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사람들은 베네치아를 두고 ‘알테르 문디(Alter Mundi)’, ‘세상의 다른 곳’이라 불렀다. 베네치아는 기존의 세계에서 볼 수 없던 유일한 형태의 도시였고, 지중해에서 가장 부유한 해상 공화국이었다. 아드리아해 석호에 나무 말뚝을 박고 벽돌과 자갈, 판돌을 켜켜이 쌓아 거대한 석조 도시를 건설한 베네치아 사람들. 나폴레옹이 ‘유럽 최고의 응접실’이라 격찬했던 산 마르코 광장(Piazza San Marco)에는 1720년 문을 연 카페, 플로리안(Florian)이 있다. 하지만, 임성일 큐레이터가 사심을 담아 추천하는 카페는 따로 있다. 광장 한편, 나폴레옹의 집무실로도 사용됐던 건물은 현재 코레르 박물관(Museo Correr)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박물관 바로 옆에 아는 사람만 아는 박물관 카페(Museo Correr Cafe)가 있다. 멋진 광장 전경과 깊은 에스프레소의 풍미를 저렴하고 조용하게 즐길 수 있는 곳이다. 110개가 넘는 섬으로 이뤄진 베네치아. 수상버스를 타고 근교 섬을 돌아다니는 건 베네치아 여행의 하이라이트다. 주로 현지인들이 이용하는 17번 수상버스(Vaporetto Ferry Line 17)를 타고 베니스 국제영화제가 열리는 리도섬(Lido di Venezia)으로 가는 길은, 일반 수상버스보다 훨씬 풍성한 조망을 선사한다. 주데카섬(Giudecca)에서 베네치아식 해산물 요리의 진수를 맛보고 다시 돌아온 본섬. 미로 같은 중세 골목 안에 숨은 보석 같은 가게들을 만난다. 홍수, 만조를 뜻하는 아쿠아 알타 서점(Libreria Acqua Alta). 만조 때 침수 피해를 보지 않도록 곤돌라 위에 책을 진열한 모습이 이채롭다. 해수면이 높아지는 아쿠아 알타는 베네치아의 생존을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이에 베네치아 사람들은 막대한 비용과 시간을 들여 역사적인 프로젝트, 모세(MOSE)를 완성했다. 베네치아인들의 삶에 대한 의지와 도전정신이 만든 현대판 모세의 기적, 아드리아해로 나아가 그 현장을 눈앞에서 마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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