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3일 (일요일 밤 11시 5분 KBS 2TV)
"다시, 봄 - 하동 선장마을"
■ 2015, 하동에서 ‘다시 봄’을 말하다.
대한민국의 봄꽃 1번지라 불리는 섬진강 하구의 하동. 해마다 춘삼월이면 이곳은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매화로 환상적인 풍광을 자랑한다. 특히 4월이면 하동의 19번 국도는 화개장터에서 쌍계사까지 이어지는 십리벚꽃길이 펼쳐져 장관을 이룬다. 그렇지만, 정작 이곳 주민들은 ‘꽃’에 취할 겨를이 없다. 특히 주작물인 배와 매실은 꽃 피기 전후로 잔손이 많이 가는 농사라 하루하루가 분주한데... 그렇게 가을의 풍요를 향해 달리기 시작한 농가의 봄. 그렇지만 한 해를 바라보는 농부의 마음은 그리 밝지만은 않다. 농산물 수입에 공급과잉까지 겹쳐 애써 땀 흘려도 손에 쥐는 건 많지 않기 때문이다. 화려한 봄꽃의 향연... 그 풍경 너머로 한 발 더 들어가면, 그 속엔 땀내 나는 농부의 맨 얼굴이 있다. 하동 선장마을에서 만난 또 하나의 봄 이야기.
■ 봄이 오면 할매들은 ‘꽃보다 나물’
총 68가구에 140여 명의 주민들이 사는 하동읍 화심리 선장마을. 작지만 산비탈에 기대어 오밀조밀하게 모여 있는 모습이 그림 같다. 그래서 붙은 마을 이름도 다름 아닌 선장(仙掌), ‘신선의 손바닥’ 위에 놓인 것처럼 예쁘고 아담하게 자리 잡은 마을이라는 뜻! 그런 신선의 고장이 해마다 3월이면 쥐 죽은 듯 조용해진다. 특히나 할머니들은 눈 씻고 찾아봐도 볼 수가 없는데...? 바로, 산으로 들로 봄나물을 캐러 갔기 때문! 이맘때 하동에선 쑥, 쑥부쟁이, 돌미나리, 고사리, 두릅, 머위 등이 지천으로 올라온다. 그 흔한 쑥을 1kg이면 5~6,000원에 팔 수 있으니 할머니들에겐 ‘꿀 알바’인 셈! 하루 열심히만 캐면 현금 몇 만 원쯤은 너끈히 벌 수 있다. 그런 할머니들에게 요즘 더 기분 좋은 일이 생겼으니... 매주 토요일 관광객들을 상대로 하는 ‘봄나물 장터’가 열리게 된 것. 안 그래도 바쁜 하동의 할머니들, 봄날 갈 때까지 눈코 뜰 새 없게 생겼다.
■ 땅값 오르는 게 불편한 ‘진짜 농부’들의 근심
선장마을에서 짓는 주 작물은 배와 매실이다. 그 중에서도 배는 약 치는 작업만 6번에, 전정 작업부터 꽃눈 정리 작업까지 일일이 사람의 손길을 요하는, 품이 많이 드는 작물이다. 오죽하면 백 번의 손길이 간다고 해서 과일 이름도 ‘배’라고 지었다는 우스갯소리가 생겼을까. 그런데 최근, 이 배나무를 베어내거나 농장을 폐원하는 농가가 속출하고 있다. 과잉생산으로 인해 배 값이 폭락하면서 농사를 지으면 지을수록 빚이 늘어나는 농가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매실 역시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여기에 걱정거리가 또 하나 늘었다. 이 지역 땅값이 오르기 때문이다. 도시 사람들 입장에선 영문 모를 소리일 수 있는데... 앞으로는 섬진강을, 뒤로는 지리산을 낀 화려한 풍광, 읍내와의 근접성. 여행자들을 위한 펜션이나 외지인의 주말 별장주택, 거기에 귀촌자들의 주택 수요까지, 이런 농업 외적인 이유가 섬진강 주변 지역의 땅값 상승을 부채질했다. 실제로 최근 5~6년 사이 택지의 거래가가 몇 배나 올랐다고 한다. 그러나 땅을 자산이 아닌 생산의 도구로 활용하는 ‘진짜 농부’ 입장에서는 이런 현실이 답답하다. 땅값 상승은 생산 비용의 상승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농산물 값은 떨어지는데 생산비는 오르고... 한마디로 진퇴양난이다.
■ 땅이 있는 한, 그래도 농부는 희망을 일군다.
올해 팔순을 넘긴 이봉성 할아버지 부부는 오늘도 새벽부터 과수원에 나와 유황 소독을 한다. 배꽃이 피기 전인 이맘 때 병충해 방제를 위해 반드시 해줘야 하는 작업이다. 그러나 몇 년 전 교통사고를 당해 급격히 쇠약해진 할아버지에겐 많은 무리가 따르는 일이다. 사람을 쓰기엔 비용이 턱없이 모자라고, 그렇다고 평생 피땀 흘려가며 마련한 이 땅을 그냥 내버려둘 수도 없다. 결국 할머니와 둘이 황 소독 작업을 하게 되는데... 방제복을 입었지만 약에 노출되는 것을 피할 수는 없다. 유황은 친환경 제재로 분류되지만 독성이 있어서 조금만 피부에 닿아도 따갑다. 그래서 젊은 사람도 힘들어하는 게 황 소독인데...하지만 80 노부부의 얼굴엔 그닥 힘든 기색이 보이지 않는다. 숟가락 한 개도 없이 시작한 결혼 생활, 할 수 있는 고생이란 고생은 다 해봤다. 그렇게 땅을 늘리고, 그렇게 아이들을 키웠다. 무엇보다 땅은, 땀 흘린 만큼의 대가에 인색하지 않았다. 농부에게 땅은 ‘농부로 살아가는 이유’, 그 자체다.
#다큐3일 #하동 #선장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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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림동 고시촌 3일 https://youtu.be/WDmzssnYXz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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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봄 - 하동 선장마을"
■ 2015, 하동에서 ‘다시 봄’을 말하다.
대한민국의 봄꽃 1번지라 불리는 섬진강 하구의 하동. 해마다 춘삼월이면 이곳은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매화로 환상적인 풍광을 자랑한다. 특히 4월이면 하동의 19번 국도는 화개장터에서 쌍계사까지 이어지는 십리벚꽃길이 펼쳐져 장관을 이룬다. 그렇지만, 정작 이곳 주민들은 ‘꽃’에 취할 겨를이 없다. 특히 주작물인 배와 매실은 꽃 피기 전후로 잔손이 많이 가는 농사라 하루하루가 분주한데... 그렇게 가을의 풍요를 향해 달리기 시작한 농가의 봄. 그렇지만 한 해를 바라보는 농부의 마음은 그리 밝지만은 않다. 농산물 수입에 공급과잉까지 겹쳐 애써 땀 흘려도 손에 쥐는 건 많지 않기 때문이다. 화려한 봄꽃의 향연... 그 풍경 너머로 한 발 더 들어가면, 그 속엔 땀내 나는 농부의 맨 얼굴이 있다. 하동 선장마을에서 만난 또 하나의 봄 이야기.
■ 봄이 오면 할매들은 ‘꽃보다 나물’
총 68가구에 140여 명의 주민들이 사는 하동읍 화심리 선장마을. 작지만 산비탈에 기대어 오밀조밀하게 모여 있는 모습이 그림 같다. 그래서 붙은 마을 이름도 다름 아닌 선장(仙掌), ‘신선의 손바닥’ 위에 놓인 것처럼 예쁘고 아담하게 자리 잡은 마을이라는 뜻! 그런 신선의 고장이 해마다 3월이면 쥐 죽은 듯 조용해진다. 특히나 할머니들은 눈 씻고 찾아봐도 볼 수가 없는데...? 바로, 산으로 들로 봄나물을 캐러 갔기 때문! 이맘때 하동에선 쑥, 쑥부쟁이, 돌미나리, 고사리, 두릅, 머위 등이 지천으로 올라온다. 그 흔한 쑥을 1kg이면 5~6,000원에 팔 수 있으니 할머니들에겐 ‘꿀 알바’인 셈! 하루 열심히만 캐면 현금 몇 만 원쯤은 너끈히 벌 수 있다. 그런 할머니들에게 요즘 더 기분 좋은 일이 생겼으니... 매주 토요일 관광객들을 상대로 하는 ‘봄나물 장터’가 열리게 된 것. 안 그래도 바쁜 하동의 할머니들, 봄날 갈 때까지 눈코 뜰 새 없게 생겼다.
■ 땅값 오르는 게 불편한 ‘진짜 농부’들의 근심
선장마을에서 짓는 주 작물은 배와 매실이다. 그 중에서도 배는 약 치는 작업만 6번에, 전정 작업부터 꽃눈 정리 작업까지 일일이 사람의 손길을 요하는, 품이 많이 드는 작물이다. 오죽하면 백 번의 손길이 간다고 해서 과일 이름도 ‘배’라고 지었다는 우스갯소리가 생겼을까. 그런데 최근, 이 배나무를 베어내거나 농장을 폐원하는 농가가 속출하고 있다. 과잉생산으로 인해 배 값이 폭락하면서 농사를 지으면 지을수록 빚이 늘어나는 농가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매실 역시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여기에 걱정거리가 또 하나 늘었다. 이 지역 땅값이 오르기 때문이다. 도시 사람들 입장에선 영문 모를 소리일 수 있는데... 앞으로는 섬진강을, 뒤로는 지리산을 낀 화려한 풍광, 읍내와의 근접성. 여행자들을 위한 펜션이나 외지인의 주말 별장주택, 거기에 귀촌자들의 주택 수요까지, 이런 농업 외적인 이유가 섬진강 주변 지역의 땅값 상승을 부채질했다. 실제로 최근 5~6년 사이 택지의 거래가가 몇 배나 올랐다고 한다. 그러나 땅을 자산이 아닌 생산의 도구로 활용하는 ‘진짜 농부’ 입장에서는 이런 현실이 답답하다. 땅값 상승은 생산 비용의 상승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농산물 값은 떨어지는데 생산비는 오르고... 한마디로 진퇴양난이다.
■ 땅이 있는 한, 그래도 농부는 희망을 일군다.
올해 팔순을 넘긴 이봉성 할아버지 부부는 오늘도 새벽부터 과수원에 나와 유황 소독을 한다. 배꽃이 피기 전인 이맘 때 병충해 방제를 위해 반드시 해줘야 하는 작업이다. 그러나 몇 년 전 교통사고를 당해 급격히 쇠약해진 할아버지에겐 많은 무리가 따르는 일이다. 사람을 쓰기엔 비용이 턱없이 모자라고, 그렇다고 평생 피땀 흘려가며 마련한 이 땅을 그냥 내버려둘 수도 없다. 결국 할머니와 둘이 황 소독 작업을 하게 되는데... 방제복을 입었지만 약에 노출되는 것을 피할 수는 없다. 유황은 친환경 제재로 분류되지만 독성이 있어서 조금만 피부에 닿아도 따갑다. 그래서 젊은 사람도 힘들어하는 게 황 소독인데...하지만 80 노부부의 얼굴엔 그닥 힘든 기색이 보이지 않는다. 숟가락 한 개도 없이 시작한 결혼 생활, 할 수 있는 고생이란 고생은 다 해봤다. 그렇게 땅을 늘리고, 그렇게 아이들을 키웠다. 무엇보다 땅은, 땀 흘린 만큼의 대가에 인색하지 않았다. 농부에게 땅은 ‘농부로 살아가는 이유’, 그 자체다.
#다큐3일 #하동 #선장마을
※ [다큐3일] 인기 풀영상 보기
엄마라는 이름으로 - 광주 영아 일시 보호소 72시간 https://youtu.be/RsRPzBomOJg
혹한의 GOP 3일간의기록 https://youtu.be/VZwb5qkvFkE
부산 범어사 72시간 https://youtu.be/gE397R8FA9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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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ategory
- 다큐멘터리 - Documentary
- Tags
- KBS, 다큐멘터리, doc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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