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 강화도 앞바다의 주인공은 밴댕이
강화도에는 여의도 면적의 50배에 달하는 광활한 갯벌이 있다. 이 갯벌길에서 나들길 첫 번째 여정을 시작한다. 너른 갯벌이 바닷물로 가득 차오면, 어선들이 하나둘 항을 출발한다. 일 년 중 이맘때 한두 달 잡힌다는 밴댕이가 이제 막 올라오기 시작한 것. 밴댕이는 산란을 위해 5월에서 6월, 강화도 앞바다로 올라오는데, 기름기 두둑하게 몸을 살찌운 이때가 고소한 맛이 좋다. 강화군 길상면 선두리의 배정례 씨와 어머니가 오랜 세월 먹어온 밴댕이로 푸짐한 한 상을 차린다. 끼니마다 열 명이 넘는 대가족 밥상 차리느라, 잡아온 밴댕이 머리에 이고 팔러 다니느라, 한평생 힘들게 살아온 정례 씨의 어머니. 밴댕이 밥상 위에 고생과 눈물로 새겨진 어머니의 지난 세월이 아로새겨 있다.
■ 강화의 알싸한 맛, 순무
‘강화도령 첫사랑 길’이라 이름 붙은 길에는 조선 25대 임금 철종이 살던 집인 용흥궁이 있다. 강화에서 유배생활을 하다가 왕위에 오른 철종은 궁궐로 강화의 음식을 가져와 그리움을 달랬다는데, 그 대표적인 것이 순무다. 알싸하게 매운 맛과 독특한 향이 나는 순무섞박지는 강화에서 밥상에 빠지지 않고 올라오는 김치. 강화에서 삼십년 넘게 순무를 재배해 온 최진수 씨는 어렸을 때부터 먹던 순무섞박지의 맛을 기억한다. 부인 황부홍 씨는 시어머니에게 배운 대로 순무섞박지에 밴댕이 젓갈을 넣는다. 지난해 이맘때 잡은 밴댕이를 소금에 절여 일 년을 삭힌 밴댕이 젓갈을 순무섞박지에 섞는데, 김치가 익으면 밴댕이가 뼈까지 삭아 입에서 녹는 맛이 그만이다. 철종도 그리워했다는 밴댕이순무섞박지, 과연 어떤 맛일까?'
■ 평화의 섬, 교동도에서 젓새우 잡는 삼부자
강화에는 한국전쟁의 아픔이 오롯이 새겨져 있는 길이 있다. 바다를 사이에 두고 황해도 연백군과 불과 2~3km 떨어진 섬, 강화 교동도. 민간인 통제 구역인 이 섬엔 고향을 잃은 실향민과 그 후손들이 살아가고 있다. 교동도 남산포에서 새우 잡이를 하는 차광식 씨도 연백에서 왔다. 아버지에게 뱃일을 물려받은 그는, 이제 아들들과 함께 배를 탄다. 음력 5월인 지금 잡는 젓새우를 오젓이라고 부르는데, 투명하니 빛깔이 예쁘고 맛은 달짝지근하다. 오젓은 잡히는 양은 적은데 맛은 좋아 부르는 게 값일 정도로 귀하다. 강화의 토속음식인 젓국갈비는 돼지갈비에 새우젓을 넣어 끓이는 탕으로, 강화 젓새우의 맛을 제대로 볼 수 있는 음식이다. 차광식 씨네는 젓새우로 새우젓만 만드는 게 아니다. 생젓새우를 무쳐 젓새우회무침을 하고, 생젓새우와 채소를 넣고 반죽해 젓새우튀김을 한다. 젓새우 잡는 집에서만 먹을 수 있는 별미다.
■ 그리운 고향, 교동도 실향민 밥상
교동도에는 시간이 머물러 있는 길이 있다. 황해도 연백에서 이곳으로 피난 온 사람들이 고향 연백시장을 추억하면 만든 곳, 대룡시장이다. 김금화, 김순임, 박옥선 할머니는 모두 연백에서 왔다. 이제 교동에도 몇 남지 않은 실향민이다. 고향 생각 간절할 때면, 도란도란 고향 얘기하며 연백에서도 자주 먹던 김치밥을 해 먹는다. 출출할 때 군것질 삼아 먹던 음식인 대갈범벅도 만든다. 한국 전쟁 때 교동도로 피난 와, 내일이면 가겠지 하며 고향 땅 바로 앞에 자리 잡고 지낸 시간이 벌써 60여년. 손닿을 듯 가까운 고향 땅이지만 바라만 볼 뿐, 갈 수 없는 현실이 야속하기만 하다. 죽기 전, 언제 그 곳을 걸어볼 수 있을까.
한국인의 밥상 (목요일 저녁 7시 40분 KBS1)
“그 길에 깃든 이야기를 꺼내다 - 강화 나들길 밥상” (2016년 6월 23일 방송)
#한국인의밥상 #새우 #밴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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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도에는 여의도 면적의 50배에 달하는 광활한 갯벌이 있다. 이 갯벌길에서 나들길 첫 번째 여정을 시작한다. 너른 갯벌이 바닷물로 가득 차오면, 어선들이 하나둘 항을 출발한다. 일 년 중 이맘때 한두 달 잡힌다는 밴댕이가 이제 막 올라오기 시작한 것. 밴댕이는 산란을 위해 5월에서 6월, 강화도 앞바다로 올라오는데, 기름기 두둑하게 몸을 살찌운 이때가 고소한 맛이 좋다. 강화군 길상면 선두리의 배정례 씨와 어머니가 오랜 세월 먹어온 밴댕이로 푸짐한 한 상을 차린다. 끼니마다 열 명이 넘는 대가족 밥상 차리느라, 잡아온 밴댕이 머리에 이고 팔러 다니느라, 한평생 힘들게 살아온 정례 씨의 어머니. 밴댕이 밥상 위에 고생과 눈물로 새겨진 어머니의 지난 세월이 아로새겨 있다.
■ 강화의 알싸한 맛, 순무
‘강화도령 첫사랑 길’이라 이름 붙은 길에는 조선 25대 임금 철종이 살던 집인 용흥궁이 있다. 강화에서 유배생활을 하다가 왕위에 오른 철종은 궁궐로 강화의 음식을 가져와 그리움을 달랬다는데, 그 대표적인 것이 순무다. 알싸하게 매운 맛과 독특한 향이 나는 순무섞박지는 강화에서 밥상에 빠지지 않고 올라오는 김치. 강화에서 삼십년 넘게 순무를 재배해 온 최진수 씨는 어렸을 때부터 먹던 순무섞박지의 맛을 기억한다. 부인 황부홍 씨는 시어머니에게 배운 대로 순무섞박지에 밴댕이 젓갈을 넣는다. 지난해 이맘때 잡은 밴댕이를 소금에 절여 일 년을 삭힌 밴댕이 젓갈을 순무섞박지에 섞는데, 김치가 익으면 밴댕이가 뼈까지 삭아 입에서 녹는 맛이 그만이다. 철종도 그리워했다는 밴댕이순무섞박지, 과연 어떤 맛일까?'
■ 평화의 섬, 교동도에서 젓새우 잡는 삼부자
강화에는 한국전쟁의 아픔이 오롯이 새겨져 있는 길이 있다. 바다를 사이에 두고 황해도 연백군과 불과 2~3km 떨어진 섬, 강화 교동도. 민간인 통제 구역인 이 섬엔 고향을 잃은 실향민과 그 후손들이 살아가고 있다. 교동도 남산포에서 새우 잡이를 하는 차광식 씨도 연백에서 왔다. 아버지에게 뱃일을 물려받은 그는, 이제 아들들과 함께 배를 탄다. 음력 5월인 지금 잡는 젓새우를 오젓이라고 부르는데, 투명하니 빛깔이 예쁘고 맛은 달짝지근하다. 오젓은 잡히는 양은 적은데 맛은 좋아 부르는 게 값일 정도로 귀하다. 강화의 토속음식인 젓국갈비는 돼지갈비에 새우젓을 넣어 끓이는 탕으로, 강화 젓새우의 맛을 제대로 볼 수 있는 음식이다. 차광식 씨네는 젓새우로 새우젓만 만드는 게 아니다. 생젓새우를 무쳐 젓새우회무침을 하고, 생젓새우와 채소를 넣고 반죽해 젓새우튀김을 한다. 젓새우 잡는 집에서만 먹을 수 있는 별미다.
■ 그리운 고향, 교동도 실향민 밥상
교동도에는 시간이 머물러 있는 길이 있다. 황해도 연백에서 이곳으로 피난 온 사람들이 고향 연백시장을 추억하면 만든 곳, 대룡시장이다. 김금화, 김순임, 박옥선 할머니는 모두 연백에서 왔다. 이제 교동에도 몇 남지 않은 실향민이다. 고향 생각 간절할 때면, 도란도란 고향 얘기하며 연백에서도 자주 먹던 김치밥을 해 먹는다. 출출할 때 군것질 삼아 먹던 음식인 대갈범벅도 만든다. 한국 전쟁 때 교동도로 피난 와, 내일이면 가겠지 하며 고향 땅 바로 앞에 자리 잡고 지낸 시간이 벌써 60여년. 손닿을 듯 가까운 고향 땅이지만 바라만 볼 뿐, 갈 수 없는 현실이 야속하기만 하다. 죽기 전, 언제 그 곳을 걸어볼 수 있을까.
한국인의 밥상 (목요일 저녁 7시 40분 KBS1)
“그 길에 깃든 이야기를 꺼내다 - 강화 나들길 밥상” (2016년 6월 23일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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