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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금을 즐기는 '위험천만' 놀이터…'방탈출'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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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김광일 기자·송영훈·김미성 수습기자
# 감금동의서 : 게임이 시작되면 60분 안에 탈출하라. 모든 비밀을 풀 때까지 당신은 이곳에 구속된다. 방 안에 있는 자물쇠, 카드, 블록 등에 힌트가 있다.
25일 오후 4시 서울의 한 신종놀이시설 'A방탈출카페'는 6가지 테마방이 각각 밤 10시까지 예약이 가득 찬 가운데 손님맞이에 분주했다.
감금동의서 서명 뒤 짤막한 설명을 마친 직원이 '비밀의 방' 문을 걸어 잠그고 나가면, 이제 방을 탈출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10여개 남짓한 퀘스트(수수께끼)를 푸는 것.
퀘스트는 블록 퍼즐 몇 조각 맞추기부터 복잡한 추론 문제까지 다양하다.
이를 테면, 서랍에서 꺼낸 카드에 특수손전등을 비추면 알파벳 P가 나오고, 이를 토대로 옆에 있던 나뭇조각을 알파벳 P모양으로 결합해 단서를 찾는 식이다.
최근 이같은 방탈출카페는 서울 강남, 건대, 신촌, 홍대 등을 중심으로 우후죽순 생겨나, 청소년부터 20대를 중심으로 성행하고 있다.
◇ "불나면 고립…화재 초기 다 죽을 것"
하지만 CBS노컷뉴스 취재진이 소방전문가와 동행 취재한 결과, A방탈출카페에는 화재 등 안전사고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민대 소방안전관리과 이용재 교수는 '비밀의 방'을 한 시간 동안 돌아본 뒤 "이곳에 불이 나면 안에 있던 사람들은 화재 초기 모두 사망할 우려가 크다"고 밝혔다.
가장 큰 위험은 사고가 났을 때 직원이 비상스위치를 누르지 않고 대피하는 경우로, 이때 방 안에 있던 이들은 모두 고립될 수 있다.
특히 천장에 설치된 자동 화재탐지설비(열 감지센서)·스프링클러로는 화재 사망사고의 98%에 해당하는 질식사를 막기에 역부족이고, 일단 문이 잠기면 비상구 유도등 또한 무용지물일 뿐이다.
창고나 화장실, 카운터 등이나 빌딩의 다른 층에서 화재 발생 시에도 고립된 방 안에 있는 사람들은 상황 파악이나 대피가 늦어질 수 있다고 이 교수는 지적했다.
서울 강남의 한 방탈출까페를 이용한 이모(27·여)씨는 "안에서는 퀘스트에 열중하고 있는 상황이라, 위험이 발생해도 쉽게 알아채기 힘들 수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취재진이 찾은 다른 일부 방탈출카페의 경우에는 소화기나 스프링클러 등 기본적인 소방안전설비도 갖추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 '다중이용업소'에서 제외…허가·단속 규정 '모호'
영화관이나 노래방, PC방 등의 경우 유사시 언제든 비상구를 통해 밖으로 대피할 수 있도록 공간을 설계해야 개업 허가를 받을 수 있다.
이들 시설은 다중이용업소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상 규제를 받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겨난 지 6개월된 신생업소인 방탈출카페는 특별법이 적용되지 않아, 개업 허가 기준이나 소방시설을 단속할 수 있는 규정은 현재까지 모호한 상태다.
특별법에 따르면 특정 업종이 '다중이용업'으로 인정되는지 여부가 대통령령을 통해 개별적으로 정해지게 돼 있어, 신생업소가 등장하면 이에 대한 규제책을 마련하기까지 상당한 기간이 소요된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다중이용업소가 아니면 소방점검을 거치지 않고도 허가가 날 수 있다"며 "소방서 입장에서도 계도할 수 있는 수단이 전혀 없다"고 토로했다.
◇ 눈 뜨면 생겨나는 신종 업소, '원샷' 일괄규제해야
전문가들은 '불특정 다수인이 이용하는 업소 중 재난 발생 시 생명·신체·재산상의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높은 곳'이라면 일괄적으로 '다중이용업소'에 포함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국민안전처 관계자는 "신종으로 생겨나는 업종은 사실 방탈출카페 외에도 상당하다"며 "그런 업종이 생길 때마다 업종을 관리하는 부서를 다 만들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털어놨다.
한국화재소방학회 회장 김엽래 교수(경민대 안전관리학과)는 "현행법으로는 신종업종들이 다중이용업소에 바로 포함되기 어렵다"며 "공청회도 거치고 포럼도 거치고 법제처도 거치고 하다 보면 그동안은 단속도 못 하고, 소방시설도 제대로 구비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용재 교수는 "앞으로 방탈출카페가 전국적으로 수천, 수만개가 생길지도 모르는데 그다음에 법을 만들면 뭐하냐"며 "애초에 '방'이 여러 개면 '다중이용업소'로 분리하는 게 맞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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