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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들여지지 않는 불. 언제 분화할 지 모르는 화산. 그들은 왜 화산에 살고 있을까? (KBS 20061118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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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스페셜 - 화염산과의 동거- 동남아 火山 지대의 사람들 [1편] 불의 고리 속에서

1. 화산, 길들여지지 않는 불
하루에도 몇 차례씩 원폭의 버섯구름 같은 열과 연기를 내뿜는 크고 작은 분화구, 주변의 나무들을 모두 잿빛으로 만들어 버리는 열기,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으면 숨조차 쉴 수 없게 만드는, 지독한 유황 냄새. 거대한 불덩어리를 간직한 화산은, 그렇게 온몸으로 인간을 거부하고 있었다.
인간의 역사는 불을 정복하면서 시작되었으나 끝내 길들이지 못한 하나의 불이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화산이다.
취재진이 만났던 인도네시아의 머라삐와 브로모, 그리고 필리핀의 마욘 화산은 모두 살아있는 불을 품고 있는 활화산이었다.
그 불덩이가 내쉬는 뜨겁고 거대한 숨결 앞에서 인간은 다시 태고의 미약한 존재로 돌아갈 수 밖에 없다.

2. 얀또, 화산 위의 포토그래퍼
극한의 상황에서도 인간은 스스로의 살 길을 개척해 나간다. 여기, 머라삐에서도 삶의 방식은 다양하게 존재한다. 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는 얀또는 머라삐 화산을 찍고 그 사진을 팔아 생계를 이어가는 사진가다.
즉석카메라로 관광객들의 기념사진을 찍어주던 얀또는 매일 연기를 뿜어내는 머라피를 생생한 기록으로 남겨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이를 위해 어렵지만 수동 카메라를 장만하게 되었다.
매일 다른 강도로 뿜어져 나오는 화산 연기를 예측하고, 위험 수위에 맞춰 화산에 접근할 수 있어야 머라삐의 포토그래퍼가 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얀또는 자신이 살고 있는 환경을 가장 현명한 방향으로 활용한 셈이다.

3. 화산이 휩쓸고 간 자리, 마르요또와 베로니카
아내와 함께 살고 있는 마르요또는 1994년에 있었던 머라삐 분화에서 간신히 살아남았다. 결혼식 하객들 가운데 집 안에 있던 스물 다섯 명이 죽었고, 그만 유일하게 살아남았지만, 용암 가스로 인해 흉측하게 녹아내린 몸을 갖게 되었다.
10년이 넘게 지났어도 화상을 입은 피부의 흉터는 날마다 고통스럽게 당기고, 그 고통 만큼이나 강력한 마음 속의 트라우마도 여전히 마르요또를 괴롭히고 있다. 그런 그를 지켜주는 것은 아내 뿐이다.
필리핀 마욘 화산 경보 당시 피난 캠프에서 만난 베로니카 할머니도 마찬가지다.
1993년 분화한 화산으로 인해 남편도 잃고 자신의 팔도 뜨거운 용암 가스에 데었지만 할머니는 여전히 화산 인근의 부요안 지역에서 자식들과 살고 있다. 가장 가까운 곳에서 그들이 목격했던 불의 재앙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재난 이후에도 화산을 떠나지 못하는 것은 또 무슨 이유일까.

4. 그들은 왜 화산에 살고 있을까.
대한민국, 해마다 수해가 발생하는 상습 수몰 지역에도 사람들은 살고 있다.
이 땅에서 가장 낮은 신분의 사람들이 가장 낮은 지역에 살다, 그나마 가진 것을 잃는다.
그러나 인도네시아에서는 그 반대다.
못 가진 사람들이 먹을 것을 찾아, 돈벌이를 찾아, 화산 위로 올라간다.
화산이 터지면 목숨을 잃거나 평생의 상처를 얻을 수도 있지만 화산재의 광물질로 인해 비옥해진 토양이 수확량을 몇 배나 증대시켜 주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화산 주변의 인구 밀도는 매우 높다.
사람들은 그들에게 “왜 화산의 위험을 무릅 쓰는가”라고 물을지도 모르지만 그들은 목숨의 위협을 감수하고라도 화산의 수혜를 얻는 쪽을 택하는 것이다. 대대로 머라삐에서 삶을 이어온 사람들에게 머라삐는 누구도 구제해 주지 않는 그들의 가난한 삶을 지켜주는 단 하나의 신과 같은 존재다.

#화산 #화염산 #불의고리
Category
다큐멘터리 - Documentary
Tags
KBS, 다큐멘터리, doc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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