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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사장님이 농부가 된 사연은? 헤이리 예술마을에 이날치밴드가 떴다! | 자연의 철학자들 57부 농사는 예술이다 (KBS 20230519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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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죽 팔던 천호균, 대장 농부가 되다
만물이 소생하는 봄의 텃밭, 알록달록 봄처럼 화려한 옷을 입은 부부가 있다. 경기도 파주시에서 예술로 농사짓는 천호균(75) 씨와 그의 아내 정금자(71) 씨. 천호균 씨는 90년대 패션을 이끌던 ㈜쌈지의 대표였다. 화학제품을 쓰지 않는 ‘천연가죽’을 강조하며 가방을 팔던 그는 가죽을 만들기 위해 동물의 생명을 앗아간다는 걸 미처 생각지 못했다. 문득 ‘아차’ 싶었던 호균 씨는 자연사한 동물의 가죽을 구해보려 했지만, 그 어떤 업체도 답을 주진 못했다. 생명 사랑이 남다른 주변의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받았던 호균 씨는 ‘내가 과연 좋은 물건을 만들고 있는 게 맞는가?’ 하는 고민에 빠졌다. 그의 삶이 반전되는 순간이었다. 그는 더 이상 가죽가방을 만들지 않고, 생명을 불어넣는 일을 하기로 방향을 바꿨다.
파주 헤이리 예술마을에 터를 잡은 호균 씨는 농사가 예술이라 말한다. 시와 소설을 짓듯 오랜 시간 정성 들여 생명 깃든 곡식을 창조해내는 농부는 예술가이며 가장 창조적인 직업이란다. 농사로 예술을 하는 호균 씨는 공동경작을 하는 텃밭 공동체 모임에서 ‘대장 농부’로 통한다. 가죽가방을 팔던 그가 이제는 대장 농부가 된 것이다. 그는 앞으로의 여생을 자연에 사과하며 생명을 위해 살아가려 한다.

■ 생명 사랑 헤이리
약 5년 전, 호균 씨가 사는 헤이리 예술마을에서 예술인들이 모여 ‘생명 사랑 헤이리’를 선언했다. 자연을 파괴하고, 생명이 사라지는 현실에 대해 반성하며 자연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을 논의한 것이다. 당시 호균 씨는 무슨 생명 사랑을 할까 고민하다가 닭을 멋지게 키워보기로 마음먹었다. 공장으로 팔려 갈 운명이던 닭, 동네 아이들이 아파트에서 키우다가 맡긴 닭, 이웃 화가가 부탁한 닭... 여기저기서 하나둘 받아 키우다 보니 어느덧 호균 씨의 닭장은 다양한 닭들로 가득하다. 누군가의 식탁을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닌, 그저 닭으로서 제 생명을 사는 닭으로 키우고 싶다는 호균 씨. 생명 사랑으로 닭을 키우게 된 그는 닭들과 자신 중 누가 더 오랫동안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는지 경쟁하며 살아간다.

■ 식물에 감사해
고수꽃, 무꽃, 배추꽃, 한련화 등이 만발한 ‘에너지 자립 온실’에 밴드 이날치가 왔다. 화려한 무대도, 열광하는 관중들도 없는 이곳에 이날치 밴드가 온 이유는 무엇일까?
천호균 씨는 농부와 자연이 동업해야만 되는 게 농사인데, 이득은 농부만 갖고 동업자인 자연에겐 주는 게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섬광처럼 스친 생각, 3년 전 스페인 바르셀로나 리세우 대극장에서 사람 대신 식물 관객을 앉혀놓고 연주한 공연이었다. 그 공연을 떠올리며 호균 씨도 식물들에게 감사함을 표현하고 싶었다. 그런 호균 씨의 제안에 흔쾌히 응한 이날치 밴드는 대표곡 ‘범 내려온다’를 부르며 식물을 위한 공연을 바친다.

■ 예술로 농사짓자
예로부터 농부는 콩을 심을 때 세 알을 심는다고 했다. 한 알은 땅속에 있는 벌레들이 먹고, 또 한 알은 땅 위에 있는 새와 동물들이 먹고, 나머지 한 알은 이웃과 사람들이 나눠 먹기 위함이라는 농부의 말을 기억하며 호균 씨는 아내 금자 씨와 함께 꼭 씨앗 세 알을 심는다. 금자 씨가 골을 파서 심을 때나, 호균 씨가 손으로 심을 때나 기특ㅣ하게 자라주는 씨앗을 보며 그는 ‘농사는 다름의 포용’이라 말한다. 그는 지금 흙의 위대한 힘으로 ‘다름의 포용’을 보여주는 농사에 무아지경으로 빠져있다.
호균 씨에게 농부는 신이 내린 가장 창조적인 직업이다. 예술가들이 작품을 만들 듯 오랜 시간 정성 들여 농사를 짓는 호균 씨는 예술로 농사짓자는 약속을 지키고 싶다.

내츄럴 휴먼 다큐 자연의 철학자들 - 57회 '농사는 예술이다' 2023년 5월 19일 방송

#자연의철학자들 #이날치 #식물
Category
다큐멘터리 - Documentary
Tags
KBS, 다큐멘터리, doc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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