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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141km, 평균 강폭 60m의 거대한 얼음덩어리! 이 강의 이름은 큰 여울, ‘한탄강(漢灘江)’이다 (KBS 20190113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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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 공감 - 한탄강은 흐른다

한겨울, 이 거대한 얼음 덩어리에 ‘쩍’하는 소리가 들린다. 누군가 도끼질을 하고 있다. 이윽고 전기톱까지 동원하여 얼음을 깬다. 얼음장 밑 차가운 물에 손을 집어넣더니, 어영차, 그물을 건져 올린다. 무겁게 꽉 차 있던 물고기가 얼음 위로 쏟아진다. 흡사, 거대한 얼음덩어리로 보였던 겨울 강, 그 아래엔 뜨거운 생명이 여전히 흐르고 있었다. 35만 년 전에 발원하여 오늘에 흐르고, 북한에서 발원하여 남한으로 흐르고, 추운 겨울에도 생명을 품고서 흐르는, 그리하여 사람들에게 삶의 터전을 내어준 고마운 강, 그 강에 기대어 아버지에게서 아들로, 그리고 다시 그 아들의 아들로 삶을 이어가고 있는 한탄강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 아버지에게서 아들로 한탄강은 흐른다
주상절리의 경관이 아름다운 한탄강. 배를 타고 경기도 연천군 재인폭포 아래쪽으로 흘러가다 보면 절벽 위에 집 한 채가 보인다. 강에서 보면 까마득한 절벽 끝에 아슬아슬하게 자리 잡은 것 같지만 도로 쪽에서 보면 그저 넓은 들녘에 자리 잡은 평범한 농가로 보이는 집, 이 절묘한 위치에 사는 이는 한탄강 어부 유기환 (66세) 씨다. 평안북도 강계에서 피란을 내려왔던 그의 아버지는 무일푼으로 남한 생활을 시작했다. 땅 한 평, 집 한 칸 없던 아버지는 그저 배고픔이나 면하라고 어린 아들에게 한탄강에서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쳤는데 세월이 흘러 그 아들은 한탄강 어부가 되었다.

▶ 북에서 남으로, 한탄강은 흐른다
연천에서 한탄강을 거슬러 올라가면 포천과 철원의 경계를 이루는 구역이 나온다. 강폭 사이에 경계가 있어 강물의 한쪽 편은 철원, 또 다른 편은 포천이다. 즉 강의 한쪽 편에선 포천 사람이 물고기를 잡을 수가 있고 또 다른 편에선 철원 사람이 물고기를 잡을 수 있다는 뜻이다. 포천 어부인 김분영(63) 씨와 철원 어부인 김철수(66) 씨, 눈에 보이지 않는 경계를 두고 싸울 법도 하건만 절대로 그런 일은 없단다. 이들은 바로 한 아버지에게서 난 형제이기 때문이다. 그들의 아버지는 황해도 연백군에서 피란을 나온 피란민이었다. 같은 연백군 사람들과 함께 피란 배를 타고 여수로 갔다가 휴전 후 터를 잡은 곳이 쑥대밭이 되어 있던 한탄강 유역 냉정리였다. 황해도에서 어부였던 아버지는 한탄강에서도 고기를 잡았고, 그 업을 여섯 아들이 차례차례 돕다가 마지막의 두 아들이 끝내 남아 어부가 되었다.
전쟁과 가난을 지독하게 겪었지만 사는 것이 원래가 다 그런 줄로만 알아서 고생이라고 자각할 틈도 없었다는 사람들, 해마다 한탄강을 바라보며 그 강 거슬러 올라갈 날을 꿈꾸었지만 차가운 겨울 강보다 더 차가운 세월만 흘러갔다. 올해에도 강은 얼었다. 하지만 김분영 씨 형제, 그 얼음에 구멍을 뚫는다. 엄동설한에 땀이 나도록 힘겹게 구멍을 뚫으니 그 아래, 한탄강은 여전히 흐르고 있고 그물엔 가득 물고기가 들었다.

#한탄강 #얼음덩어리 #여울
Category
다큐멘터리 - Documentary
Tags
KBS, 다큐멘터리, doc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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