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없는 와인을 마시기엔 인생이 너무 짧다.’ 괴테의 말을 떠올리며 독일 와인 전문가의 첫 여정은 모젤강과 라인강에 흐르는 포도 향기를 따라간다. 독일 와인의 역사는 2천 년 전, 로마제국에 의해 시작되었다. 모젤강(Mosel) 인근에 자리한 도시 트리어(Trier)는 고대 로마제국이 독일 땅에 처음 발을 디디고 건설한 도시다. 구시가에 모여 있는 로마 시대 건축물 중 대표적인 포르타 니그라(Porta Nigra). 외적을 방어하기 위해 건설된 성벽과 성문으로 지금도 트리어의 길목을 지키고 있다. 트리어 구시가를 걷다 보면 눈에 띄는 거리 와인 노점 바인슈탄드(Weinstand)에서는 주로 모젤강변에서 생산되는 화이트 와인, 리슬링 와인(Riesling Wine)을 판매한다. 복합적 향기와 높은 산미, 섬세한 과일 풍미 등 리슬링은 까다로운 맛의 조건을 가졌지만, 모젤강의 독특한 환경은 이 모든 조건을 채워준다. 다른 나라 포도 산지에 비해 서늘한 기후에 큰 일교차를 가진 이 지역에서는 6주 이상 포도 수확 시기를 조절할 수 있어 다양한 맛의 와인을 제조해 낸다. 부족한 일조량은 강변의 높은 비탈에 포도밭을 조성해 해결한다. 유명한 포도 산지 피스포트(Piesport)에서 ‘황금물방울(Goldtröpfchen)’이라 불리는 최고의 리슬링 포도밭을 구경하고, 로마 시대 때 사용한 재래식 포도 압착 시설을 살펴본다. 모젤강과 함께 빼놓을 수 없는 리슬링 와인의 중심지, 라인강(Rhein). ‘라인강의 진주’라 불리는 도시 뤼데스하임(Rüdesheim)에서 포도밭과 라인강을 조망할 수 있는 니더발트 기념상(Niederwalddenkmal)을 지나, 큐레이터의 지인 요헨 라첸베르거 씨의 농장을 찾아간다. 라인강변 포도밭의 아슬아슬한 비탈을 직접 경험하며 농부들의 땀방울을 생각한다. 최고의 포도를 길러낼 뿐 아니라 독일 역사에서 언제나 중요한 역할을 해 온 라인강. 옛 왕족과 귀족 가문들은 강변에 성을 지어 놓고 라인강을 감상하기도 하고, 관리하기도 했다. 그 시절 성주가 된 듯 고풍스러운 중세 성에서 즐기는 향기로운 리슬링 와인과 붉게 물드는 강 풍경까지. 라인강의 깊은 정취에 흠뻑 취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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