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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병승의 '리타의 습관'[시 읽는 토요일 #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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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타의 습관 / 황병승

나는 가족들과 함께 식사하는 것을 싫어했어요
리타 아침 먹어라 리타 배도 안 고프니 리타! 리타!
새엄마의 발소리가 사라진 뒤에야, 나는 도어 록을 풀고 식당으로 내려가죠
대개 가족들이 식사를 마치고 난 후에 혼자서 밥을 먹는데
어떤 날, 내가 미처 모르는 무슨무슨 기념일이나 축하연 자리에
언니 형부 이모 나부랭이들이 식당을 꽉 메워버린 날,
맙소사! 그런 날은 마치,
새엄마가 나를 똥구덩이에 처넣은 듯한 기분이 들곤했죠
그 피할 수 없는 함정,
처음엔 입을 다물었어요
다음엔 용기를 내어 옆사람의 수프를 떠먹었고
그 다음엔 이모부에게 이렇게 말했죠
내 꺼 볼래?
나는 집에 있을때면 늘 혼자 밥먹는 것을 좋아했어요
나의 연기는 점점 무르익어갔고, 새엄마는 더 이상 나
를 가족들과의 식사에 부르지 않았죠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나와 가장 친한 폴이나 낸시를
만나 식사를할 때도
나는 나도 모르게 연기를 하는 거예요
그간의 일들을 차근차근 얘기하고 싶은데
입 안 가득 미끄덩거리는 음식과 범벅이 되어버린 말들
뱉어낼 수 없었죠, 도무지
포크는 쉬지 않고 음식을 찍어대고
더 이상 씹어야 할 내 몫의 음식이 남지 않았을 때
웨이터를 불렀어요, 식사 도중이었지만
낸시의 스테이크 접시를 당장 치우라고 비명을 질렀죠
그리고는 냅킨을 집어던지며
폴과 낸시를 향해 막무가내로 퍼붓는 거예요
날 굶겨 죽이고 싶겠지? 미치겠지? 너희 둘, 어림도 없
어! 계획대로 될 것 같아? 무슨 계획? 꿈도 꾸지마!!
아무도 웃지 않았죠

나는 단지 가족들과 함께 식사하는 걸 싫어했을 뿐인데.
요즘은 침대 밑에서 먹어요
메어리는 안쓰럽다는 듯이 내게 말을 건네죠
리타, 이리 나와요 거긴 너무 어둡고...... 샐러드가 코로 들어가겠어요
그럼 난 이렇게 대꾸하죠
걱정 마세요 수간호사님, 이건 그저 연기일 뿐이니까요
기획: 박유리, 제작: 한겨레TV, 낭송: 박유리, 영상편집: 위준영, 영상: 이경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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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채널 - TV Chann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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