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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목항, 200일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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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지난달 31일 전남 진도에는 추적추적 비가 내렸다. 썰렁한 팽목항(진도항)은 외로이 거센 바람과 맞서고 있었다. 다만 우산을 받쳐든 시민 너댓명이 노란 리본을 새긴 붉은색 등대 주변을 지키고 있었다.
 몸을 가누기조차 버거울 정도의 바람은 1일에도 이어졌다. 오전 8시께, 실종자 아홉분의 빠른 귀환을 기원하는 아침 예불이 천막 법당에서 시작됐다. 목탁과 독경 소리가 바람을 뚫고 부두를 감쌌다. 단원고 2학년 8반 고 이승현군의 아버지 이호진씨는 “200일이 되니까, 날씨며 바람이 꼭 4월16일과 똑같다. 그날도 오늘처럼 거세게 바람이 불더니, 곧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점심 무렵 빗발이 잦아들었다. 때맞춰 항구 주차장으로 버스가 들어왔다. ‘세월호 3년상을 치르는 광주 시민상주모임’ (시민상주모임)회원 280여명이 관광버스 5대에 나눠타고 팽목항을 찾았다. 오전부터 하나둘씩 모여든 시민들까지 어우러지면서, 팽목항이 아연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시민상주모임이 참사 200일을 기리기 위해 마련한 추모문화제의 주제는 ‘기억에 새기다’였다.
 295명이 주검으로 발견됐다. 9명은 아직도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200번째 맞은 4월16일, 달라진 것은 무엇인가? 팽목항 난간에 걸린 실종자 아홉분의 이름을 다시 새긴다.
 
조은화양
“2학년 1반 다 모였는데, 은화만 빠졌구나. 애타게... 피가 마르도록 기다린다.”
 
허다윤양
“다윤아! 사진 속에서 웃지만 말고 어서 와야지, 내 강아지!!!”

남현철군
“2학년 6반 남현철을 찾습니다. 인상특징은 딱 보면 ’현철’입니다.”
박영인군
“2학년 6반 막내 영인이를 빨리 돌려 주세요. 제발요!!!”
고창석 선생님
“멋진 배영 폼으로 세월호를 그냥 박차고 나오시면 안되나요?”
양승진 선생님
“저희들 서로 잘 챙겨주고 있으니 걱정마시고 그만 물 밖으로 올라가셔요.”
권재근님
“아빠 어디갔어. 제주가면 말 태워 주신댔잖아.”
 
권혁규 어린이
“오늘도 지현이는 문만 쳐다본다. 무등 태워주러 오빠가 올 거라면서,”
 
이영숙님
“엄마, 여보, 언니, 누나, 고모, 이모, 동생, 며늘아가야. 어디 있노, 얼른 온나.”
연출 : 이규호 정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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