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말, 당시 영등포구에 속했던 지금의 사당동 남부순환도로 주변으로 예술인 마을이 조성됐습니다. 200동 양옥이 들어섰던 예술촌은 이제 다가구와 연립주택이 밀집한 주택가로 변했고, 그 한복판으로 2011년 일반에 공개된 2층집은 서정주 시인이 당시 이곳으로 이사오면서 직접 설계해 지은 곳입니다. 1970년 서정주 시인이 입주해 2000년까지 거주한 서정주의 집은건축면적 74평의 지하1층 지상2층으로 1층은 생활공간으로 2층은 시인의 창작공간으로 쓰였습니다.스스로 지어 붙인 집 이름은 “봉산산방”. 곰이 쑥과 마늘을 먹으면서 웅녀가 됐다는 단군 신화에서 따온 이름으로 한국신화의 원형이 시작된 곳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시인이 직접 그리고 수치를 적어넣은 간이 설계도며 자재 목록에선 시인의 꼼꼼한 성품과 건축비를 아끼기 위해 애쓴 흔적이 엿보였습니다. 2001년 서울시는 봉산산방 보존계획에 착수 하였으나 친일유산이라는 여론으로 계획이 무산되고 2003년 서울시 지원으로 관악구에서 매입해 예산문제로 5년간 방치돼다 시인이 작고한 뒤 10년 만에야 복원 개방됐습니다. 한국어의 운용에 관한 한 가장 세련된 경지에 도달한 시인, 한국문단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시인의 작품들. 그러나 동시대, 민족시인으로서 절개와 지조를 지켰던 문인들이 있어 친일과 친독재로 얼룩진 시인의 삶은어쩔 수 없는 그늘로 남아 있습니다. 올해로 탄생 100년. 짧지않은 30년 생애가 깃든 옛집과 시인을 기리는 방법은 어쩌면 후대에 남겨진 과제일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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