넷이 된다는 권영순 할머니는 허리가 굽은 것 말고는 나이가 의심스러울 정도로 활기가 넘친다. 천성이 부지런한 사람인 듯하다. 일이 귀찮을 법도 한데 할머닌 여전히 나무를 해다 아궁이에 불을 지피고 웬만한 옷은 조물락 조물락 손빨래를 해서 널고, 자식들 줄 약초 물을 만든다.
혼자 사는 집인데 마당엔 여남은 개의 장독대가 있고, 식구들 북적이던 시절에 담던 양 만큼의 장을 요즘도 담근다. 서울로 대전으로 부산으로 혹은 미국으로 자식들은 전국 곳곳에 흩어져서 살지만 여전히 그 자식들 입에 맛난 것을 넣어주고픈 마음...
그리하여 고향에 계신 어머니는 홀로 계신 그 집을 부지런히 오가며 자식들에게 보낼 무언가를 마련한다.
3. 83세의 6촌 형님과 89세의 아랫동서, 두 어머니의 겨울
‘여자 촌수는 개 촌수여.’ 열아홉에 시집온 김애자 할머니는 4년 뒤에 시집 온 열일곱 살짜리 권영순 할머니를 형님으로 모셔야했다. 서로 다른 동네에서 태어나 자라다가 배씨 집안에 시집온 인연으로 인척이 된 사이.
영감님들은 일찌감치 딴 세상으로 가버렸고 자식들도 도시로 나간 지 오래지만 배씨 집안에 시집온 두 여인은 서로를 의지하며 둘도 없는 벗으로 지내고 있다.
마음의 기둥은 언제나 자식이지만 조석으로 서로를 들여다보는 이도, 혼자 먹는 밥이 서글플 때 밥상에 함께 앉아주는 이도 먼데 자식이 아닌 66년 우애의 이웃 동서.
동지 팥죽도 함께 쒀 먹고, 두부도 함께 끓여먹으며 눈에 갇힌 겨울을 외롭지 않게 나는 모습을 가슴 시리지만 훈훈하게 담는다.
# 벌한마을 #겨울풍경 #어머니
어머니가 계신 그 고향의 온기가 더욱 그리워지는 설 명절~ 자식들 다 떠나보내고 여전히 눈바람 속에 자리한 마을을 지키며 사는 고향 어머니들의 겨울풍경을 전한다.
1. 산 아래 이웃동네보다 산 위의 하늘이 더 가까워 보이는 곳, 무주 벌한마을의 겨울
마을 이장은 4km나 떨어진 아랫동네에 산다. 그 흔한 버스도 한 대 들어오지 않는다. 마을까지 이어지는 시멘트 포장도로도 4-5년 전쯤에나 깔렸단다.
새 길 덕분에 사람 수만 잘 맞추면 택시를 불러 타고 읍내 장에 가는 호사를 누릴 수 있게 됐지만 그 길도 눈이 내리면 무용지물이 된다. 외지사람들은 감히 마을로 접어들 엄두를 내지 못하고 마을 사람들은 고립된다.
전북 무주군 설천면에 있는 벌한마을, 임진왜란 무렵부터 배씨 성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살았다는 이 마을엔 현재 10여 가구의 토박이들과 서너 가구의 외지사람들이 살고 있다. 눈이 한번 푹하게 내리고 나면 봄까지 녹지 않는다는 이 오지마을에서 사람들은 어떻게 겨울을 날까? 중심이 되는 두 어머니의 삶과 함께 벌한 마을의 겨울 풍경을 담는다.
2. 하얀 눈이 내려도 따뜻하게 기억되는 풍경 - 여든셋 권영순 어머니의 겨울
‘겨울에 할 일이 뭐 있나, 놀고 먹지.’ ‘이 약초? 내가 캤지, 며느리 허리 아프다고 해서 달여 주려고’ ‘땔감? 산에 가서 삭정이 줍는 건데 그게 뭐 일이나 되나?’ ‘메주? 벌써 띄워뒀지. 다음 주면 장 담글 거여.. 설에 자식들 주려면 지금 담궈야 해.’
해 지나면 여든넷이 된다는 권영순 할머니는 허리가 굽은 것 말고는 나이가 의심스러울 정도로 활기가 넘친다. 천성이 부지런한 사람인 듯하다. 일이 귀찮을 법도 한데 할머닌 여전히 나무를 해다 아궁이에 불을 지피고 웬만한 옷은 조물락 조물락 손빨래를 해서 널고, 자식들 줄 약초 물을 만든다.
혼자 사는 집인데 마당엔 여남은 개의 장독대가 있고, 식구들 북적이던 시절에 담던 양 만큼의 장을 요즘도 담근다. 서울로 대전으로 부산으로 혹은 미국으로 자식들은 전국 곳곳에 흩어져서 살지만 여전히 그 자식들 입에 맛난 것을 넣어주고픈 마음...
그리하여 고향에 계신 어머니는 홀로 계신 그 집을 부지런히 오가며 자식들에게 보낼 무언가를 마련한다.
3. 83세의 6촌 형님과 89세의 아랫동서, 두 어머니의 겨울
‘여자 촌수는 개 촌수여.’ 열아홉에 시집온 김애자 할머니는 4년 뒤에 시집 온 열일곱 살짜리 권영순 할머니를 형님으로 모셔야했다. 서로 다른 동네에서 태어나 자라다가 배씨 집안에 시집온 인연으로 인척이 된 사이.
영감님들은 일찌감치 딴 세상으로 가버렸고 자식들도 도시로 나간 지 오래지만 배씨 집안에 시집온 두 여인은 서로를 의지하며 둘도 없는 벗으로 지내고 있다.
마음의 기둥은 언제나 자식이지만 조석으로 서로를 들여다보는 이도, 혼자 먹는 밥이 서글플 때 밥상에 함께 앉아주는 이도 먼데 자식이 아닌 66년 우애의 이웃 동서.
동지 팥죽도 함께 쒀 먹고, 두부도 함께 끓여먹으며 눈에 갇힌 겨울을 외롭지 않게 나는 모습을 가슴 시리지만 훈훈하게 담는다.
# 벌한마을 #겨울풍경 #어머니
- Category
- 다큐멘터리 - Documentary
- Tags
- KBS, 다큐멘터리, docu
Sign in or sign up to post comments.
Be the first to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