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 공감 - 남자의 일생
평생 바다와 갯벌을 오가던 발걸음은 갈수록 더디게 걸어지고 펄펄 날아다니며 잡던 그 많던 낙지들은 이제 손에 잡히지 않았다
바다를 보며 꿈을 꾸던 까까머리 소년에서 서울을 동경하며 바람처럼 섬을 떠났다 다시 돌아오곤 했던 사내들 세상 겁나는 것 없고 머리 끝까지 치기 어리던 시절을 지나 결국, 자식들 먹여 살리고 가르치고 시집장가 보내느라 나는 뒷전이었던 삶. 여든을 맞이한 남자들 인생의 역정은 서로 비슷한 듯 다르다.
누군가는 아내를 먼저 보내고 누군가는 자식을 가슴에 품었다.
평범했지만 온 힘을 다해 살아낸 세월.. 돌아보면 누군가는 허무하고 또 누군가는 불행했다 할지 모르나 그럼에도 당신들이 보낸 세월은 대단했다. 황혼의 나이...여든 해 쯤 살면 몰랐던 인생의 다른 맛을 알게 될까?
■ 쌍둥이 낙지 어부 형 홍쌍수 (83)
오늘도 뻘에 갔다 낙지 딱 한 마리 잡고 돌아왔다.
예전엔 낙지 하면 이 홍쌍수를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고 했다.
쌍둥이 동생 쌍섭이랑 무안 쌍둥이 낙지로 이름 꽤나 날렸다.
세월이 변한 건지 갯벌이 예전 같지 않은지... 낙지 잡으러 뻘에 가는 일이 점점 줄어들면서 마당에 앉아 해바라기 하는 일만 많아졌다. 홍쌍수씨는 날이 갈수록 아내한테 의지하는 일도 많아졌다.
갈수록 아내 바라기가 되어 가는데....
■ 쌍둥이 낙지 어부 동생 홍쌍섭 (83)
평생 낙지 잘 잡은 걸 자부심으로 살지만 사실 다른 꿈을 꾸고 살았다.
노래를 잘해서 다들 가수가 되라고 했다는데 지금은 마당에 홀로 앉아 혼자 노래 부르는 게 그저 낙이다.
육십이 되어서야 내 집을 마련하고 사나 했는데 덜컥 아내가 떠나고 옷 한 벌 제대로 지어주지 못하고 보낸 아내는 지금도 미안함으로 남아있다. 곧 아내의 기일이 돌아온다.
■ 갯벌마을 남자들- 추교유 (81)
척추가 안 좋아 걷기 힘들어진 아내를 5년간 병수발하며 살았다.
젊을 때 힘들게 했으니 이제는 내가 갚을 차례라고 여기고 최선을 다하려고 애쓰며 산다.
당뇨까지 겹친 아픈 아내의 밥상을 차리고 먹여주고 같이 걷는다.
일을 너무 많이 해서 그런가 싶어 마음이 짠하다.
그런 아내가.... 하늘로 돌아갔다. 산다는 건.... 이런건가? 여든이 되어서야 되물어본다.
■ 갯벌마을 남자들 - 안덕환 (79)
다른 섬의 친구들이 그랬듯 그도 열여섯에 부모 몰래 서울행 기차를 탔다.
국도극장 앞에서 표도 팔고 안 해 본 것 없이 자유롭게 바람처럼 살았다.
그 기세로 고향에 내려와 김 사업도 크게 했다.
“대한민국 어패류 상인들 중에 날 모르는 사람은 상인이 아니어”라고 할 정도였다.
그런 그도 자식 앞에서는 작았다. 8개월 전 큰 아들이 먼저 세상을 떠났다.
일하는 큰 밭 한 가운데 아들을 묻었다. 밭에 와 일할 때마다 아내는 울고 간다.
그 손자들 등록금 때문에 지금도 큰 농사일을 놓지 못하고 있는데...
#갯벌 #인생보고서 #낙지
평생 바다와 갯벌을 오가던 발걸음은 갈수록 더디게 걸어지고 펄펄 날아다니며 잡던 그 많던 낙지들은 이제 손에 잡히지 않았다
바다를 보며 꿈을 꾸던 까까머리 소년에서 서울을 동경하며 바람처럼 섬을 떠났다 다시 돌아오곤 했던 사내들 세상 겁나는 것 없고 머리 끝까지 치기 어리던 시절을 지나 결국, 자식들 먹여 살리고 가르치고 시집장가 보내느라 나는 뒷전이었던 삶. 여든을 맞이한 남자들 인생의 역정은 서로 비슷한 듯 다르다.
누군가는 아내를 먼저 보내고 누군가는 자식을 가슴에 품었다.
평범했지만 온 힘을 다해 살아낸 세월.. 돌아보면 누군가는 허무하고 또 누군가는 불행했다 할지 모르나 그럼에도 당신들이 보낸 세월은 대단했다. 황혼의 나이...여든 해 쯤 살면 몰랐던 인생의 다른 맛을 알게 될까?
■ 쌍둥이 낙지 어부 형 홍쌍수 (83)
오늘도 뻘에 갔다 낙지 딱 한 마리 잡고 돌아왔다.
예전엔 낙지 하면 이 홍쌍수를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고 했다.
쌍둥이 동생 쌍섭이랑 무안 쌍둥이 낙지로 이름 꽤나 날렸다.
세월이 변한 건지 갯벌이 예전 같지 않은지... 낙지 잡으러 뻘에 가는 일이 점점 줄어들면서 마당에 앉아 해바라기 하는 일만 많아졌다. 홍쌍수씨는 날이 갈수록 아내한테 의지하는 일도 많아졌다.
갈수록 아내 바라기가 되어 가는데....
■ 쌍둥이 낙지 어부 동생 홍쌍섭 (83)
평생 낙지 잘 잡은 걸 자부심으로 살지만 사실 다른 꿈을 꾸고 살았다.
노래를 잘해서 다들 가수가 되라고 했다는데 지금은 마당에 홀로 앉아 혼자 노래 부르는 게 그저 낙이다.
육십이 되어서야 내 집을 마련하고 사나 했는데 덜컥 아내가 떠나고 옷 한 벌 제대로 지어주지 못하고 보낸 아내는 지금도 미안함으로 남아있다. 곧 아내의 기일이 돌아온다.
■ 갯벌마을 남자들- 추교유 (81)
척추가 안 좋아 걷기 힘들어진 아내를 5년간 병수발하며 살았다.
젊을 때 힘들게 했으니 이제는 내가 갚을 차례라고 여기고 최선을 다하려고 애쓰며 산다.
당뇨까지 겹친 아픈 아내의 밥상을 차리고 먹여주고 같이 걷는다.
일을 너무 많이 해서 그런가 싶어 마음이 짠하다.
그런 아내가.... 하늘로 돌아갔다. 산다는 건.... 이런건가? 여든이 되어서야 되물어본다.
■ 갯벌마을 남자들 - 안덕환 (79)
다른 섬의 친구들이 그랬듯 그도 열여섯에 부모 몰래 서울행 기차를 탔다.
국도극장 앞에서 표도 팔고 안 해 본 것 없이 자유롭게 바람처럼 살았다.
그 기세로 고향에 내려와 김 사업도 크게 했다.
“대한민국 어패류 상인들 중에 날 모르는 사람은 상인이 아니어”라고 할 정도였다.
그런 그도 자식 앞에서는 작았다. 8개월 전 큰 아들이 먼저 세상을 떠났다.
일하는 큰 밭 한 가운데 아들을 묻었다. 밭에 와 일할 때마다 아내는 울고 간다.
그 손자들 등록금 때문에 지금도 큰 농사일을 놓지 못하고 있는데...
#갯벌 #인생보고서 #낙지
- Category
- 다큐멘터리 - Documentary
- Tags
- KBS, 다큐멘터리, doc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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