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림동 바닥에서 / 황지우
내 실업의 대낮에 시장바닥을 어슬렁거리면,
그러나 아직, 나는 아직, 바닥에 이르려면 아직 , 멀었구나.
까마득하게 멀었구나.
나는 탄식한다.
아, 솔직히 말하겠다. 까마득하게 멀리 보인다.
까마득하게 멀리 있는 것이 보인다. 내 발 바로 아래에 놓인.
비닐 보자기 위에 널퍼덕하게 깔아 놓은,
저 냉이, 씀바귀, 쑥, 돌갓, 느릅나무 따위들이여,
그리고 그 옆의, 마찬가지로 널퍼덕하게 깔아 놓은,
저 멸치, 미역, 파래, 청강, 김가루, 노가리 등이여,
그리고 또 그 옆의, 마찬가지로 널퍼덕하게 깔아 놓고 앉아서,
스테인레스 칼로 홍합을 까고 있는,
혹은 바지락 하나하나를 까고 있는,
혹은 감자 껍질을 벗겨 물 속에 넣고 있는,
바로 내 발 아래에 있는, 짓뭉개져 있는,
저 머나먼 추운 바닥이여.
나의 어머님이시여.
기획: 박유리, 낭송: 김중혁, 영상편집: 윤지은, 영상 : 이경주, 제작: 한겨레TV
내 실업의 대낮에 시장바닥을 어슬렁거리면,
그러나 아직, 나는 아직, 바닥에 이르려면 아직 , 멀었구나.
까마득하게 멀었구나.
나는 탄식한다.
아, 솔직히 말하겠다. 까마득하게 멀리 보인다.
까마득하게 멀리 있는 것이 보인다. 내 발 바로 아래에 놓인.
비닐 보자기 위에 널퍼덕하게 깔아 놓은,
저 냉이, 씀바귀, 쑥, 돌갓, 느릅나무 따위들이여,
그리고 그 옆의, 마찬가지로 널퍼덕하게 깔아 놓은,
저 멸치, 미역, 파래, 청강, 김가루, 노가리 등이여,
그리고 또 그 옆의, 마찬가지로 널퍼덕하게 깔아 놓고 앉아서,
스테인레스 칼로 홍합을 까고 있는,
혹은 바지락 하나하나를 까고 있는,
혹은 감자 껍질을 벗겨 물 속에 넣고 있는,
바로 내 발 아래에 있는, 짓뭉개져 있는,
저 머나먼 추운 바닥이여.
나의 어머님이시여.
기획: 박유리, 낭송: 김중혁, 영상편집: 윤지은, 영상 : 이경주, 제작: 한겨레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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