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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인 아버지를 따라 15살 나이에 수행을 시작해 27살 나이에 속세로 나온 아들. 속세로 나온 지는 5년 그의 삶은 어떨까? | “서른 둘 청년에게는 매일매일이 삶의 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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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을 넘지 않는 겸허한 물줄기
80리 하동땅을 적시며 남해로 흘러드는 섬진강변 악양의 4개 마을은 예부터 이상향으로 손꼽히던 곳입니다.
지리산 품에 안겨 주렁주렁 탐스런 가을이 익어가는 마을

처마다 끝에 놀고 있는 가을볏도 아까우니 등 따스울 때 서둘러야 한다나요.
호기롭게 망치 하나로 달려든 집수리.

깊은 산꼴짜기에서 12년을 살다가 하산했다는 청년에게는 이곳이 극락이라고 합니다.

열 다섯 소년이 스물 일곱 청년이 되어 시작한 홀로서기.
울긋불긋 등불 켠 단풍잎이 숲속 환하게 밝힌 화개 내원골에 가기 시작한 건 꽤 오래됬다고 하죠.

아버지에게 가는 길 마중나와 있는 건 은근히 피하고 싶었던 지게짐.
빈 몸으로도 오르기 힘한 험한 산길은 십 수년동안 지게질에 단련됬다는 어깨도 오래 견디지 못합니다.

속도가 더디면 어떤가요 갈 길 아직 멀어도 가을길 눈길 닿는 곳마다 호사인걸요.
가빠오는 숨은 천천히 고르고 계곡에 짐부터 부려놓습니다.
하늘이 높아진만큼 더욱 깊어진 골짜기
내원골 아버지의 집 사리문이 어찌나 반가운지요.

푹푹 더운 김을 뿜은 후에 마시는 샘물 한바자기만큼 달콤한 것이 또 있을까요?
속가의 아들인 그를 두고 오래 전 출가한 아버지는 내원골에서 홀로 수행중입니다.
중학교 때 스스로 아버지를 따라 산에 들어왔다는 아들은 한동안 이곳에서 수행도 함께 했다죠.
이제 아들이 처소에 찾아오는 것은 두어달에 한번쯤
겨울이 닥쳐오기 전에 미리 땔깜을 마련해두어야 합니다.
익숙하게 일을 돕습니다.

아버지이자 유일한 벗이면서 스승이었던 스님을 위해 모처럼 군불을 지어보는 아들
세상과 어울려 살고 싶어 훌쩍 스님 곁을 떠났지만 늘 마음 한자락은 이곳에 있었습니다.

서러웠던 것도 옛 일
입 맛을 꼭 뺴 닮은 두 사람은 사이좋게 끼니를 준비합니다.
쫄깃 쫄깃 삶아 낸 국수에 고추장과 들기름 양념 거기에 묵은 김치 한 그릇이면 완벽하죠.

가을 햇볕이 바삭 거리는 오후.
가장 가까우면서도 멀리 있는 아버지.
둘이 함께였으면서도 늘 외로운 그에게 벗이 되어준 건 자연이었다죠.
마음 시끄러울 때면 찾곤 했다는 폭포.
단풍비 흐드러져 내리는 폭포는 모두 내려놓으면서 아름다움의 절정을 이룹니다.


가지마다 휘어지도록 매달린 감이 대풍을 이룬 마을
동네 어머니들 대표 아들인 그는 마을 사무장으로도 일한다죠.
주머니 열때마다 알알히 채운 감을 얼마나 쏟아냈을까요?
덕분에 그득하게 상자가 쌓입니다.
농사를 짓지 않아도 어르신들 인심 덕에 먹을 것들 넘쳐납니다.
걱정하면 뭐하겠습니까
쉬엄쉬엄 다시 시작하면 언제가는 완성될 날이 오곘지요.

서른 둘 청년에게는 매일매일이 삶의 절정
나란히 함꼐 웃고 나누며 사는 지금이 후회없이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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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tegory
다큐멘터리 - Documentary
Tags
EBS, EBS documentary, EBS 다큐멘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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