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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토요판, 이주의 시인] 안희연 '면벽의 유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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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송: 안희연
여름은 폐허를 번복하는 일에 골몰하였다
며칠째 잘 먹지도 않고
먼 산만 바라보는 늙은 개를 바라보다가
이젠 정말 다르게 살고 싶어
늙은 개를 품에 안고 무작정 집을 나섰다
책에서 본 적 있어
당나귀와 함께 천국에 들어가기 위한 기도
빛이 출렁이는 집
다다를 수 있다는 믿음은 길을 주었다
길 끝에는 빛으로 가득한 집이 있었다
상상한 것보다 훨씬 눈부신 집이었다
우리는 한달음에 달려가 입구에 세워진 푯말을 보았다
가장 사랑하는 것을 버리십시오
한 사람만 들어갈 수 있습니다
늙은 개도 그것을 보고 있었다
누군가는 버려져야 했다
기껏해야 안팎이 뒤집힌 잠일뿐이야
저 잠도 칼로 둘러싸여 있어
돌부리를 걷어차면서
다다를 수 없다는 절망도 길을 주었다
우리는 벽 앞으로 되돌아왔다
아주 잠깐 네가 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늙은 개를 쓰다듬으며
나는 흰 벽에 빛이 가득한 창문을 그렸다
너를 잃어야 하는 천국이라면 다시는 가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기획: 박유리, 종합편집: 위준영, 촬영: 이경주, 이규호, 박성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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