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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별관, 혐오의 열기에 휩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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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1월20일 오후, 서울시청 서소문별관 후생관 4층 강당은 기이한 열기로 달아올라 있었다. 비집고 들어가기 조차 쉽지 않을 정도로 강당 안은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안으로 들어가지 못한 사람들은 복도를 서성였다. 줄잡아 400여명이나 될까? 40~50대 여성이 주류였지만, 20대부터 60~7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 남녀가 뒤섞여 있었다. 10대로 보이는 앳된 얼굴도 몇 명 눈에 띄었다.

애초 현장에선 이날 2시 서울시민 인권헌장 공청회가 열릴 예정이었다. 행사는 제대로 시작조차 못했다. 욕설과 악다구니는 금새 몸싸움으로 번졌다. 혐오와 저주의 언어는 정치적 구호로 바뀌었다. 성 소수자에 대해 차별하지 말아야 한다는 규정을 동성애 합법화 쯤으로 여기는 이들은 대화할 의사도, 능력도 없는 듯 했다. 강당을 가득 채운 이들은 이렇게 외쳤다. “동성애 반대, 동성애 안돼.”

공청회를 힘으로 무산시킨 뒤에도 이들은 쉽게 자리를 뜨지 않았다. 더러는 ‘승리감’에 들떴고, 더러는 공청회 재개 가능성 자체를 차단하고 싶어했다. 일부 성 소수자 인권운동가들이 연단에서 구호를 외치자, 삽시간에 그들을 에워싸고 힘으로 제압하기도 했다. 교회의 부흥회를 연상시키는 장내 열기는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신앙 간증마냥, 여러 사람의 발언이 이어졌다. 박원순 시장에게 “손자가 당신과 결혼하자고 하면 어떻게 할 것이냐”고 살차게 묻던 중년의 여성은 “소수자 인권이란 미명 아래 정치적 이득을 취하려는 것 아니냐”고 쏘아 부쳤다. 서명용지를 손에 쥔 다른 여성은 인권헌장 통과와 국가안보의 상관관계를 조목조목 따지더니, “엄마들이 나서야 한다. 살림은 잠시 뒤로 미루라. 나라가 걱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내 장내에선 애국가가 울려 퍼졌고, 모두들 ‘대한민국 만세’를 삼창했다.

행사 초반부터 〈한겨레TV〉와 〈오마이TV〉 취재진을 향한 야유와 고함이 간간히 이어졌다. 급기야 연단에서 “취재를 거부하니 나가달라”는 외침이 들려왔다. 사람들이 카메라를 가로막고 섰다. “나가라. 나가라.” 합창마냥 구호가 울려 퍼졌다. 취재진은 쉽게도 문 밖으로 밀려났다. 장내에선 다시 환호성이 메아리 쳤다. “시 청사에서 이게 무슨 짓이냐”는 항의에 카메라를 밀치던 노년의 남성은 이렇게 쏘아 부쳤다. “나가라면 나가지 무슨 말이 그렇게 많아. 우리가 나가라면 무조건 나가는 거야. 그러니까 왜 동성애를 찬성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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