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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경의 '카프카 날씨 1'[시 읽는 토요일 #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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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카 날씨 1 / 허수경
이 거리 처음 본다
이 건물들 본 적 없다
이 사람들 모른다
그들은 내가 여기에서 이십 여년째
살고 있다고 하는데
나는 이곳을 처음 방문한 것 같다
국경을 넘어서 들어오는 사람들 속에
강도와 테러리스트들이 끼어 있다고 했다
그들은 천년 전에 지어진 수도원을
내가 어제 폭파했다고 했다
그 수도원에는 이 지상에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방언들을 모은 자료실이 있었다고 했다
그러니까 내가
그 말들을 함께 폭파한 거라고 했다
나는 어제 집에만 있었는데!
천년을 살아도 낯선 내 그림자가 발목을 잡아 놓아주지 않았는데!
영원히 계속될 것 같은 잠 속에서 깨어나면
투명한 벌레 한 마리가 될 날씨다
종소리는 공중에서 유리조각으로 흩어지고
잠이 덜 깬 잘 아는 얼굴은 황망히 도시를 떠난다
가방을 끄는 소리도 시끄러웠지
누군가 끌고 가는 바퀴가 달린 가방만큼
어릿하게 슬픈 세계는 없었다
기획: 박유리, 제작: 한겨레TV, 낭송: 박유리, 영상편집: 위준영, 사진: 강창광, 김성관, 류
우종, 장철규, 박종석, 강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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