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불황에 혹독한 겨울을 나고 있는 대한민국.
길가의 수많은 전봇대에는 힘겹게 살아가는 서민들의 삶이 전깃줄처럼 걸려 있다.
그들에게 전봇대는 기댈 수 있는 유일한 삶의 기둥이자 희망이다.
전봇대의 전단지에 의지해서 생계를 이어나가는 사람들의 절박한 이야기.
전봇대를 통해 개발과 변화의 뒤에 가려진 고달픈 서민들의 현 주소,
그리고 이 시대의 아버지를 생각해본다.
1. 극심한 경기 불황의 그림자, 생계수단의 마지막 희망은 전봇대
“전봇대가 없으면 저희들은 살아갈 수가 없습니다.”
보잘 것 없어 보일지라도 전봇대는 누군가에겐 먹고 살기 위한 최후의 보루이다. 전단지 광고가 없으면 하루 먹고 살기가 힘들어지는 사람들에겐 "전봇대"는 전신주, 그 이상의 의미이다. 일반인에게는 흔한 공공기물에 지나지 않지만 그들에겐 삶을 연장시켜주는 희망의 버팀목이다.
서른 살의 박씨가 그렇다. 두 아이의 아버지인 그는 전단지 배포 사업을 하면서 근근이 생계를 이어가고 있지만 경기침체의 타격으로 그 마저도 돈벌이가 좋지 않다. 쉴 틈 없이 새벽 대리 운전까지 뛰고 있는 그는 살기 위해 발버둥치는 심정이라고 말한다.
치킨가게를 운영하는 주인에게도 전봇대는 없어서는 안 될 생업의 기둥이다. 전봇대의 전단지는 그의 가게를 알릴 유일한 광고 수단이기 때문이다. 1000장 돌리면 닭 한두 마리 더 나가는 정도 밖에 되지 않지만 다른 방법이 없다. 단골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전봇대가 유일한 희망인 것이다.
2 . 벼랑 끝에 내몰린 일용직 근로자들
“암흑세상이에요. 정치하는 사람들의 눈에는 우리가 보이지 않나봅니다.”
전봇대 광고물로 구인 구직이 이뤄지는 건설 일용직 종사자들이야 말로 경기불황의 가장 큰 피해자이다. 경기에 가장 민감한 직종의 그들은 한결같이 IMF때보다 더 힘들다고 말한다. 건설업이 부진해지면서 매일 새벽 5시, 인력사무소는 일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사람들로 넘쳐난다. 일용직 노동 밖에 할 수 없는 사람들은 갈 곳이 없다. 경기 침체로 공사가 중단된 곳이 태반이고 싼 임금의 외국인 노동자들이 대거 유입되는 바람에 일자리를 잃고 있는 상황. 그나마 기대를 걸었던 뉴타운 재개발 건설은 건설 업체에서 고용한 인부들로 충당하기 때문에 그들에게 돌아오는 이득이라곤 없다. 한달에 열흘도 못나가는 일용직으로는 돈을 모으기는커녕 그저 하루하루 넘어가는 것일 뿐이라고 말하는 사람들. 잔인한 경기불황 속에서 일용직 노동자들에겐 더 이상의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3. 폐허가 된 재개발 지역, 집 없이 쫓겨난 사람들
“정말 막막합니다. 죽고 싶은 심정입니다.”
주위가 온통 철거된 재개발 지역, 가족과 헤어져 혼자 살고 있는 한 가장에게는 전봇대에 붙어 있는 전세 광고지는 꿈속의 이야기 같다. 하루 빨리 새 집으로 이사해서 가족들과 단란하게 살고 싶은 그의 바람은 여전히 남의 이야기일 뿐이다. 하루아침에 생업의 터전을 잃고 쫓겨나야 하는 왕십리 공장단지의 기술자에게도 마찬가지이다. 평생 쇠만 만지고 살아온 숙련 기술공들이 거리로 내몰리자 기초산업발전의 토대마저 위기에 빠지고 있다.
전봇대가 뽑혀져 나가는 재개발 지역의 서민들은 집 없이 거리를 헤매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 직면했다. 뉴타운 지역에서는 개발이익을 둘러싼 이권 다툼이 기승을 부리지만 정작 집 잃은 서러운 사람들의 목소리는 누구에게도 들리지 않고 있다.
4. 절망에 빠진 대한민국의 아버지들
“보잘 것 하나 없는 전봇대가 꼭 우리들 같습니다.”
우직하게 서 있는 전봇대는 이 시대의 아버지를 말해준다. 무심한 정부 정책과 냉담한 사회의 편견에 부딪히곤 하지만 가족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하겠다는 대한민국의 아버지. 얽혀있는 전선줄을 어깨에 짊어 진 전봇대는 힘들지만 꿋꿋하게 살아가는 우리 아버지들의 모습이다.
무거운 짐을 싣고 곡예운전을 해야 하는 퀵 서비스 배달원 한씨에게는 병든 어린 딸이 있다. 평생에 걸쳐 심장 수술을 받아야 하는 아이를 위해 그는 아픈 몸을 이끌고 도로를 달린다. 딸을 위하는 일이라면 무슨 일이든 하겠다는 그의 삶은 오로지 가족을 위한 묵묵한 희생뿐이다. 매일 새벽 인력사무소에 나가는 김씨 역시 가족을 위해서 밤샘 작업을 마친 후에도 간병 일을 하고 있다. IMF로 사업에 실패한 후 가족들에게 힘든 짐을 지어준 것 같은 죄책감에 하루도 쉬지 않고 땀을 흘리고 있는 것이다. 얼굴엔 피곤함이 역력하지만 두 아들의 학비에 보탬이 되는 일이기 때문에 혹한기 노동이라 할지라도 마음만큼은 즐겁다고 말한다.
칠흑같이 어두운 새벽에 인력사무소로 출근하는 일용직 근로자들의 대부분은 가족을 책임지고 있는 가장들이다. 일용직 근로자이기에 현실은 더욱 힘들고 고달프지만 가족을 위해서라면 주저 없이 자신의 모든 것을 헌신하는 아버지들이다.
'나오면서' 사라져가는 전봇대, 갈 곳 없는 서민들
전봇대에 붙어있는 전단지를 통해 생계를 이어나가는 사람들은 대부분 저소득층의 서민들이다. 지저분하고 쓸모없어 보이는 전단지라 할지라도 종이 한 장에 한 가족의 끼니가 달려있다. 전봇대야말로 각박한 현실을 살아가는 절박한 서민들의 상징물인 셈이다.
현재 서울 도심에만 수십만 개의 전봇대가 있지만, 도시개발화의 진전에 따라 점점 사라져가고 있는 실정이다. 전봇대의 실종은 곧 희미해져가는 서민들의 목소리를 대변한다. 눈에 보이는 경제이익만이 중시되는 사이에 사회적 약자와 저소득층 서민들은 점점 고립돼가고 있는 상황. 게다가 전에 없는 경기불황까지 더해져 그들은 혹독한 겨울을 맞고 있다.
#경제위기 #노인 #부동산 #다큐멘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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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의 수많은 전봇대에는 힘겹게 살아가는 서민들의 삶이 전깃줄처럼 걸려 있다.
그들에게 전봇대는 기댈 수 있는 유일한 삶의 기둥이자 희망이다.
전봇대의 전단지에 의지해서 생계를 이어나가는 사람들의 절박한 이야기.
전봇대를 통해 개발과 변화의 뒤에 가려진 고달픈 서민들의 현 주소,
그리고 이 시대의 아버지를 생각해본다.
1. 극심한 경기 불황의 그림자, 생계수단의 마지막 희망은 전봇대
“전봇대가 없으면 저희들은 살아갈 수가 없습니다.”
보잘 것 없어 보일지라도 전봇대는 누군가에겐 먹고 살기 위한 최후의 보루이다. 전단지 광고가 없으면 하루 먹고 살기가 힘들어지는 사람들에겐 "전봇대"는 전신주, 그 이상의 의미이다. 일반인에게는 흔한 공공기물에 지나지 않지만 그들에겐 삶을 연장시켜주는 희망의 버팀목이다.
서른 살의 박씨가 그렇다. 두 아이의 아버지인 그는 전단지 배포 사업을 하면서 근근이 생계를 이어가고 있지만 경기침체의 타격으로 그 마저도 돈벌이가 좋지 않다. 쉴 틈 없이 새벽 대리 운전까지 뛰고 있는 그는 살기 위해 발버둥치는 심정이라고 말한다.
치킨가게를 운영하는 주인에게도 전봇대는 없어서는 안 될 생업의 기둥이다. 전봇대의 전단지는 그의 가게를 알릴 유일한 광고 수단이기 때문이다. 1000장 돌리면 닭 한두 마리 더 나가는 정도 밖에 되지 않지만 다른 방법이 없다. 단골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전봇대가 유일한 희망인 것이다.
2 . 벼랑 끝에 내몰린 일용직 근로자들
“암흑세상이에요. 정치하는 사람들의 눈에는 우리가 보이지 않나봅니다.”
전봇대 광고물로 구인 구직이 이뤄지는 건설 일용직 종사자들이야 말로 경기불황의 가장 큰 피해자이다. 경기에 가장 민감한 직종의 그들은 한결같이 IMF때보다 더 힘들다고 말한다. 건설업이 부진해지면서 매일 새벽 5시, 인력사무소는 일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사람들로 넘쳐난다. 일용직 노동 밖에 할 수 없는 사람들은 갈 곳이 없다. 경기 침체로 공사가 중단된 곳이 태반이고 싼 임금의 외국인 노동자들이 대거 유입되는 바람에 일자리를 잃고 있는 상황. 그나마 기대를 걸었던 뉴타운 재개발 건설은 건설 업체에서 고용한 인부들로 충당하기 때문에 그들에게 돌아오는 이득이라곤 없다. 한달에 열흘도 못나가는 일용직으로는 돈을 모으기는커녕 그저 하루하루 넘어가는 것일 뿐이라고 말하는 사람들. 잔인한 경기불황 속에서 일용직 노동자들에겐 더 이상의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3. 폐허가 된 재개발 지역, 집 없이 쫓겨난 사람들
“정말 막막합니다. 죽고 싶은 심정입니다.”
주위가 온통 철거된 재개발 지역, 가족과 헤어져 혼자 살고 있는 한 가장에게는 전봇대에 붙어 있는 전세 광고지는 꿈속의 이야기 같다. 하루 빨리 새 집으로 이사해서 가족들과 단란하게 살고 싶은 그의 바람은 여전히 남의 이야기일 뿐이다. 하루아침에 생업의 터전을 잃고 쫓겨나야 하는 왕십리 공장단지의 기술자에게도 마찬가지이다. 평생 쇠만 만지고 살아온 숙련 기술공들이 거리로 내몰리자 기초산업발전의 토대마저 위기에 빠지고 있다.
전봇대가 뽑혀져 나가는 재개발 지역의 서민들은 집 없이 거리를 헤매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 직면했다. 뉴타운 지역에서는 개발이익을 둘러싼 이권 다툼이 기승을 부리지만 정작 집 잃은 서러운 사람들의 목소리는 누구에게도 들리지 않고 있다.
4. 절망에 빠진 대한민국의 아버지들
“보잘 것 하나 없는 전봇대가 꼭 우리들 같습니다.”
우직하게 서 있는 전봇대는 이 시대의 아버지를 말해준다. 무심한 정부 정책과 냉담한 사회의 편견에 부딪히곤 하지만 가족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하겠다는 대한민국의 아버지. 얽혀있는 전선줄을 어깨에 짊어 진 전봇대는 힘들지만 꿋꿋하게 살아가는 우리 아버지들의 모습이다.
무거운 짐을 싣고 곡예운전을 해야 하는 퀵 서비스 배달원 한씨에게는 병든 어린 딸이 있다. 평생에 걸쳐 심장 수술을 받아야 하는 아이를 위해 그는 아픈 몸을 이끌고 도로를 달린다. 딸을 위하는 일이라면 무슨 일이든 하겠다는 그의 삶은 오로지 가족을 위한 묵묵한 희생뿐이다. 매일 새벽 인력사무소에 나가는 김씨 역시 가족을 위해서 밤샘 작업을 마친 후에도 간병 일을 하고 있다. IMF로 사업에 실패한 후 가족들에게 힘든 짐을 지어준 것 같은 죄책감에 하루도 쉬지 않고 땀을 흘리고 있는 것이다. 얼굴엔 피곤함이 역력하지만 두 아들의 학비에 보탬이 되는 일이기 때문에 혹한기 노동이라 할지라도 마음만큼은 즐겁다고 말한다.
칠흑같이 어두운 새벽에 인력사무소로 출근하는 일용직 근로자들의 대부분은 가족을 책임지고 있는 가장들이다. 일용직 근로자이기에 현실은 더욱 힘들고 고달프지만 가족을 위해서라면 주저 없이 자신의 모든 것을 헌신하는 아버지들이다.
'나오면서' 사라져가는 전봇대, 갈 곳 없는 서민들
전봇대에 붙어있는 전단지를 통해 생계를 이어나가는 사람들은 대부분 저소득층의 서민들이다. 지저분하고 쓸모없어 보이는 전단지라 할지라도 종이 한 장에 한 가족의 끼니가 달려있다. 전봇대야말로 각박한 현실을 살아가는 절박한 서민들의 상징물인 셈이다.
현재 서울 도심에만 수십만 개의 전봇대가 있지만, 도시개발화의 진전에 따라 점점 사라져가고 있는 실정이다. 전봇대의 실종은 곧 희미해져가는 서민들의 목소리를 대변한다. 눈에 보이는 경제이익만이 중시되는 사이에 사회적 약자와 저소득층 서민들은 점점 고립돼가고 있는 상황. 게다가 전에 없는 경기불황까지 더해져 그들은 혹독한 겨울을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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