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넘게 한반도를 강타한 미세먼지가 물러가고 모처럼 화창했던 지난 1일.
서울 마포구 노고산동 1층 단독주택 깊숙한 셋방에서 정 모(남.67)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집주인 이 씨(남.83)가 며칠 째 모습을 보이지 않는 정 씨가 궁금해 방문을 열고 들어가니 이불 속에 반듯이 누워 있던 정 씨는 이미 숨을 거둔 뒤였다.
정 씨 옆에는 '아저씨, 아주머니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정OO'라고 적힌 흰 봉투가 놓여있었고 안에는 정성드려 바꾼 빳빳한 1만원짜리 지폐 100장이 들어있었다.
또 방안 작은 서랍에는 '시신은 화장(火葬)해 달라'는 쪽지와 함께 별도의 100만원이 놓여있었다.
10년 넘게 골방에 살며 막노동을 전전했던 정씨가 이 세상에 남긴 마지막 재산이었다.
◈ 손만 뻗으면 닿는 곳에 병원 있었지만 다른 세상 얘기
정 씨가 10년 넘게 살던 곳은 서강대학교와 와우공원 사이에 있는 작은 언덕배기에 기댄 1층 단독주택.
주변이 신촌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돼 서강역이 생기고 20층짜리 아파트가 들어섰지만 정 씨가 살던 곳은 시간이 멈춘 듯 1980년대 모습을 간직하고 있었다.
낡은 철대문을 지나 열다섯 발걸음 남짓이면 셋방 3개와 주인집까지 다 둘러볼 수 있는 작은 마당.
이곳 오른쪽으로 꺽어 들어가 제일 마지막에 있는 방이 정 씨가 10년 넘게 홀로 외로움을 지샌 곳이다.
주인 잃은 방문은 굳게 닫혀 있었지만 작은 마당 한편 공동 욕실에는 정 씨가 썼을 것으로 보이는 작은 비누조각들이 나뒹굴고 있었다.
4제곱미터 남짓한 도저히 마당이라고 부를 수 없는 작은 공간.
겨우내 말라죽은 듯 빈 화분들이 덩그러니 놓였지만 유독 한 개 화분에는 이름 모를 꽃이 새봄을 알리듯 기지개를 켰다.
정 씨가 살던 방 바로 앞이다.
몸이 아파 겨우내 일을 할 수 없었던 정 씨는 아마도 숨을 거두기 전까지도 이 꽃을 보고 새 희망을 꿈꿨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 모든 것을 내려놨다.
집주인 이 씨에 따르면 정 씨는 얼굴에 황달기가 심각했지만 병원은 절대 가지 않았다고 한다.
월세와 공과금 내기도 빠듯한 데 병원비까지 들어가는 것을 걱정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정 씨가 살던 방에서 고개를 들면 보이는 작은 쪽빛 하늘.
하늘 한 켠에는 손만 뻗으면 닿을 듯 한 8층짜리 신촌연세병원이 보였다.
하지만 가난하고 매일매일 먹을거리를 걱정해야했던 정 씨에게는 복수가 차올라 숨이 헐떡여도 병원은 딴 세상이나 다름 없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정 씨는 4년 이상 건강보험료도 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숨을 거둘 때와 마찬가지로 인근 병원 장례식장에 홀로 안치됐던 정 씨는 3일 오후에야 오랫동안 연락이 끊긴 가족들을 만났다.
딸로 보이는 여성은 정씨가 남긴 '화장해 달라'는 쪽지와 돈을 건네받은 뒤 몸을 가누지 못하고 오열했다.
집주인 이씨 내외를 제외하고 정 씨를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정 씨가 살던 집 바로 옆에 있는 부동산업체 사장 박모(여)씨는 "이 곳에 오래 살았지만 숨진 정 씨 얼굴을 본 적이 없다"며 "구급차와 경찰차가 한 가득 오고 주인 할아버지에게 물어보고 나서야 사람이 죽은 걸 알았다"고 말했다.
바로 옆에 있는 중화요리집 주인도 "과학수사대 옷 입은 경찰들이 온거 보고 (정 씨가 죽은 줄) 알았다"며 "주변 사람들이 많이 놀랐지만 누가 죽었는 지는 아무도 몰랐다"고 말했다.
바로 옆에 있는 자그만 여인숙에 사는 60대로 보이는 박 모 씨 역시 "나도 죽을 때가 되서 그런지 남일 같지 않았다"고 말했지만 정 씨를 알지는 못했다.
서울 마포구 노고산동 1층 단독주택 깊숙한 셋방에서 정 모(남.67)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집주인 이 씨(남.83)가 며칠 째 모습을 보이지 않는 정 씨가 궁금해 방문을 열고 들어가니 이불 속에 반듯이 누워 있던 정 씨는 이미 숨을 거둔 뒤였다.
정 씨 옆에는 '아저씨, 아주머니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정OO'라고 적힌 흰 봉투가 놓여있었고 안에는 정성드려 바꾼 빳빳한 1만원짜리 지폐 100장이 들어있었다.
또 방안 작은 서랍에는 '시신은 화장(火葬)해 달라'는 쪽지와 함께 별도의 100만원이 놓여있었다.
10년 넘게 골방에 살며 막노동을 전전했던 정씨가 이 세상에 남긴 마지막 재산이었다.
◈ 손만 뻗으면 닿는 곳에 병원 있었지만 다른 세상 얘기
정 씨가 10년 넘게 살던 곳은 서강대학교와 와우공원 사이에 있는 작은 언덕배기에 기댄 1층 단독주택.
주변이 신촌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돼 서강역이 생기고 20층짜리 아파트가 들어섰지만 정 씨가 살던 곳은 시간이 멈춘 듯 1980년대 모습을 간직하고 있었다.
낡은 철대문을 지나 열다섯 발걸음 남짓이면 셋방 3개와 주인집까지 다 둘러볼 수 있는 작은 마당.
이곳 오른쪽으로 꺽어 들어가 제일 마지막에 있는 방이 정 씨가 10년 넘게 홀로 외로움을 지샌 곳이다.
주인 잃은 방문은 굳게 닫혀 있었지만 작은 마당 한편 공동 욕실에는 정 씨가 썼을 것으로 보이는 작은 비누조각들이 나뒹굴고 있었다.
4제곱미터 남짓한 도저히 마당이라고 부를 수 없는 작은 공간.
겨우내 말라죽은 듯 빈 화분들이 덩그러니 놓였지만 유독 한 개 화분에는 이름 모를 꽃이 새봄을 알리듯 기지개를 켰다.
정 씨가 살던 방 바로 앞이다.
몸이 아파 겨우내 일을 할 수 없었던 정 씨는 아마도 숨을 거두기 전까지도 이 꽃을 보고 새 희망을 꿈꿨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 모든 것을 내려놨다.
집주인 이 씨에 따르면 정 씨는 얼굴에 황달기가 심각했지만 병원은 절대 가지 않았다고 한다.
월세와 공과금 내기도 빠듯한 데 병원비까지 들어가는 것을 걱정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정 씨가 살던 방에서 고개를 들면 보이는 작은 쪽빛 하늘.
하늘 한 켠에는 손만 뻗으면 닿을 듯 한 8층짜리 신촌연세병원이 보였다.
하지만 가난하고 매일매일 먹을거리를 걱정해야했던 정 씨에게는 복수가 차올라 숨이 헐떡여도 병원은 딴 세상이나 다름 없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정 씨는 4년 이상 건강보험료도 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숨을 거둘 때와 마찬가지로 인근 병원 장례식장에 홀로 안치됐던 정 씨는 3일 오후에야 오랫동안 연락이 끊긴 가족들을 만났다.
딸로 보이는 여성은 정씨가 남긴 '화장해 달라'는 쪽지와 돈을 건네받은 뒤 몸을 가누지 못하고 오열했다.
집주인 이씨 내외를 제외하고 정 씨를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정 씨가 살던 집 바로 옆에 있는 부동산업체 사장 박모(여)씨는 "이 곳에 오래 살았지만 숨진 정 씨 얼굴을 본 적이 없다"며 "구급차와 경찰차가 한 가득 오고 주인 할아버지에게 물어보고 나서야 사람이 죽은 걸 알았다"고 말했다.
바로 옆에 있는 중화요리집 주인도 "과학수사대 옷 입은 경찰들이 온거 보고 (정 씨가 죽은 줄) 알았다"며 "주변 사람들이 많이 놀랐지만 누가 죽었는 지는 아무도 몰랐다"고 말했다.
바로 옆에 있는 자그만 여인숙에 사는 60대로 보이는 박 모 씨 역시 "나도 죽을 때가 되서 그런지 남일 같지 않았다"고 말했지만 정 씨를 알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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