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밥상★풀버전] 가을바다에 찾아온 반가운 손님! 제 몸을 굽혀 겸손의 미덕을 전해주는 가을 대하의 맛있는 유혹에 빠져본다 (KBS 20121011 방송)

한국인의 밥상 (목요일 저녁 7시 40분 KBS1)
“가을의 전설, 대하가 돌아왔다!” (2012년 10월 11일 방송)

코스모스가 바람에 춤을 추는 계절. 가을바다에 찾아온 반가운 손님이 있으니 다름 아닌 새우의 왕이라고 불리는 대하! 예부터 대하는 긴 수염과 굽은 허리 때문에 해로(海老), 즉 바다의 노인이라고 불리며 장수를 상징하는 동물로 여겨져 왔다.
고소한 감칠맛과 함께 허리가 굽은 대하가 노인들의 허리를 펴준다는 옛말처럼 원기를 북돋아주는 건강식으로도 손색이 없는 대하. 고개를 숙여 결실을 맺는 계절, 제 몸을 굽혀 겸손의 미덕을 전해주는 가을 대하의 맛있는 유혹에 빠져본다.

■ 서해의 가을은 대하로 시작된다.
충남 보령시 무창포항. 이른 아침, 물때에 맞춰 조업에 나선 어부들이 한바탕 전쟁을 치른다. 대하가 제철을 맞았기 때문이다. 대하는 우리나라 연안에서 잡히는 80여종의 새우 중 가장 큰 새우로 연안의 간석지가 발달해 있는 서해에서 주로 서식한다. 가을이면 서해 포구에는 대하잡이 어선들로 발 디딜 틈이 없고, 마을 사람들은 그물에서 대하를 떼어내느라 하루해가 모자랄 지경. 밥 한 끼 제대로 챙겨먹을 시간도 없고, 손가락에는 상처가 아물 날이 없지만, 고소하게 익어가는 대하구이 냄새로 모든 시름을 잊는 무창포 사람들. 소금위에 굽고, 기름에 튀기고, 시원하게 탕으로도 끓여먹지만 뭐니 뭐니 해도 대하는 머리를 먹어야 진짜라고 말하는 무창포 사람들의 대하밥상을 만나본다.

■ 대하, 척박한 섬의 밥상을 풍요롭게 하다
대하의 최대 산란지로 손꼽히는 충남 보령 천수만. 그 한가운데 떠 있는 작은 섬 죽도 사람들도 가을이면 대하잡이로 바쁘다. 섬에서 평생을 살아온 이금화 씨(70)는 세상을 떠난 남편 대신 막내아들과 함께 대하잡이 나섰다. 홀로 된 어머니를 위해 5년 전 고향으로 돌아온 막내아들과 가까이 살며 자주 오가는 큰아들 내외는 든든한 버팀목. 그 힘으로 매일 대하잡이 배를 타는 이금화씨가 딸 같은 큰 며느리와 함께 대하장과 말린 대하 등 서해안 도서지방에 전해오는 옛 대하음식으로 밥상을 차린다. 몸은 고단해도 가족을 위해 밥상을 차릴 때 가장 행복하다는 칠순의 노모는 그렇게 작은 몸으로 넓은 바다를 품는 대하를 닮았다.

■ 대하가 오면 전어도 따라온다.
대하가 잡히는 무창포 앞바다는 또 다른 가을손님들을 맞느라 분주하다. 집나간 며느리를 부른다는 가을 전어! 바다 속에서 무리를 지어, 빠르게 움직이기 때문에 어군탐지기에 전어 떼가 포착되면 2-3대의 어선들이 조를 이뤄 움직이며 재빨리 그물을 친다. 전어 떼가 언제 어디서 나타날지 알 수 없으니 전어가 잡히는 이 한철 어부들은 거의 집에 돌아가지 못하고 바다위에서 산다. 금방 잡은 전어를 회로 떠서 초고추장에 찍어 먹어도 별미지만, 전어는 구어 먹어야 제 맛. 전어 굽는 냄새로 서해의 가을은 깊어가고, 전어회무침에 전어젓, 전어전까지 다양한 전어 음식들이 가을 밥상을 풍요롭게 한다.

■ 임금님 수랏상에 올랐던 대하, 옛 맛을 지켜가는 사람들
대하는 예나 지금이나 귀한 음식이었다. 가을 한철 맛 볼 수 있는 귀한 대하는 임금님 수랏상에 가장 먼저 올랐다. 궁중음식전문가인 유현자씨에게 대하는 어려서부터 친숙한 식재료였다, 종갓집에서 자란덕분이기도 하지만, 유난히 음식에 관심이 많았던 외숙모를 가까이 따르며 자랐기 때문이다. 평범한 주부에서 궁중음식전문가로 변신한지 이제 30여년. 지금은 두 딸이 어머니의 손맛을 이어가고 있다. 궁중음식인 대하잣즙무침을 비롯해, 집안 내림음식인 대하찜과 새우밥, 새우쌈장에 새우석박지까지, 잘 알려지지 않은 옛 대하음식들을 통해 우리 밥상의 전통을 이어가려는 끈질긴 노력과 정성을 만난다.

#한국인의밥상 #대하 #새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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