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뚝새풀 죽을 아십니까? 김제평야 황금 들녘에서 보리 들밥을 만나다./ 전라북도 김제시 진봉면
진봉면의 보리밭은 단일면적으로 전국 최대 규모! 잘 익은 보리 수확이 한창이다. 지금은 콤바인이 그 일을 대신하지만, 예전에는 이 넓은 곳을 낫으로 수확했다고 한다. 수확부터 탈곡까지 모두 사람의 손으로 했던 그 시절. 땀 흘려 일하고 허기가 질 때쯤 아낙들이 새참을 준비하기 시작한다. 보릿고개 시절, 보리마저 부족할 때면 보리밭에서 나는 잡초 중 하나인 뚝새풀 씨앗을 훑어다 죽을 끓여 먹었다. 거친 보리가 부드러워질 때까지 삶아 감자를 넣어 양을 늘린 보리밥은 아침으로, 밥 위에 얹어 쪄낸 보리 개떡은 새참으로 제격이었다. 밥을 하고 나면 솥에 눌어붙은 누룽지를 박박 긁어먹던 것도 잊을 수 없는 추억이다. 새참이 오기 전, 풋보리를 베어다 불에 구워 손으로 비벼 껍질을 까먹다 보면 손과 입이 검댕 범벅이 되는 줄도 모른 채 고소한 맛에 빠진다. 황금빛 보리밭에서 뜨끈한 감자보리밥에 찰떡궁합인 우렁이 된장을 곁들이고 손으로 투박하게 뜯어 넣은 푸성귀까지 넣어 쓱쓱 비벼 먹다 보면 어느새 피곤과 땀이 씻겨 내려간다.
■ 산중 진미, 보리 주먹밥과 붉은 빛깔의 등겨장/ 경상남도 산청군 오부면
높은 산들에 둘러싸인 산간마을 산청군 오부면. 지금이야 건강식으로 또는 별미로 찾는 보리지만 예전에는 굶주림을 해결해준 고마운 양식이었다. 뙤약볕 아래 보리수확을 하고 이삭 하나마저 살뜰하게 챙겨 참외, 자두 같은 과일과 바꿔먹기도 했다. 보리 수확 철이면 이곳에선 보리 속껍질인 등겨로 등겨장을 담근다. 도넛 모양으로 반죽해 왕겨를 넣고 태운 은근한 불에 구워 만드는 등겨장은 사돈의 팔촌까지 와서 손을 벌릴 정도로 맛이 좋다고. 보리밥을 먹고 방귀 뀌던 이야기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있던 사이 보리 김치 국밥이 맛있게 끓는다. 이곳에서 먹는 또 다른 별미는 바로 호박잎에 싸 먹는 보리 주먹밥이다. 주먹밥 속에 된장에 박아둔 울외와 무장아찌를 곁들이면 한입 가득 어우러지는 그 맛이 꿀맛이다. 보리밥 한 술 더 먹기 위해 작은 터라도 있으면 보리를 심었다는 강기환씨. 그 말속에 한스러운 세월이 담겨있는 듯하다. 유명한 지리산 흑돼지가 맛있게 익어가고 등겨장 얹은 상추쌈에 김치 보리 국밥까지 한 상이 맛있게 차려졌다.
■ 줄새우 생채 무침에 보리밥을 쓱쓱~ 평생 단짝, 박영순씨와 박정현씨/ 전라남도 고창군 공읍면
남자도 하기 힘들다는 경운기운전을 척척 해내는 박영순씨. 오늘은 동네 단짝들을 태우고 줄새우를 잡으러 간다. 3년 전 세상을 떠난 남편이 줄새우를 좋아해 자주 잡으러 오셨다는데. 장비는 망태기 하나로 간소하지만, 실력은 훌륭하다. 열아홉에 시집와 평생을 이웃하며 살아오신 박영순씨와 박정현씨. 저승에 가서도 지금처럼 지내자며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줄새우를 확독에 넣고 갈아 보리고추장, 간장, 소금으로 양념해 줄새우 젓갈을 만들어 무생채에 무쳐낸다. 보리밥과 기막힌 궁합을 자랑하는 줄새우 생채 무침은 맛 뿐만 아니라 소화에도 으뜸이란다. 남편이 좋아했던 또 다른 음식은 바로 풋보리 찜. 푸른기가 도는 풋보리를 쪄 주전부리로 한입 두입 먹다보니 배고팠던 옛 기억이 떠오른다. 보리 베는 이맘때는 농부가 가장 바빠질 시기인데, 이곳에서는 농찬으로 보리 된장으로 간을 한 장엇국과 보리밥을 낸다. 든든한 줄새우 생채 무침에 장엇국과 보리밥, 그리고 주전부리로 풋보리 찜까지! 고창 공음면에서 맛보는 밥상이 기대된다!
■ 널벅지, 도사견, 굼뱅이, 떼까오, 황새... 톡톡 튀는 궁지호박마을 아짐들의 보리밥 한 상 / 전라북조 김제시 궁지호박마을
보리 수확이 끝나는 6월이면 모내기 철로 접어든다. 예전부터 두레가 발달했다는 궁지호박마을에서는 벌써 모내기가 한창이다. 손이 커서 널벅지, 다리가 길어서 황새, 목소리가 커서 때까오. 각자의 특징에 맞게 붙은 별호를 부르면서 놀며 경쟁하며 일한다. 이곳에서의 새참은 바로 보리 튀밥! 보리 튀밥 한주먹에 물 한 모금 마시며 허리를 폈다고 한다. 경상도에서 등겨장을 담가 먹는다면 전라도에서는 보리고추장을 담가 먹는다. 보리를 잘게 부숴 찐 다음 청국장 띄우듯 띄워 만든 것인데, 그 맛이 좋아 몰래 훔쳐가고 싶을 정도라고. 머위 껍질, 뒤안마늘, 서대에 보리고추장을 버무려 만든 장아찌는 진득하게 씹히면서 감칠맛이 도는 게 별미란다. 정이 많아 널벅지라는 별호를 얻은 정순기씨. 부잣집 막내딸로 시집와 보리밥 먹으며 울기도 많이 했다고! 미워하는 것보다 정주고 퍼 주는 것이 좋아 나누며 살았다는 널벅지 정순기 아짐의 손은 지난 고생을 말해준다. 굳은살 박인 손으로 둥글게 부쳐낸 치자 물 들인 보리 전이 맛깔스러워 보인다. 널벅지 아짐 정순기씨의 풍성한 보리밥 한 상을 맛본다.
한국인의 밥상 (목요일 저녁 7시 40분 KBS1)
“까칠해서 더 좋다, 보리와 푸성귀” (2016년 6월 16일 방송)
#한국인의밥상 #보리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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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봉면의 보리밭은 단일면적으로 전국 최대 규모! 잘 익은 보리 수확이 한창이다. 지금은 콤바인이 그 일을 대신하지만, 예전에는 이 넓은 곳을 낫으로 수확했다고 한다. 수확부터 탈곡까지 모두 사람의 손으로 했던 그 시절. 땀 흘려 일하고 허기가 질 때쯤 아낙들이 새참을 준비하기 시작한다. 보릿고개 시절, 보리마저 부족할 때면 보리밭에서 나는 잡초 중 하나인 뚝새풀 씨앗을 훑어다 죽을 끓여 먹었다. 거친 보리가 부드러워질 때까지 삶아 감자를 넣어 양을 늘린 보리밥은 아침으로, 밥 위에 얹어 쪄낸 보리 개떡은 새참으로 제격이었다. 밥을 하고 나면 솥에 눌어붙은 누룽지를 박박 긁어먹던 것도 잊을 수 없는 추억이다. 새참이 오기 전, 풋보리를 베어다 불에 구워 손으로 비벼 껍질을 까먹다 보면 손과 입이 검댕 범벅이 되는 줄도 모른 채 고소한 맛에 빠진다. 황금빛 보리밭에서 뜨끈한 감자보리밥에 찰떡궁합인 우렁이 된장을 곁들이고 손으로 투박하게 뜯어 넣은 푸성귀까지 넣어 쓱쓱 비벼 먹다 보면 어느새 피곤과 땀이 씻겨 내려간다.
■ 산중 진미, 보리 주먹밥과 붉은 빛깔의 등겨장/ 경상남도 산청군 오부면
높은 산들에 둘러싸인 산간마을 산청군 오부면. 지금이야 건강식으로 또는 별미로 찾는 보리지만 예전에는 굶주림을 해결해준 고마운 양식이었다. 뙤약볕 아래 보리수확을 하고 이삭 하나마저 살뜰하게 챙겨 참외, 자두 같은 과일과 바꿔먹기도 했다. 보리 수확 철이면 이곳에선 보리 속껍질인 등겨로 등겨장을 담근다. 도넛 모양으로 반죽해 왕겨를 넣고 태운 은근한 불에 구워 만드는 등겨장은 사돈의 팔촌까지 와서 손을 벌릴 정도로 맛이 좋다고. 보리밥을 먹고 방귀 뀌던 이야기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있던 사이 보리 김치 국밥이 맛있게 끓는다. 이곳에서 먹는 또 다른 별미는 바로 호박잎에 싸 먹는 보리 주먹밥이다. 주먹밥 속에 된장에 박아둔 울외와 무장아찌를 곁들이면 한입 가득 어우러지는 그 맛이 꿀맛이다. 보리밥 한 술 더 먹기 위해 작은 터라도 있으면 보리를 심었다는 강기환씨. 그 말속에 한스러운 세월이 담겨있는 듯하다. 유명한 지리산 흑돼지가 맛있게 익어가고 등겨장 얹은 상추쌈에 김치 보리 국밥까지 한 상이 맛있게 차려졌다.
■ 줄새우 생채 무침에 보리밥을 쓱쓱~ 평생 단짝, 박영순씨와 박정현씨/ 전라남도 고창군 공읍면
남자도 하기 힘들다는 경운기운전을 척척 해내는 박영순씨. 오늘은 동네 단짝들을 태우고 줄새우를 잡으러 간다. 3년 전 세상을 떠난 남편이 줄새우를 좋아해 자주 잡으러 오셨다는데. 장비는 망태기 하나로 간소하지만, 실력은 훌륭하다. 열아홉에 시집와 평생을 이웃하며 살아오신 박영순씨와 박정현씨. 저승에 가서도 지금처럼 지내자며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줄새우를 확독에 넣고 갈아 보리고추장, 간장, 소금으로 양념해 줄새우 젓갈을 만들어 무생채에 무쳐낸다. 보리밥과 기막힌 궁합을 자랑하는 줄새우 생채 무침은 맛 뿐만 아니라 소화에도 으뜸이란다. 남편이 좋아했던 또 다른 음식은 바로 풋보리 찜. 푸른기가 도는 풋보리를 쪄 주전부리로 한입 두입 먹다보니 배고팠던 옛 기억이 떠오른다. 보리 베는 이맘때는 농부가 가장 바빠질 시기인데, 이곳에서는 농찬으로 보리 된장으로 간을 한 장엇국과 보리밥을 낸다. 든든한 줄새우 생채 무침에 장엇국과 보리밥, 그리고 주전부리로 풋보리 찜까지! 고창 공음면에서 맛보는 밥상이 기대된다!
■ 널벅지, 도사견, 굼뱅이, 떼까오, 황새... 톡톡 튀는 궁지호박마을 아짐들의 보리밥 한 상 / 전라북조 김제시 궁지호박마을
보리 수확이 끝나는 6월이면 모내기 철로 접어든다. 예전부터 두레가 발달했다는 궁지호박마을에서는 벌써 모내기가 한창이다. 손이 커서 널벅지, 다리가 길어서 황새, 목소리가 커서 때까오. 각자의 특징에 맞게 붙은 별호를 부르면서 놀며 경쟁하며 일한다. 이곳에서의 새참은 바로 보리 튀밥! 보리 튀밥 한주먹에 물 한 모금 마시며 허리를 폈다고 한다. 경상도에서 등겨장을 담가 먹는다면 전라도에서는 보리고추장을 담가 먹는다. 보리를 잘게 부숴 찐 다음 청국장 띄우듯 띄워 만든 것인데, 그 맛이 좋아 몰래 훔쳐가고 싶을 정도라고. 머위 껍질, 뒤안마늘, 서대에 보리고추장을 버무려 만든 장아찌는 진득하게 씹히면서 감칠맛이 도는 게 별미란다. 정이 많아 널벅지라는 별호를 얻은 정순기씨. 부잣집 막내딸로 시집와 보리밥 먹으며 울기도 많이 했다고! 미워하는 것보다 정주고 퍼 주는 것이 좋아 나누며 살았다는 널벅지 정순기 아짐의 손은 지난 고생을 말해준다. 굳은살 박인 손으로 둥글게 부쳐낸 치자 물 들인 보리 전이 맛깔스러워 보인다. 널벅지 아짐 정순기씨의 풍성한 보리밥 한 상을 맛본다.
한국인의 밥상 (목요일 저녁 7시 40분 KBS1)
“까칠해서 더 좋다, 보리와 푸성귀” (2016년 6월 16일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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