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부부가 고친
100살 한옥 두 채를 이어 만든 집
전생에 서촌골목을 걸었을 것만 같다는 스페인 남자 아드리아. 그에게 사대문 안 서촌골목은 두고 온 스페인의 고향마을처럼 평화롭고 친근한 곳이었다. 거기다 K-드라마 사극 마니아인 아드리아에게 한옥은 결코 낯설지 않은 집. 운명처럼 만난 한국인 아내 영전씨와의 보금자리를 서촌의 한옥으로 선택한 것 역시 이와 무관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 집 살기로 맘먹고 전세 계약을 하고 난 후에 문제가 터졌다. 집주인이 매매로 돌려 다른 이에게 이 집을 팔겠다는 것. 결국 아드리아와 영전씨 부부는 계약파기로 계약금 두 배를 돌려받는 대신 집값을 좀 깎아 달라 부탁해서 100살 한옥을 구입했다. 그렇게 1년을 살았는데 어느 날 밤 아드리아는 이상한 소리를 들었다. 우지끈! 집이 무너지는 게 아닌가 싶어 부부는 미뤄두었던 리모델링을 결정한다. 한옥을 두 채 이어 만든 이 집의 원래 용도는 스테이. 마당 건너 화장실을 가야하고, 문 없는 욕조까지 있는 원래 집은 하룻밤 묵어가기엔 낭만적일지 몰라도 네 식구 살기엔 구조변경이 필요하다는 오랜 고민도 한몫했다.
100살 한옥을 뜯어 놓고 보니 지붕은 물이 새서 얼기설기 기와 대신 다른 지붕으로 덮여 있었고, 기둥은 이미 상해서 공중에 떠 있는 ‘플로팅 기둥’이 아닌가. 결국 6개월이면 끝난다던 공사는 다음 해 여름에야 끝이 났다. 덕분에 서촌골목을 한눈에 품는 통창에 루프탑 천창까지, 세상 어디에도 없는 그들의 만의 한옥이 완성됐다. 덧문을 닫으면 대청마루 놓인 누각을 닮았고, 덧문을 열면 영락없이 한옥 또 한 채가 들어있는 집. 중정까지 집안으로 품어 안은 너른 거실은 유러피언 스타일 같다가도, 서까래를 멋스럽게 드러낸 천장을 보면 이집의 원래 정체는 한옥임을 똑똑히 확인 할 수 있다. 게다가 천창을 블라인드로 닫아 놓으면 살구꽃비 날리는 수묵화 한 폭이 그림처럼 펼쳐진다는데. 이따금씩 새들이 날아들기라도 하면, 그림 같은 수묵화에 생명을 불어 넣는 듯 하다.
스페인인 남편과 한국인 아내가 고친 100살 한옥집. 두 집을 이어 만들어 더 매력적인 서울 사대문 안 오래된 집의 특별한 변신을 만나본다.
역세권 2분 거리, 2억 원대
69년생 구옥의 환골탈태 건축일기
전원주택도 아니고, 아파트도 아니고. 그들이 빠져든 집은 서울 한복판의 구옥이었다. 서울의 인프라도 자연의 힐링 스팟도 결코 포기할 수 없었다는 부부의 꿈은 서울 사대문 안에 입성하는 것.
그 청운의 꿈 품고 찾아낸 집이 69년생 오래된 집이다.
이창호씨와 김지혜씨 부부가 이집 찾아 헤맨 것은 자그마치 2년. 사연이 있었다. 결혼 후 신혼집을 서울의 빌라로 마련한 둘은 이제 참기름 냄새나는 신혼생활만 즐기면 될 줄 알았다. 하지만 전셋집에 입주하던 날,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들었다. 그사이 바뀐 집주인이 자신의 아들 내외가 살집이니, 2년만 깨끗하게 쓰고 나가달라고 이야기를 한 것. 들어온 날 정확히 나갈 날짜를 점지 받은 시한부 선고나 다름없었다. 그날부터 서울 사대문 안부터 발품을 팔기 시작했다는 창호씨와 지혜씨 부부. 2억원 대 돈을 들고 부동산에 찾아갈 때마다 그런 집이 서울시내에 어디 있냐며 문전박대 당하기 일쑤였다. 하지만, 포기할 수 없었던 창호씨는 매 주말 데이트 핑계로 임장을 멈추지 않았고, 결국 쉰다섯 살 이 집을 만날 수 있었다.
역세권일 것, 마당이 있을 것, 그리고 공사를 할 때 문제가 되지 않도록 큰 길을 끼고 있을 것. 세 조건이 딱 들어맞는 이집을 보자마자 부부는 홀리듯 계약을 했다. 그리고 남편 창호씨는 직영공사를 하겠다며 시공업자까지 물색했는데, 문제가 생겼다. 철거에 목공까지 일사천리로 공사가 진행된다 싶었는데 자꾸 떡값에 중도금, 잔금까지 달라고 요구하던 시공업자가 차일피일 공사를 미루기 시작한 것. 고민 끝에 창호씨는 계약을 파기하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이미 전셋집은 계약이 만료됐고, 처가살이를 하며 집고치기에 올인 했던 터라, 당장 공사해줄 사람을 찾지 않으면 막막한 상황. 하지만, 누군가 손을 댄 공사를 어떤 시공업자도 손대기를 꺼려하는 게 문제였다. 그때 건축탐구 집에 나왔던 건축가부부를 운명처럼 만나 공사를 마무리했다.
환골탈태한 69년생 구옥의 가장 큰 특징은 너른 거실. 방보다 거실에 머무는 시간이 많은 부부는 과감하게 방은 하나로 결정하고, 50평대 집에나 있을만한 크기의 부엌 딸린 거실을 선택했다. 마당은 부부가 이집에서 가장 애정하는 공간. 비록 배수관과 정화조 때문에 땅에 풀과 나무를 심을 순 없지만, 화분이라도 놓을 수 있고 땅에 발이라도 디딜 수 있는 마당은 부부에겐 소확행 장소다. 남편 창호씨는 퇴근길에 마당 음지식물 존에 물을 주는 일상이 행복이고, 아내 지혜씨는 이 작은 마당에서 하늘 보며 광합성하는 것이 하루 중 가장 맘 편한 순간이다. 그리고 복도 공간에 날날이 놓인 문 세 개는 작은 집 비장의 무기. 화장실, 드레스 룸, 세탁실을 일직선으로 배열해 한 동선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낸 것이다. 씻고, 벗고, 빨고 가 한 동선에서 이뤄질 수 있도록 해 작은집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게 했다.
그들에게 69년생 구옥은 두 사람의 라이프스타일에 꼭 맞는 그들을 닮은 집. 역세권 2분 거리에 원하는 만큼의 자연을 누릴 수 있는 그 삶이 너무 행복하다는 부부의 19평 오래된 집을 탐구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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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살 한옥 두 채를 이어 만든 집
전생에 서촌골목을 걸었을 것만 같다는 스페인 남자 아드리아. 그에게 사대문 안 서촌골목은 두고 온 스페인의 고향마을처럼 평화롭고 친근한 곳이었다. 거기다 K-드라마 사극 마니아인 아드리아에게 한옥은 결코 낯설지 않은 집. 운명처럼 만난 한국인 아내 영전씨와의 보금자리를 서촌의 한옥으로 선택한 것 역시 이와 무관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 집 살기로 맘먹고 전세 계약을 하고 난 후에 문제가 터졌다. 집주인이 매매로 돌려 다른 이에게 이 집을 팔겠다는 것. 결국 아드리아와 영전씨 부부는 계약파기로 계약금 두 배를 돌려받는 대신 집값을 좀 깎아 달라 부탁해서 100살 한옥을 구입했다. 그렇게 1년을 살았는데 어느 날 밤 아드리아는 이상한 소리를 들었다. 우지끈! 집이 무너지는 게 아닌가 싶어 부부는 미뤄두었던 리모델링을 결정한다. 한옥을 두 채 이어 만든 이 집의 원래 용도는 스테이. 마당 건너 화장실을 가야하고, 문 없는 욕조까지 있는 원래 집은 하룻밤 묵어가기엔 낭만적일지 몰라도 네 식구 살기엔 구조변경이 필요하다는 오랜 고민도 한몫했다.
100살 한옥을 뜯어 놓고 보니 지붕은 물이 새서 얼기설기 기와 대신 다른 지붕으로 덮여 있었고, 기둥은 이미 상해서 공중에 떠 있는 ‘플로팅 기둥’이 아닌가. 결국 6개월이면 끝난다던 공사는 다음 해 여름에야 끝이 났다. 덕분에 서촌골목을 한눈에 품는 통창에 루프탑 천창까지, 세상 어디에도 없는 그들의 만의 한옥이 완성됐다. 덧문을 닫으면 대청마루 놓인 누각을 닮았고, 덧문을 열면 영락없이 한옥 또 한 채가 들어있는 집. 중정까지 집안으로 품어 안은 너른 거실은 유러피언 스타일 같다가도, 서까래를 멋스럽게 드러낸 천장을 보면 이집의 원래 정체는 한옥임을 똑똑히 확인 할 수 있다. 게다가 천창을 블라인드로 닫아 놓으면 살구꽃비 날리는 수묵화 한 폭이 그림처럼 펼쳐진다는데. 이따금씩 새들이 날아들기라도 하면, 그림 같은 수묵화에 생명을 불어 넣는 듯 하다.
스페인인 남편과 한국인 아내가 고친 100살 한옥집. 두 집을 이어 만들어 더 매력적인 서울 사대문 안 오래된 집의 특별한 변신을 만나본다.
역세권 2분 거리, 2억 원대
69년생 구옥의 환골탈태 건축일기
전원주택도 아니고, 아파트도 아니고. 그들이 빠져든 집은 서울 한복판의 구옥이었다. 서울의 인프라도 자연의 힐링 스팟도 결코 포기할 수 없었다는 부부의 꿈은 서울 사대문 안에 입성하는 것.
그 청운의 꿈 품고 찾아낸 집이 69년생 오래된 집이다.
이창호씨와 김지혜씨 부부가 이집 찾아 헤맨 것은 자그마치 2년. 사연이 있었다. 결혼 후 신혼집을 서울의 빌라로 마련한 둘은 이제 참기름 냄새나는 신혼생활만 즐기면 될 줄 알았다. 하지만 전셋집에 입주하던 날,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들었다. 그사이 바뀐 집주인이 자신의 아들 내외가 살집이니, 2년만 깨끗하게 쓰고 나가달라고 이야기를 한 것. 들어온 날 정확히 나갈 날짜를 점지 받은 시한부 선고나 다름없었다. 그날부터 서울 사대문 안부터 발품을 팔기 시작했다는 창호씨와 지혜씨 부부. 2억원 대 돈을 들고 부동산에 찾아갈 때마다 그런 집이 서울시내에 어디 있냐며 문전박대 당하기 일쑤였다. 하지만, 포기할 수 없었던 창호씨는 매 주말 데이트 핑계로 임장을 멈추지 않았고, 결국 쉰다섯 살 이 집을 만날 수 있었다.
역세권일 것, 마당이 있을 것, 그리고 공사를 할 때 문제가 되지 않도록 큰 길을 끼고 있을 것. 세 조건이 딱 들어맞는 이집을 보자마자 부부는 홀리듯 계약을 했다. 그리고 남편 창호씨는 직영공사를 하겠다며 시공업자까지 물색했는데, 문제가 생겼다. 철거에 목공까지 일사천리로 공사가 진행된다 싶었는데 자꾸 떡값에 중도금, 잔금까지 달라고 요구하던 시공업자가 차일피일 공사를 미루기 시작한 것. 고민 끝에 창호씨는 계약을 파기하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이미 전셋집은 계약이 만료됐고, 처가살이를 하며 집고치기에 올인 했던 터라, 당장 공사해줄 사람을 찾지 않으면 막막한 상황. 하지만, 누군가 손을 댄 공사를 어떤 시공업자도 손대기를 꺼려하는 게 문제였다. 그때 건축탐구 집에 나왔던 건축가부부를 운명처럼 만나 공사를 마무리했다.
환골탈태한 69년생 구옥의 가장 큰 특징은 너른 거실. 방보다 거실에 머무는 시간이 많은 부부는 과감하게 방은 하나로 결정하고, 50평대 집에나 있을만한 크기의 부엌 딸린 거실을 선택했다. 마당은 부부가 이집에서 가장 애정하는 공간. 비록 배수관과 정화조 때문에 땅에 풀과 나무를 심을 순 없지만, 화분이라도 놓을 수 있고 땅에 발이라도 디딜 수 있는 마당은 부부에겐 소확행 장소다. 남편 창호씨는 퇴근길에 마당 음지식물 존에 물을 주는 일상이 행복이고, 아내 지혜씨는 이 작은 마당에서 하늘 보며 광합성하는 것이 하루 중 가장 맘 편한 순간이다. 그리고 복도 공간에 날날이 놓인 문 세 개는 작은 집 비장의 무기. 화장실, 드레스 룸, 세탁실을 일직선으로 배열해 한 동선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낸 것이다. 씻고, 벗고, 빨고 가 한 동선에서 이뤄질 수 있도록 해 작은집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게 했다.
그들에게 69년생 구옥은 두 사람의 라이프스타일에 꼭 맞는 그들을 닮은 집. 역세권 2분 거리에 원하는 만큼의 자연을 누릴 수 있는 그 삶이 너무 행복하다는 부부의 19평 오래된 집을 탐구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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