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수궁과 경향신문사 사이, 정동길을 걷다 보면 아담하고 호젓한 정동공원을 만날 수 있습니다. 한국 가톨릭의 첫 수도공동체였던 정동수녀원이 있던 곳으로 지금은 시민공원으로 조성돼 있죠. 그리고, 당시 수녀들이 머물던 한옥과 담을 맞대고 있던 옛 러시아공사관. 정동에 들어섰던 서구 열강의 공사관 중 가장 크고 화려했던 모습은 간데없고 건물 북동쪽에 있던 탑만 복원돼 있습니다. 명성황후가 시해되는 을미사변 후 고종은 황태자와 함께 러시아공사관으로 피신하는 아관파천을 단행했습니다. 1917년 러시아혁명으로 제정러시아가 붕괴됐고 공사관은 쏘비에트 영사관으로개관했지만 냉전시대에 들어 폐쇄됐습니다. 아관파천이라는 수모의 현장, 소련이라는 적성국가의 잔류물. 탑으로만 남은 옛 러시아공사관이 그마저도 헐릴 뻔한 이유였습니다. 하지만 정동의 근대사라는 역사성과 장소성의 가치로 공사관의 흔적은 보존돼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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