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좁은 문 - 캠퍼스 취업전쟁
경상북도의 한 대학. 꽃피는 봄은 캠퍼스를 찾아왔건만 학생들의 얼굴엔 겨울의 그늘이 드리워져있다.
이태백(20대 태반이 백수)을 넘어 이구백(20대 90%가 백수)이란 얘기가 들려오고
상장사 정규직 채용이 작년대비 40% 가량 축소될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이 계속 되고 있기 때문.
학교 측에서는 다양한 취업프로그램을 마련해놓고 있지만 여전히 취업 장벽은 높기만 하다.
2009년 봄, 치열한 취업전선이 된 캠퍼스에서 대학생들은 어떤 시간을 보내고 있을까.
■ 전교생이 ‘취업학과’
“우리 기업에서 핸드폰을 새로 개발한다면 추가해야할 기능에 대해 한 가지만 말씀해주세요.”
“어학점수가 비교적 낮아 성실해 보이지 않는데 그것에 대해 하실 말씀이 없으신가요?”
언뜻 보기에는 일반적인 면접 현장.
하지만 공격적인 질문이 속사포처럼 쏟아지는 이곳에선 한 취업스터디의 모의면접이 진행 중이다.
미처 답변을 준비하지 못한 학생들의 긴장한 얼굴에 식은땀이 흐른다. 취업스터디는 학생들이 모여 모의면접, PT발표, 토익 스피킹 등 ‘취업’을 준비하는 모임이다.
현재 이 대학에는 총 32개의 취업 스터디가 학교의 지원금을 받으며 운영되고 있다.
한편 다른 방에서는 취업스터디의 결원을 보충하기 위한 면접이 진행 중이다.
들어오겠다는 사람이 많아 3, 4명을 뽑는데 12명이 몰렸다.
뿐만 아니라 ‘취업’은 이제 대학에서 정규과목이 됐다. 이 대학에는 취업 전략, 취업설계 등 총 11개의 취업 관련과목이 개설되어있다. 그야말로 전교생이 취직하기위한 공부를 하고 있는 셈이다. 캠퍼스 곳곳도 ‘취업’의 현장이다. 과거 사회적 이슈와 투쟁구호가 쓰여 있던 현수막은 취업 축하, 취업설명회 안내가 대신하고 있다.
“서울 애들은 자기 말 잘 하잖아요...
경상도 애들은 시키면 말도 못하고. 그러니까 스터디라도 해서 연습을 해야지 걔네들과 싸워서 경쟁력이 생기니까... 어쩔 수 없이 살아남기 위해서 생긴 거라고 볼 수 밖에 없는 거예요.”
- 황기일, 4학년, 기계과
■ 대학교 5학년의 하루
첫 수업이 시작하기 2시간 전인 아침 7시. 통학버스에서 내린 학생들이 도서관으로 향한다.
시험기간이 아니어도 8시 반이면 자리를 잡을 수가 없을 정도로 이른 아침부터 도서관이 붐비기 때문이다.
몇 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던 일이다.
열람실에서 대기업 기출문제집을 공부하고 있는 오주헌(4학년, 기계과)씨를 만났다.
그의 달력에는 채용과 자격증 시험 일정이 빼곡히 담겨있다.
아침 영어스터디를 마친 그는 채용설명회에 들려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과 취업 상황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한다.
그리고 기숙사로 돌아와서 동영상으로 토익강의를 들으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오주헌씨는 현재 대학교 5학년.
기업에서 재학생을 선호한다는 생각에 일부러 F학점을 받아 졸업을 미루고 학생 신분을 유지하고 있다.
1년 동안 원서를 35번이나 냈지만 서류전형을 통과한 것은 3, 4번 뿐이다.
강의를 다 들은 그는 내일 접수해야 하는 36번째 원서를 손보기 시작한다.
길고 긴 취업 준비는 언제쯤 끝날 수 있을까.
■ 채워도 채워도 부족한 이력서의 빈칸들
학교 앞 사진관에서 곱게 단장한 두 여학생을 만났다.
이마를 드러내고 뒷머리를 묶은 자신의 모습이 어색하다는 그들.
사진을 위해 돈 들여 화장과 머리손질까지 했다.
지적인 이미지를 선호한다는 금융권 지원 사진을 찍기 위해서다.
입가에 경련이 일도록 미소를 지으며 수십 번의 촬영을 거쳐 이력서에 붙일 사진 한 장을 얻는다.
취업을 위해서는 이처럼 학점, 토익점수, 봉사활동, 공모전 뿐만 아니라 사진, 옷차림까지 신경써야할 것들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취업’ 준비에 있어서는 어느 것 하나 빠질 수 없는 팔방미인이 돼야하는 것이다.
“토익이면 토익, 학점 자격증, 봉사활동, 수상경력. 그리고 거기에 또 예쁜 얼굴까지 필요로 하니까...
너무 갖춰야 될 게 많죠. 너무 힘들어요.” - 전영지, 4학년, 경영학과
■ ‘일’하고 싶습니다
증명서 발급기에서 졸업증명서를 뽑고 있는 신승연씨. 그는 지난해 졸업한 취업재수생이다.
그 동안 6번이나 탈락의 고배를 마셨던 그는 내일 면접을 앞두고 있다.
이번 목표는 한 대기업의 인턴사원이다.
졸업은 했지만 신승연씨는 지금도 학교 앞에서 자취를 하며 취업 정보를 얻기 위해 학교에서 공부를 하고
취업스터디에도 참여하고 있다.
341명의 지원자 중 148명만이 취업의 문을 통과할 수 있는 상황.
과연 그녀는 7번째 도전에 성공할 수 있을까.
대학 등록금은 끝없이 오르고 있고, 비싼 학비를 쓴 만큼 많은 돈을 벌어야겠다는 학생들은 너도나도 대기업을 꿈꾸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들어갈 수 있는 취업이 문은 더욱 좁고 멀어지고 있다.
최근 조사결과에 따르면 상장사 정규직 채용이 작년보다 40% 줄어드는 반면, 인턴 채용은 4배 가까이 늘어날 예정이라고 한다. 취업의 빙하기를 지나고 있는 대한민국의 대학생들. 이들은 과연 언제쯤 캠퍼스의 봄을 맞이할 수 있을까.
※ 이 영상은 2009년 4월 4일 방영된 [다큐멘터리 3일]입니다.
20090404
#취업전쟁 #대학생 #취업동아리 #다큐3일
✔KBS 다큐멘터리 | KBS 공식 유튜브 채널 [KBS 다큐]
????구독????좋아요➡️ https://www.youtube.com/@KBSDocumentary
????문의: [email protected]
Copyright ⓒ KBS. All rights reserved. Unauthorized reproduction, redistribution, and use (including AI training) are prohibit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이용(AI 학습 포함)을 금지합니다.
∙방송 시점에 따라 현 상황과 내용이 다소 다를 수 있습니다.
∙비방, 악성 댓글은 출연자 보호를 위해 운영자가 삭제할 수 있습니다.
경상북도의 한 대학. 꽃피는 봄은 캠퍼스를 찾아왔건만 학생들의 얼굴엔 겨울의 그늘이 드리워져있다.
이태백(20대 태반이 백수)을 넘어 이구백(20대 90%가 백수)이란 얘기가 들려오고
상장사 정규직 채용이 작년대비 40% 가량 축소될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이 계속 되고 있기 때문.
학교 측에서는 다양한 취업프로그램을 마련해놓고 있지만 여전히 취업 장벽은 높기만 하다.
2009년 봄, 치열한 취업전선이 된 캠퍼스에서 대학생들은 어떤 시간을 보내고 있을까.
■ 전교생이 ‘취업학과’
“우리 기업에서 핸드폰을 새로 개발한다면 추가해야할 기능에 대해 한 가지만 말씀해주세요.”
“어학점수가 비교적 낮아 성실해 보이지 않는데 그것에 대해 하실 말씀이 없으신가요?”
언뜻 보기에는 일반적인 면접 현장.
하지만 공격적인 질문이 속사포처럼 쏟아지는 이곳에선 한 취업스터디의 모의면접이 진행 중이다.
미처 답변을 준비하지 못한 학생들의 긴장한 얼굴에 식은땀이 흐른다. 취업스터디는 학생들이 모여 모의면접, PT발표, 토익 스피킹 등 ‘취업’을 준비하는 모임이다.
현재 이 대학에는 총 32개의 취업 스터디가 학교의 지원금을 받으며 운영되고 있다.
한편 다른 방에서는 취업스터디의 결원을 보충하기 위한 면접이 진행 중이다.
들어오겠다는 사람이 많아 3, 4명을 뽑는데 12명이 몰렸다.
뿐만 아니라 ‘취업’은 이제 대학에서 정규과목이 됐다. 이 대학에는 취업 전략, 취업설계 등 총 11개의 취업 관련과목이 개설되어있다. 그야말로 전교생이 취직하기위한 공부를 하고 있는 셈이다. 캠퍼스 곳곳도 ‘취업’의 현장이다. 과거 사회적 이슈와 투쟁구호가 쓰여 있던 현수막은 취업 축하, 취업설명회 안내가 대신하고 있다.
“서울 애들은 자기 말 잘 하잖아요...
경상도 애들은 시키면 말도 못하고. 그러니까 스터디라도 해서 연습을 해야지 걔네들과 싸워서 경쟁력이 생기니까... 어쩔 수 없이 살아남기 위해서 생긴 거라고 볼 수 밖에 없는 거예요.”
- 황기일, 4학년, 기계과
■ 대학교 5학년의 하루
첫 수업이 시작하기 2시간 전인 아침 7시. 통학버스에서 내린 학생들이 도서관으로 향한다.
시험기간이 아니어도 8시 반이면 자리를 잡을 수가 없을 정도로 이른 아침부터 도서관이 붐비기 때문이다.
몇 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던 일이다.
열람실에서 대기업 기출문제집을 공부하고 있는 오주헌(4학년, 기계과)씨를 만났다.
그의 달력에는 채용과 자격증 시험 일정이 빼곡히 담겨있다.
아침 영어스터디를 마친 그는 채용설명회에 들려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과 취업 상황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한다.
그리고 기숙사로 돌아와서 동영상으로 토익강의를 들으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오주헌씨는 현재 대학교 5학년.
기업에서 재학생을 선호한다는 생각에 일부러 F학점을 받아 졸업을 미루고 학생 신분을 유지하고 있다.
1년 동안 원서를 35번이나 냈지만 서류전형을 통과한 것은 3, 4번 뿐이다.
강의를 다 들은 그는 내일 접수해야 하는 36번째 원서를 손보기 시작한다.
길고 긴 취업 준비는 언제쯤 끝날 수 있을까.
■ 채워도 채워도 부족한 이력서의 빈칸들
학교 앞 사진관에서 곱게 단장한 두 여학생을 만났다.
이마를 드러내고 뒷머리를 묶은 자신의 모습이 어색하다는 그들.
사진을 위해 돈 들여 화장과 머리손질까지 했다.
지적인 이미지를 선호한다는 금융권 지원 사진을 찍기 위해서다.
입가에 경련이 일도록 미소를 지으며 수십 번의 촬영을 거쳐 이력서에 붙일 사진 한 장을 얻는다.
취업을 위해서는 이처럼 학점, 토익점수, 봉사활동, 공모전 뿐만 아니라 사진, 옷차림까지 신경써야할 것들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취업’ 준비에 있어서는 어느 것 하나 빠질 수 없는 팔방미인이 돼야하는 것이다.
“토익이면 토익, 학점 자격증, 봉사활동, 수상경력. 그리고 거기에 또 예쁜 얼굴까지 필요로 하니까...
너무 갖춰야 될 게 많죠. 너무 힘들어요.” - 전영지, 4학년, 경영학과
■ ‘일’하고 싶습니다
증명서 발급기에서 졸업증명서를 뽑고 있는 신승연씨. 그는 지난해 졸업한 취업재수생이다.
그 동안 6번이나 탈락의 고배를 마셨던 그는 내일 면접을 앞두고 있다.
이번 목표는 한 대기업의 인턴사원이다.
졸업은 했지만 신승연씨는 지금도 학교 앞에서 자취를 하며 취업 정보를 얻기 위해 학교에서 공부를 하고
취업스터디에도 참여하고 있다.
341명의 지원자 중 148명만이 취업의 문을 통과할 수 있는 상황.
과연 그녀는 7번째 도전에 성공할 수 있을까.
대학 등록금은 끝없이 오르고 있고, 비싼 학비를 쓴 만큼 많은 돈을 벌어야겠다는 학생들은 너도나도 대기업을 꿈꾸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들어갈 수 있는 취업이 문은 더욱 좁고 멀어지고 있다.
최근 조사결과에 따르면 상장사 정규직 채용이 작년보다 40% 줄어드는 반면, 인턴 채용은 4배 가까이 늘어날 예정이라고 한다. 취업의 빙하기를 지나고 있는 대한민국의 대학생들. 이들은 과연 언제쯤 캠퍼스의 봄을 맞이할 수 있을까.
※ 이 영상은 2009년 4월 4일 방영된 [다큐멘터리 3일]입니다.
20090404
#취업전쟁 #대학생 #취업동아리 #다큐3일
✔KBS 다큐멘터리 | KBS 공식 유튜브 채널 [KBS 다큐]
????구독????좋아요➡️ https://www.youtube.com/@KBSDocumentary
????문의: [email protected]
Copyright ⓒ KBS. All rights reserved. Unauthorized reproduction, redistribution, and use (including AI training) are prohibit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이용(AI 학습 포함)을 금지합니다.
∙방송 시점에 따라 현 상황과 내용이 다소 다를 수 있습니다.
∙비방, 악성 댓글은 출연자 보호를 위해 운영자가 삭제할 수 있습니다.
- Category
- 다큐멘터리 - Documentary
- Tags
- kbs, kbs다큐, kbs 다큐
Sign in or sign up to post comments.
Be the first to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