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할 건 없나요?”, “비자 들어가는 것 때문에 여권 사진 잘 찍어서 보내주시면 되구요.” 23일 오전 ㄱ여행사 고객상담센터에 중국 장가계 여행을 문의하자 돌아온 답변입니다. 이날은 ‘우한 폐렴’(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으로 중국에서만 17명이 숨졌고, 634명(23일 20시 기준)이 확진판정을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진 날입니다. (24일 기준-26명 사망, 860명 확진판정) 장가계는 중국 관광지 중 우한과 비교적 인접해 여행 코스로 자주 묶이는 곳이고요. 그런데도 여행사들은 취재진이 묻기 전에 먼저 ‘우한 폐렴’을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습니다. 심지어는 “베이징이나 상하이도 현재로서는 투어가 이상 없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ㄱ여행사) “(여행) 가시는 분도 있고 취소하는 분도 있고 손님마다 다르다(ㄴ여행사)”“그렇게 따지면 지금 세계 어디도 못 간다”(ㄷ여행사) 며 은근히 소비자를 안심시키는 곳까지 있었습니다. 여행사, 이래도 되는 걸까요? 소비자가 전염병이 창궐한 나라으로 여행을 간다는데, 여행사가 안전정보를 알려주지 않아도 문제가 없을까요? 또 여행 직전 퍼진 '우한 폐렴'이 불안해서 해외 여행을 취소하려는 소비자들은 취소 수수료를 내야 할까요?
먼저 여행사가 제공하는 안전정보는 현행 약관이나 규정 상으로는 큰 문제가 없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만든 ‘국외여행 표준약관’, 관광진흥법 14조를 종합하면 ‘여행사가 여행자에게 여행목적지에 관한 ‘안전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나와 있습니다. 외교부가 국가별 안전수준을 남색(유의)-황색(자제)-적색(철수권고)-흑색(금지) 4단계로 나눠 여행자에게 제공하는 ‘여행경보’가 이 ‘안전정보’에 해당합니다. 그러나 이 역시 빈틈이 있습니다. 이날 외교부는 중국 후베이 성(황색)과 우한 시(남색)에 여행경보를 발령했지만, 장가계·심천·상하이·베이징 등 중국 유명 관광지는 엄밀히 말해 여행 경보가 발령된 지역이 아니기 때문에 여행경보를 제공하지 않아도 의무 위반으로 보기 애매한 측면이 있습니다. 실제로 취재진이 “왜 여행경보 사실을 소비자에게 고지하지 않느냐”고 묻자 “우한으로 가는 사람은 현재로썬 하나도 없다(ㄱ여행사)”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이미 중국 내 우한 폐렴 환자 발생 지역이 베이징, 상하이를 비롯해 20곳을 넘어선 상태인데도 여행지가 ‘우한’이 아니기 때문에 문제 없다는 겁니다.
더 큰 문제는 전염병이나 자연재해가 발생해 여행을 취소했더라도 환불 수수료는 소비자가 부담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현재 공정위 국외여행 표준약관에서는 ‘천재지변 등으로 여행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경우’에 한해 여행계약을 변경할 수 있다고 되어 있지만, 이 ‘천재지변’으로 인정을 받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공항이 폐쇄되거나 외교부가 여행금지(흑색경보)를 발령하는 등 매우 제한적인 상황에서만 환불 수수료 면제가 가능하다”고 밝혔습니다. 여행업계도 환불 수수료 면제 기준으로 ‘외교부 흑색경보’를 들고 있습니다. 그러나 2015년부터 현재까지 전염병을 이유로 흑색경보가 발령된 적은 단 한 번도 없습니다. 백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던 2015년 홍콩 독감 사태, 2016년 지카 바이러스 사태 때에도 남색 경보(여행유의)만 발령됐을 뿐입니다. 전염병이나 자연재해가 여행사와 여행자 그 누구의 잘못으로 발생한 게 아니라면 환불로 인한 피해 역시 나뉘어야 하는 게 합리적이지만 현재 약관으로만 보면 전염병 발생으로 여행을 취소해도 단순 고객 변심으로 인해 취소하는 것과 같은 수준으로 여행자가 책임을 져야 합니다. 현재 약관이 소비자에게 너무 많은 부담을 지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이에 대해 공정위 관계자는 “그거(전염병이나 자연재해)를 (고객변심과) 같이 취급하는 건 과도하다는 지적에 공감한다”며 “향후 약관 개정 시에 이 부분이 반영될 수 있도록 검토하겠다”고 말했습니다.
CG : 박미래 / 문자그래픽 : 김수경
취재: 최윤아 기자 [email protected]
연출: 김현정 피디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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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여행사가 제공하는 안전정보는 현행 약관이나 규정 상으로는 큰 문제가 없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만든 ‘국외여행 표준약관’, 관광진흥법 14조를 종합하면 ‘여행사가 여행자에게 여행목적지에 관한 ‘안전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나와 있습니다. 외교부가 국가별 안전수준을 남색(유의)-황색(자제)-적색(철수권고)-흑색(금지) 4단계로 나눠 여행자에게 제공하는 ‘여행경보’가 이 ‘안전정보’에 해당합니다. 그러나 이 역시 빈틈이 있습니다. 이날 외교부는 중국 후베이 성(황색)과 우한 시(남색)에 여행경보를 발령했지만, 장가계·심천·상하이·베이징 등 중국 유명 관광지는 엄밀히 말해 여행 경보가 발령된 지역이 아니기 때문에 여행경보를 제공하지 않아도 의무 위반으로 보기 애매한 측면이 있습니다. 실제로 취재진이 “왜 여행경보 사실을 소비자에게 고지하지 않느냐”고 묻자 “우한으로 가는 사람은 현재로썬 하나도 없다(ㄱ여행사)”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이미 중국 내 우한 폐렴 환자 발생 지역이 베이징, 상하이를 비롯해 20곳을 넘어선 상태인데도 여행지가 ‘우한’이 아니기 때문에 문제 없다는 겁니다.
더 큰 문제는 전염병이나 자연재해가 발생해 여행을 취소했더라도 환불 수수료는 소비자가 부담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현재 공정위 국외여행 표준약관에서는 ‘천재지변 등으로 여행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경우’에 한해 여행계약을 변경할 수 있다고 되어 있지만, 이 ‘천재지변’으로 인정을 받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공항이 폐쇄되거나 외교부가 여행금지(흑색경보)를 발령하는 등 매우 제한적인 상황에서만 환불 수수료 면제가 가능하다”고 밝혔습니다. 여행업계도 환불 수수료 면제 기준으로 ‘외교부 흑색경보’를 들고 있습니다. 그러나 2015년부터 현재까지 전염병을 이유로 흑색경보가 발령된 적은 단 한 번도 없습니다. 백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던 2015년 홍콩 독감 사태, 2016년 지카 바이러스 사태 때에도 남색 경보(여행유의)만 발령됐을 뿐입니다. 전염병이나 자연재해가 여행사와 여행자 그 누구의 잘못으로 발생한 게 아니라면 환불로 인한 피해 역시 나뉘어야 하는 게 합리적이지만 현재 약관으로만 보면 전염병 발생으로 여행을 취소해도 단순 고객 변심으로 인해 취소하는 것과 같은 수준으로 여행자가 책임을 져야 합니다. 현재 약관이 소비자에게 너무 많은 부담을 지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이에 대해 공정위 관계자는 “그거(전염병이나 자연재해)를 (고객변심과) 같이 취급하는 건 과도하다는 지적에 공감한다”며 “향후 약관 개정 시에 이 부분이 반영될 수 있도록 검토하겠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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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출: 김현정 피디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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