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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작다큐] 폐지 줍는 할머니들의 인생 이야기, 라면박스에 담긴 순환의 알레고리 | KBS 스페셜 “세상의 모든 라면박스”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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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스페셜
“세상의 모든 라면 박스” (2006.6.3 방송)


135kg, 여든 넷, 할머니가 짊어진 생의 무게.

당신이 여자이고 노인이고 가난하다면, 효율성이 지배하는 이 사회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폐지 중에서도 가장 값이 안 나가는 라면박스류를 주워 살아가는 할머니들의 삶을 세밀하게 그러나 담담하게 관조한다.


☐ 다큐멘터리, 다섯 가지 판타지와 만나다.
이 프로그램은 서울에서 라면박스류를 주워 살아가는 다섯명의 할머니들의 사연이 옴니버스식으로 엮여 있다. 내레이션을 최소화하여 할머니에 대한 최소한의 정보만을 전달하고 할머니의 사연을 은유한 다섯곡의 노래가 판타지처럼 펼쳐진다.

☐ 소리꾼 김용우가 펼치는 외롭고 높고 쓸쓸한 판타지
노래를 부르는 주인공은 소리꾼 김용우. 중요무형문화재 12가사 이수자이기도 한 소리꾼 김용우는 80년대 후반부터 전국 촌촌면면을 누비며 토속민요를 채집, 발굴하여 크로스오버 음반을 내온 국악계의 젊은 베테랑이다. 그는 할머니의 리어카 뒤에서, 할머니가 외롭게 잠든 방에서, 마침내는 라면박스가 재활용 재생되는 공장의 기계 뒤에서 홀연히 나타나 아름다운 민요를 부른다.


1. 5원짜리, 추상적인 그러나 구체적인 돈
최문례 할머니는 과거 몇 십년동안 5원짜리를 모았다. 그러나 은행에서도 5원짜리는 큰 돈으로 바꿔주지 않는다. 5원짜리는 이자율계산으로 전산상으로만 존재하는 추상적인 돈. 그러나 할머니에겐 구체적인 돈이다. 할머니는 발품을 팔아 폐휴지를 모은다. 1kg에 45원에서 50원, 적은 돈이지만 움직인 만큼, 돌아다닌 그만큼 번다. 5원짜리 동전은 할머니의 처지와 비슷하다. 아직 그 가치가 남아있지만 사회에서는 교환가치를 잃어버려 인정해 주지 않는 처지.

2. 63빌딩, 고물상이 왠말이냐
강남구 포이동에 사는 오상희 할머니는 자신이 살고 있는 슬레이트 지붕 너머로 보이는 도곡동의 주상복합 아파트를 63빌딩으로 알고 있다. 고물상이 있는 주택가에는 ‘고물상이 왠말이냐’ 는 플래카드가 나부낀다. 고물상은 아파트값을 떨어뜨리는 무시무시한 존재. 우리의 욕망은 다르고 우리의 공존은 불편하다.

3. 전쟁 같은 길, 검둥개야 짖지 마라
용두동에 사는 김한준 할머니는 항상 담배를 물고 다닌다. 주변에서는 할머니에게 담배 끊을 것을 권유하지만 할머니가 담배를 피우게 된데는 사연이 있다. 빙판길, 135킬로그램의 리어카를 끌어 고물상까지 가는 길은 전쟁같은 길이다. 그리고 그 전쟁의 한가운데, 4년동안 할머니를 방문해온 은행원 서재욱씨는 할머니와, 짧지만 꿈같은 위로의 시간을 보낸다.

4. 수레바퀴 아래서, 우리는 연결되어 있다.
이것은 가난한 특수계층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다만 가난한 할머니이야말로 우리 사회에서 가장 힘없는 약자이기 때문에 삶의 고단함과 신산함이 더 증폭되는 것뿐이다.


5. 마지막 씬
한 여성이 방 안에서 인터넷을 통해 옷을 구입한다. 폐휴지 공장에서 김용우는 민요 "너영나영"을 부르고 노래가 진행되면서, 재활용된 박스를 통해 옷이 배달된다. 리어카의 수레바퀴처럼 끝없이 순환하는 생의 리듬 속에서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음이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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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tegory
다큐멘터리 - Documentary
Tags
KBS, 다큐멘터리, doc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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