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골공원에서 남산쪽으로 향하는 청계천변에 이르면 오른쪽으로 장방형의 검은빌딩이 우뚝 서 있습니다. 1970년 준공 당시 한국 최고층 빌딩으로 화제를 모았던 삼일빌딩. 순수 기하학적 입방체로 전면에 미감을 부여하고 철골과 유리의 단순반복으로 비례미를 살린 건물엔 1970년대를 전후한 기능주의적 국제양식이 배어있죠. 삼일빌딩은 철과 특수강을 생산하면서 방위산업체로 급성장했던 당시 대일목재공업의 사옥으로 발주됐고 건축주는 철과 유리로 된 건물을 요구했습니다. 삼일빌딩의 가장 큰 건축적 특징은 철골을 외벽으로 노출시키고 그 사이를 유리로 채운 커튼월 방식. 특히 코르텐이라는 특수강을 외벽재로 사용해 부식을 방지한 점도 최초의 사례입니다. 옛 화신백화점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빌딩 층수를 헤아리는 게 관광코스일 정도로 당시 삼일빌딩은 장안의 명소였고, 그 명성은 1985년 63빌딩이 등장하기전까지 이어졌죠. 하지만 근 반세기를 뛰어넘는 세월에도 건물은 여전히 안정적인 비례감을 뽐내며 한국 최초의 현대건축으로 남아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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