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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ll] 건축탐구- 집 - 황혼의 위기를 막기 위한 슬기로운 각방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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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광역시 유성구의 전원주택 단지촌. 경사지였던 땅에 옹벽을 세우지 않고, 자리 잡은 주택이 있다. 이 주택의 외관을 보면, 넉넉하게 만들어진 처마 공간과 둥근 모양으로 마무리된 집의 코너 공간이 눈에 띈다. 이는 지나가던 사람들이 비를 피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혹여라도 집 외관의 코너가 위협적으로 보이진 않을까 우려한 건축주의 마음이 담겨있다.

평생을 아파트에만 살았던 부부는 은퇴 시기를 앞두고 막연히 ‘전원주택’을 지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들은 건축가와의 미팅 중 “10년 뒤에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을 받고 깊은 고민을 하게 된다. 그냥 그림 같은 집을 지을 생각을 했지, ‘어떤 집’에서 ‘어떤 인생’을 살고 싶은지는 생각해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부부는 고민 끝에, 가족끼리도 각자의 공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렇게 ‘따로 또 같이’라는 컨셉으로 집의 설계를 고민했다. 완성된 집은 1층과 2층이 한 채, 1.5층과 2.5층이 다른 한 채가 되고, 이 두 채를 2층의 사이 테라스가 이어주는, 두 채의 공간이 담긴 집으로 지어졌다. 화장실만 4개, 출입구도 3개를 만들었을 정도로 확실히 공간이 분리된 집이다. 각 공간의 프라이버시를 지킬 수 있도록 배치된 방은 현재는 아내와 남편이 적절한 거리를 유지한 각각의 공간으로 활용되기도 하고, 성인이 된 두 자녀 역시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주택에 이사 오고 나서, 갱년기와 은퇴의 우울증이 찾아온 부부는 아파트에 살았다면 이 위기를 쉽게 넘기지 못했을 거라 말한다. 예민해진 시기, 서로 부딪히기보다는 온전히 본인만의 공간이 주어진 주택을 통해서 그 위기를 넘겼기 때문이다.

경북 문경의 한적한 시골 마을, 이곳에는 주변 집들에 비해 유난히 특별한 외형의 집이 있다. 바로, 기와 올린 단층집에 동그라미와 세모와 네모가 붙은 형태의 집.

건축주 부부는 50대가 되면서부터 자연스럽게 각방을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나이가 들수록 몸이 편안하고 잠을 잘 자야 하는데, 부부의 수면 습관이 너무나도 달랐기 때문이다. 저녁 8시 30분이면 잠자리에 드는 아내와, 밤 12시까지도 깨어있는 남편. 따뜻한 게 좋은 아내와, 시원한 게 좋은 남편.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각자의 방에서 생활하게 되었다.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이 집을 설계하고, 짓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고 한다. 건축가였던 아들이 부모님의 집을 설계해서 보여줄 때마다, 남편이 퇴짜를 놓았다고 한다. 기와를 올리고 싶어 한 건축주 아내의 요청과 한정된 예산이 고민이었고 또 배추를 심어도, 자로 그 간격을 일일이 맞춰서 심을 정도로 꼼꼼한 건축주 남편의 성격에 승인이 떨어지는 과정은 점점 길어졌다. 그렇게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아들은 건축가 친구와 함께 고민했고, 결국은 젊은 건축가상을 받을 정도로 특별한 동그라미와 세모, 네모 집이 완성되었다.

6년 전, 이 집을 설계하면서 부부 개인의 공간에 대한 고민도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세모 공간은, 건강한 황토방과 편백 나무 방을 원했던 남편의 방이 되었고, 거실과 분리되는 주방과 아내의 개인 화장실 공간으로 네모 공간을 사용 중이다. 동그라미 공간은 시원하게 등목할 수 있는 공간을 원했던 남편의 바람대로 지붕 없이, 둥근 하늘이 올려다보이는 노천탕으로 만들어졌다. 집 안 곳곳에 숨겨져 있는 도형들을 찾는 재미가 쏠쏠한 이 집의 탐구 또한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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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tegory
다큐멘터리 - Documentary
Tags
EBS, EBS documentary, EBS 다큐멘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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