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팔당호의 어부로 살아온 삶
농사 짓던 땅이 물에 잠기면서 하루아침에 농부에서 어부가 된 사람들이 있다.
팔당댐 준공으로 논밭이 수몰되면서 어업허가를 받아 지난 50년간 민물고기를 잡으며 살아온 안호명(85세) 할아버지. 매일 아침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팔당호에 배를 띄워 그물로 물고기를 낚는다.
수몰 당시 어업허가를 받은 사람은 광주시(경기도)에만 모두 33명. 그런데, 50년의 세월이 지나고 이제 남은 이는 모두 8명. 대부분 노환으로 어구에서 손을 뗀 지 오래, 실제 고기를 잡는 이는 안호명 할아버지가 유일하다. 그래서 안호명 할아버지는 ‘팔당호의 마지막 어부’로 불린다.
잡은 민물고기의 판로가 마땅찮아 식당이라도 열려고 했으나 개발제한구역에 따른 규제에 막혀있다 3년 전 하수도처리공사 완비되어 겨우 조리 판매가 가능한 식당을 허가받았다.
막내며느리가 운영하고 있지만 안호명 할아버지는 고민이 깊다. 어업허가는 상속이 안 되고 신규 허가도 내주지 않기 때문에 자신이 더 이상 물고기를 못 잡으면 결국 식당은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이다.
이대로 팔당호의 어부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걸까?
▶ 자연과 사람이 더불어 사는 호수
팔당댐이 준공된 지 50여 년. 그동안 팔당호는 2,600만 수도권 주민들의 젖줄이자 빼어난 풍광으로 인해 사계절 휴식 공간으로 각광받고 있다. 또한 깨끗한 수질이 유지되면서 팔당호를 터전 삼은 물고기들의 수가 늘고, 덩달아 야생 조류들이 팔당호 주변으로 모여들면서 주변 생태계 또한 건강해지고 있다.
주로 해안가에 살며 겨울철새로 날아들던 민물가마우지는 팔당호 족자섬에 정착하면서 15년 전부터 텃새로 계절에 관계없이 머무르고 있다.
민물가마우지 못지않은 잠수의 명수인 뿔논병아리도 팔당호를 대표하는 식구다.
수초지역에 둥지를 마련하고 새끼를 업어 키우는, 극진한 모성애로 유명한 뿔논병아리의 생태까지 팔당호는 이제 뭇 생명들의 터전이 되고 있다.
▶ 50여년간 희생을 감내해온 상류주민들
수도권 주민들이 맘 놓고 이용하는 수돗물의 편리 뒤에는 각종 규제로 생활의 불편을 감수해 온 상류 주민들의 희생이 있었다. 상수원보호구역으로 가장 심한 법적 규제를 받고 있는 대표적인 지역인 남양주시 조안면.
이곳에서 오디농사를 짓는 김덕배씨는 농약, 제초제는 아예 쓸 수 없어 손으로 직접 풀을 뽑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다. 그러나 벌레 먹은 열매로 인해 고객들의 반품 요청이 빈번하다. 오디는 보관시기가 짧아 보통 농장에선 오디즙이나 잼으로 가공해서 파는데, 상수원 보호구역에선 가공시설이 들어설 수 없어 물러진 오디는 그냥 버릴 수밖에 없다.
카페의 경우도 원두커피 추출이 가공, 조리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커피머신기를 들일 수 없어 원액을 사서 판매하는 실정이다. 이런 저런 규제 속에 놓이다 보니 장사를 하는 조안면 주민의 경우 80%가량이 범법자로 전락한 상황. 살 길이 요원해진 젊은이들은 마을을 하나 둘 떠나고 있다.
현재 조안면에선 모든 하수를 음용수 수준까지 고도정화처리를 해서 방류를 하고, 북한강과 이어지는 실개천은 오직 빗물만 흘러들도록 설계를 바꿨다. 덕분에 마을 하천은 물고기가 투명하게 비칠 정도로 깨끗해졌지만 아직도 주민들의 삶을 옥죄는 규제는 여전하다.
▶ 더불어 살아갈 방법을 고민할 때
장마철이면 팔당호 수위가 높아져 상습적으로 집이 침수되는 피해를 입고 있는 허용태(76세)씨. 하천가 집을 다른 안전한 곳으로 옮기고 싶지만 규제 때문에 그마저도 쉽지 않다.
나고 자라온 고향을 등지고 싶지 않아 평생을 규제 속에서 힘들게 살아왔지만 자식 세대까지 이 고통이 이어진다고 생각에 허용태씨는 늘 마음이 무겁다.
조안면 주민들이 마지막으로 뜻을 모은 것은, 지역에서 발생하는 오수를 아예 북한강으로 방류하지 않는 것. 이를 위해 ‘연계처리 관로사업’까지 모두 마쳤다.
반세기 가량 다수의 공익을 위해 희생을 감내하며 살아온 팔당호 상류지역 주민들.
달라진 시대와 발전된 기술에 걸맞게, 이제는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함께 고민해야 할 때가 아닐까?
‘다큐온’을 지켜주세요 https://me2.do/IMpBJf6Z
다큐ON [팔당, 더불어 살다] (2023년 7월 29일 방송)
#팔당호 #규제 #규제완화
농사 짓던 땅이 물에 잠기면서 하루아침에 농부에서 어부가 된 사람들이 있다.
팔당댐 준공으로 논밭이 수몰되면서 어업허가를 받아 지난 50년간 민물고기를 잡으며 살아온 안호명(85세) 할아버지. 매일 아침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팔당호에 배를 띄워 그물로 물고기를 낚는다.
수몰 당시 어업허가를 받은 사람은 광주시(경기도)에만 모두 33명. 그런데, 50년의 세월이 지나고 이제 남은 이는 모두 8명. 대부분 노환으로 어구에서 손을 뗀 지 오래, 실제 고기를 잡는 이는 안호명 할아버지가 유일하다. 그래서 안호명 할아버지는 ‘팔당호의 마지막 어부’로 불린다.
잡은 민물고기의 판로가 마땅찮아 식당이라도 열려고 했으나 개발제한구역에 따른 규제에 막혀있다 3년 전 하수도처리공사 완비되어 겨우 조리 판매가 가능한 식당을 허가받았다.
막내며느리가 운영하고 있지만 안호명 할아버지는 고민이 깊다. 어업허가는 상속이 안 되고 신규 허가도 내주지 않기 때문에 자신이 더 이상 물고기를 못 잡으면 결국 식당은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이다.
이대로 팔당호의 어부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걸까?
▶ 자연과 사람이 더불어 사는 호수
팔당댐이 준공된 지 50여 년. 그동안 팔당호는 2,600만 수도권 주민들의 젖줄이자 빼어난 풍광으로 인해 사계절 휴식 공간으로 각광받고 있다. 또한 깨끗한 수질이 유지되면서 팔당호를 터전 삼은 물고기들의 수가 늘고, 덩달아 야생 조류들이 팔당호 주변으로 모여들면서 주변 생태계 또한 건강해지고 있다.
주로 해안가에 살며 겨울철새로 날아들던 민물가마우지는 팔당호 족자섬에 정착하면서 15년 전부터 텃새로 계절에 관계없이 머무르고 있다.
민물가마우지 못지않은 잠수의 명수인 뿔논병아리도 팔당호를 대표하는 식구다.
수초지역에 둥지를 마련하고 새끼를 업어 키우는, 극진한 모성애로 유명한 뿔논병아리의 생태까지 팔당호는 이제 뭇 생명들의 터전이 되고 있다.
▶ 50여년간 희생을 감내해온 상류주민들
수도권 주민들이 맘 놓고 이용하는 수돗물의 편리 뒤에는 각종 규제로 생활의 불편을 감수해 온 상류 주민들의 희생이 있었다. 상수원보호구역으로 가장 심한 법적 규제를 받고 있는 대표적인 지역인 남양주시 조안면.
이곳에서 오디농사를 짓는 김덕배씨는 농약, 제초제는 아예 쓸 수 없어 손으로 직접 풀을 뽑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다. 그러나 벌레 먹은 열매로 인해 고객들의 반품 요청이 빈번하다. 오디는 보관시기가 짧아 보통 농장에선 오디즙이나 잼으로 가공해서 파는데, 상수원 보호구역에선 가공시설이 들어설 수 없어 물러진 오디는 그냥 버릴 수밖에 없다.
카페의 경우도 원두커피 추출이 가공, 조리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커피머신기를 들일 수 없어 원액을 사서 판매하는 실정이다. 이런 저런 규제 속에 놓이다 보니 장사를 하는 조안면 주민의 경우 80%가량이 범법자로 전락한 상황. 살 길이 요원해진 젊은이들은 마을을 하나 둘 떠나고 있다.
현재 조안면에선 모든 하수를 음용수 수준까지 고도정화처리를 해서 방류를 하고, 북한강과 이어지는 실개천은 오직 빗물만 흘러들도록 설계를 바꿨다. 덕분에 마을 하천은 물고기가 투명하게 비칠 정도로 깨끗해졌지만 아직도 주민들의 삶을 옥죄는 규제는 여전하다.
▶ 더불어 살아갈 방법을 고민할 때
장마철이면 팔당호 수위가 높아져 상습적으로 집이 침수되는 피해를 입고 있는 허용태(76세)씨. 하천가 집을 다른 안전한 곳으로 옮기고 싶지만 규제 때문에 그마저도 쉽지 않다.
나고 자라온 고향을 등지고 싶지 않아 평생을 규제 속에서 힘들게 살아왔지만 자식 세대까지 이 고통이 이어진다고 생각에 허용태씨는 늘 마음이 무겁다.
조안면 주민들이 마지막으로 뜻을 모은 것은, 지역에서 발생하는 오수를 아예 북한강으로 방류하지 않는 것. 이를 위해 ‘연계처리 관로사업’까지 모두 마쳤다.
반세기 가량 다수의 공익을 위해 희생을 감내하며 살아온 팔당호 상류지역 주민들.
달라진 시대와 발전된 기술에 걸맞게, 이제는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함께 고민해야 할 때가 아닐까?
‘다큐온’을 지켜주세요 https://me2.do/IMpBJf6Z
다큐ON [팔당, 더불어 살다] (2023년 7월 29일 방송)
#팔당호 #규제 #규제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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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큐멘터리 - Document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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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 다큐멘터리, doc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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