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츄럴 휴먼 다큐 자연의 철학자들 - 49회 '나는 별나라에서 산다' 2023년 3월 17일 방송
■ 내가 사는 우주별
경상남도 통영시에 속한 작고 아름다운 섬 수우도. 이 섬에서 나고 자란 김정갑(48) 씨는 서울에서 캐릭터 디자이너로 일하다 11년 전 다시 고향으로 돌아왔다. 머리를 싸매며 아이디어를 짜내던 서울에서의 모습과 달리, ‘자연의 작업실’이 있는 이곳에서는 아이디어가 절로 샘솟는다. 정갑 씨의 캐릭터인 ‘시시로’는 육지에서 살고 싶은 발 달린 물고기로, 시시때때로 즐겁고 행복하게 살자는 의미로 지었다. 정갑 씨의 상상 속에선 ‘시시로’를 타고 우주별을 여행한다. 하늘에 떠 있는 별처럼 바다에 떠 있는 별인 수우도를 여행하고 있다고 상상하며 살아가는 정갑 씨. 그는 아이처럼 상상하고, 아이처럼 노는 것에 주저함이 없다.
수우도의 이장이기도 한 정갑 씨는 자기만의 별나라에서 ‘베푸는 삶’을 산다. 동네 할머니들의 집에 방문해 말동무가 되어주기도 하고,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을 위해 미역을 채취해 나눠주기도 하며, 함께 쑥을 캐와 쑥 털털이를 만들어 먹기도 한다. ‘시시로’를 타고 혼자 온 수우도 여행이지만, 나누면서 어울려 살다 보니 얼마나 재미있는지. 그래서 정갑 씨는 베푸는 것을 한번 해보시라고 말한다.
■ 욕심내지 않는 삶
김정갑 씨는 지금 수우도에서 욕심 없이 평화롭게 살아간다. 정갑 씨의 냉장고나 다름없는 통발을 건져 올려 보면 작은 해삼, 게 한 마리, 성게가 전부. 남들이 보기엔 소박한 수확이지만, 그는 ‘대박’을 외친다. 잡히면 잡히는 대로 좋고, 안 잡히는 것도 그것대로 괜찮다. 정갑 씨는 그저 자연이 허락한 만큼, 주는 만큼만 먹는다. 자연이 내준 더덕, 톳, 해삼, 미역으로 차린 한 상을 받으면 세상 어느 호화로운 레스토랑도 부럽지 않다. 이 섬에 살면서 그는 욕심만 조금 버리면 평화롭고 자유롭게 생활할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 세상에 무해한 존재가 되어
통영 사람들 사이에서 수우도의 별칭은 동백섬이다. 수우도(樹牛島)의 수(樹) 자도 동백나무가 많아서 붙은 이름이다. 작년 2월에 작고하신 어머니께서도 생전에 누군가 어디서 왔느냐고 물으면 꼭 동백섬 수우도에서 왔다고 대답하셨단다. 이렇게 수우도를 빛내는 동백나무가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 생명력 강한 칡이 구역을 넓혀가며 나무의 광합성을 방해하고, 결국 고사(枯死)하게 만들기 때문이라고. 동백섬이 칡섬이 되지 않도록 정갑 씨는 주기적으로 칡넝쿨을 제거해준다. 주변 나무들이 죽어가는 것은 보지 못하고 거침없이 뻗어나가는 칡넝쿨처럼 정갑 씨도 자신만을 위해 살며 남들에게 피해를 주지는 말아야겠다고 생각한다.
정갑 씨는 동백을 보며 어머니와의 추억을 떠올린다. 동백을 좋아하시던 어머니께 동백꽃을 따다 드리고, 함께 차를 마시고, 따사로운 겨울 햇살을 느끼며 편안히 보내던 시간이었다. 11년 전 귀향한 것도 건강이 안 좋아진 어머니를 모시기 위함이었다. 처음 수우도에 내려올 때만 해도 금방 다시 서울로 올라갈 생각이었지만, 어느새 10여 년의 세월이 흘렀다. 어머니는 떠났지만, 정갑 씨는 여전히 수우도에 남아있다.
■ 이번 생의 여행이 끝나면
오롯이 파도 소리만 들리는 작은 섬, 아름다운 바다와 별을 보며 혼자만의 시간을 갖다 보면, 정갑 씨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질문이 있다. ‘행복이란 무엇일까?’ 사람들은 행복을 추구하며 행복해지려고 애쓴다. 어쩌면 그건 하늘의 별을 따겠다는 헛된 노력일 수도 있다. 그래서 정갑 씨는 행복을 좇지 않고 지금 느끼는 편안함에 집중한다. 지구라는 우주별에서 인간은 그냥 스쳐 지나가는 존재. 아름다운 풍광이 여행객의 것이 아니듯, 우리가 누리는 모든 것이 사람의 것은 아니다. 정갑 씨는 그저 자연에 감사하며, 스쳐 지나가는 찰나에서 편안함과 평화로움을 느끼고 있다.
#자연의철학자들 #수우도 #동백섬
■ 내가 사는 우주별
경상남도 통영시에 속한 작고 아름다운 섬 수우도. 이 섬에서 나고 자란 김정갑(48) 씨는 서울에서 캐릭터 디자이너로 일하다 11년 전 다시 고향으로 돌아왔다. 머리를 싸매며 아이디어를 짜내던 서울에서의 모습과 달리, ‘자연의 작업실’이 있는 이곳에서는 아이디어가 절로 샘솟는다. 정갑 씨의 캐릭터인 ‘시시로’는 육지에서 살고 싶은 발 달린 물고기로, 시시때때로 즐겁고 행복하게 살자는 의미로 지었다. 정갑 씨의 상상 속에선 ‘시시로’를 타고 우주별을 여행한다. 하늘에 떠 있는 별처럼 바다에 떠 있는 별인 수우도를 여행하고 있다고 상상하며 살아가는 정갑 씨. 그는 아이처럼 상상하고, 아이처럼 노는 것에 주저함이 없다.
수우도의 이장이기도 한 정갑 씨는 자기만의 별나라에서 ‘베푸는 삶’을 산다. 동네 할머니들의 집에 방문해 말동무가 되어주기도 하고,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을 위해 미역을 채취해 나눠주기도 하며, 함께 쑥을 캐와 쑥 털털이를 만들어 먹기도 한다. ‘시시로’를 타고 혼자 온 수우도 여행이지만, 나누면서 어울려 살다 보니 얼마나 재미있는지. 그래서 정갑 씨는 베푸는 것을 한번 해보시라고 말한다.
■ 욕심내지 않는 삶
김정갑 씨는 지금 수우도에서 욕심 없이 평화롭게 살아간다. 정갑 씨의 냉장고나 다름없는 통발을 건져 올려 보면 작은 해삼, 게 한 마리, 성게가 전부. 남들이 보기엔 소박한 수확이지만, 그는 ‘대박’을 외친다. 잡히면 잡히는 대로 좋고, 안 잡히는 것도 그것대로 괜찮다. 정갑 씨는 그저 자연이 허락한 만큼, 주는 만큼만 먹는다. 자연이 내준 더덕, 톳, 해삼, 미역으로 차린 한 상을 받으면 세상 어느 호화로운 레스토랑도 부럽지 않다. 이 섬에 살면서 그는 욕심만 조금 버리면 평화롭고 자유롭게 생활할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 세상에 무해한 존재가 되어
통영 사람들 사이에서 수우도의 별칭은 동백섬이다. 수우도(樹牛島)의 수(樹) 자도 동백나무가 많아서 붙은 이름이다. 작년 2월에 작고하신 어머니께서도 생전에 누군가 어디서 왔느냐고 물으면 꼭 동백섬 수우도에서 왔다고 대답하셨단다. 이렇게 수우도를 빛내는 동백나무가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 생명력 강한 칡이 구역을 넓혀가며 나무의 광합성을 방해하고, 결국 고사(枯死)하게 만들기 때문이라고. 동백섬이 칡섬이 되지 않도록 정갑 씨는 주기적으로 칡넝쿨을 제거해준다. 주변 나무들이 죽어가는 것은 보지 못하고 거침없이 뻗어나가는 칡넝쿨처럼 정갑 씨도 자신만을 위해 살며 남들에게 피해를 주지는 말아야겠다고 생각한다.
정갑 씨는 동백을 보며 어머니와의 추억을 떠올린다. 동백을 좋아하시던 어머니께 동백꽃을 따다 드리고, 함께 차를 마시고, 따사로운 겨울 햇살을 느끼며 편안히 보내던 시간이었다. 11년 전 귀향한 것도 건강이 안 좋아진 어머니를 모시기 위함이었다. 처음 수우도에 내려올 때만 해도 금방 다시 서울로 올라갈 생각이었지만, 어느새 10여 년의 세월이 흘렀다. 어머니는 떠났지만, 정갑 씨는 여전히 수우도에 남아있다.
■ 이번 생의 여행이 끝나면
오롯이 파도 소리만 들리는 작은 섬, 아름다운 바다와 별을 보며 혼자만의 시간을 갖다 보면, 정갑 씨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질문이 있다. ‘행복이란 무엇일까?’ 사람들은 행복을 추구하며 행복해지려고 애쓴다. 어쩌면 그건 하늘의 별을 따겠다는 헛된 노력일 수도 있다. 그래서 정갑 씨는 행복을 좇지 않고 지금 느끼는 편안함에 집중한다. 지구라는 우주별에서 인간은 그냥 스쳐 지나가는 존재. 아름다운 풍광이 여행객의 것이 아니듯, 우리가 누리는 모든 것이 사람의 것은 아니다. 정갑 씨는 그저 자연에 감사하며, 스쳐 지나가는 찰나에서 편안함과 평화로움을 느끼고 있다.
#자연의철학자들 #수우도 #동백섬
- Category
- 다큐멘터리 - Document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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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 다큐멘터리, doc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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