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연과 사람이 조화로운 초암정원
270여 년째, 계속되는 고택의 찬란한 봄.
세월을 덧입은 종택은 지나온 시간의 무게만큼 낡고 깊어졌지만 종가의 봄은 시간이 갈수록 더욱 눈부시고 찬란해진다. 광산김씨 31대손 김재기(83)옹 께서 60여 년간 가꿔온 꽃과 나무들 덕분이다. 그 옛날 스물여덟에 삼 남매를 두고 세상을 떠나신 어머니의 사랑과 그 어머니를 향한 아들의 그리움은 비우고 또 비워내도 사계절 내내 꽃으로 열매로, 그리고 울창한 숲이 되어 다시 차오른다.
전라남도 보성군 초암마을, 사시사철 꽃이 만발하고 풍요로운 예당들판과 득량만의 푸른 바다, 신령스러운 팔영산 풍광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초암정원은 낳아주시고, 사랑으로 길러주신 두 어머니에 대한 효심(孝心)이 빚은 종가의 보배이자 이 지역의 자랑이 됐다. 어머니를 향한 그리움이 비, 바람, 햇빛과 어우러져 땅 위에 그려낸 작품, 약 3만 평에 이르는 편백과 대숲은 자연의 경이로움에 고개를 저절로 숙이게 만든다. 사람과 자연이 이처럼 조화로울 수 있을까.
◆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 숲으로 그려내다
매일 아침, 고택을 나선 김재기 옹이 향하는 곳. 바로 어머니의 곁이다. 어머니와 조상들을 모신 가족 묘원으로 향하는 산책길. 묘지에서 안채까지, 버선발로도 그 길을 걸어오시라고 꽃잔디를 심은 아들의 효심은 여든이 넘었어도 변함이 없다. 200여 종의 나무를 품은 정원을 지나 다다른 야트막한 동산. 봉분을 없애고 평토묘(平土墓)로 조성한 가족 묘원은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다’는 김재기옹의 철학이 깃든 곳이다. 자식과 손자들, 초암정원을 찾는 손님들, 그리고 숲을 지나는 새조차도 스스럼없이 다가와 노래할 수 있는 종가의 선영. 죽은 자와 살아있는 자, 사람과 자연의 경계를 허물어 버린 그 언덕에 서면 한눈에 들어오는 예당평야와 득량만 바다 덕분에 네것 내것 따지지 않는 자연의 풍요로움에 감사하게 된다. 스물여덟 꽃다운 나이에 두 아들을 두고 떠나신 어머니, 게다가 막냇누이는 병석의 어머니 빈 젖을 빨다 태어난 다음 해에 어머니보다도 먼저 하늘나라로 갔다. 이 언덕의 숲과 숲이 이뤄낸 풍경은 사랑과 감사다.
◆ 이심전심, 광산김씨 종부의 자연과 하나 되기
한결같은 나무처럼 김재기 씨의 곁에 있는 아내, 이영자 씨는 40년 내내 활짝 펴있는 꽃송이다. 남편이 가꿔온 공간을 작품이라 말하며 누구보다 ‘초암정원’을 사랑한다. 남편이 심어놓은 나무에 꽃이 피면 아내는 꽃향기를 즐겼다. 남편이 묘목과 삽을 들고 뒷산으로 오르면 아내는 물뿌리개를 들고 뒤따른다. 꽃과 벌, 나비처럼 티격태격 밀고 당기기를 즐기며 늘 함께했고, 정원에 핀 꽃처럼 노부부의 사랑도 만개했다.
노부부의 하루가 저문 초암정원의 밤, 아내가 내온 다과상에는 꽃이 피어있다. 정원의 안주인이자 종갓집 종부인 이영자 씨는 갖가지 음식 재료로 나뭇잎과 꽃송이를 본떠 요리를 만들어낸다. 이심전심, 남편이 가꾼 정원의 꽃과 나무가 아내의 접시 위에 고스란히 담겼다.
◆ 60년 동안 가꾼 숲, 자연을 품다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심은 나무들은 숲이 되었고, 숲은 어머니의 품처럼 너그러웠다. 새들의 공간이 되었고, 백발노인이 된 아들을 어루만져주었고, 가족의 놀이터가 되어주었다. 고택 정원을 개방하면서 찾아오는 방문객에도 아무런 거리낌 없이 자리를 내어주기도 한다. 초암정원의 꽃과 열매는 누구에게나 보고 맛보는 은혜를 베푼다. 5월이면 그 옛날 어린 시절 따먹던 앵두, 자두, 살구를 따 먹으며 잠시 추억 속을 거닐기도 한단다. 자연이 우리에게 한없이 베풀 듯, 어머니의 숲은 사람들에게 영원한 풍요로움을 나누는 공간이기도 하다.
내츄럴 휴먼 다큐 자연의 철학자들 - 어머니의 숲을 그리다
#자연의철학자들 #초암정원 #편백나무
270여 년째, 계속되는 고택의 찬란한 봄.
세월을 덧입은 종택은 지나온 시간의 무게만큼 낡고 깊어졌지만 종가의 봄은 시간이 갈수록 더욱 눈부시고 찬란해진다. 광산김씨 31대손 김재기(83)옹 께서 60여 년간 가꿔온 꽃과 나무들 덕분이다. 그 옛날 스물여덟에 삼 남매를 두고 세상을 떠나신 어머니의 사랑과 그 어머니를 향한 아들의 그리움은 비우고 또 비워내도 사계절 내내 꽃으로 열매로, 그리고 울창한 숲이 되어 다시 차오른다.
전라남도 보성군 초암마을, 사시사철 꽃이 만발하고 풍요로운 예당들판과 득량만의 푸른 바다, 신령스러운 팔영산 풍광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초암정원은 낳아주시고, 사랑으로 길러주신 두 어머니에 대한 효심(孝心)이 빚은 종가의 보배이자 이 지역의 자랑이 됐다. 어머니를 향한 그리움이 비, 바람, 햇빛과 어우러져 땅 위에 그려낸 작품, 약 3만 평에 이르는 편백과 대숲은 자연의 경이로움에 고개를 저절로 숙이게 만든다. 사람과 자연이 이처럼 조화로울 수 있을까.
◆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 숲으로 그려내다
매일 아침, 고택을 나선 김재기 옹이 향하는 곳. 바로 어머니의 곁이다. 어머니와 조상들을 모신 가족 묘원으로 향하는 산책길. 묘지에서 안채까지, 버선발로도 그 길을 걸어오시라고 꽃잔디를 심은 아들의 효심은 여든이 넘었어도 변함이 없다. 200여 종의 나무를 품은 정원을 지나 다다른 야트막한 동산. 봉분을 없애고 평토묘(平土墓)로 조성한 가족 묘원은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다’는 김재기옹의 철학이 깃든 곳이다. 자식과 손자들, 초암정원을 찾는 손님들, 그리고 숲을 지나는 새조차도 스스럼없이 다가와 노래할 수 있는 종가의 선영. 죽은 자와 살아있는 자, 사람과 자연의 경계를 허물어 버린 그 언덕에 서면 한눈에 들어오는 예당평야와 득량만 바다 덕분에 네것 내것 따지지 않는 자연의 풍요로움에 감사하게 된다. 스물여덟 꽃다운 나이에 두 아들을 두고 떠나신 어머니, 게다가 막냇누이는 병석의 어머니 빈 젖을 빨다 태어난 다음 해에 어머니보다도 먼저 하늘나라로 갔다. 이 언덕의 숲과 숲이 이뤄낸 풍경은 사랑과 감사다.
◆ 이심전심, 광산김씨 종부의 자연과 하나 되기
한결같은 나무처럼 김재기 씨의 곁에 있는 아내, 이영자 씨는 40년 내내 활짝 펴있는 꽃송이다. 남편이 가꿔온 공간을 작품이라 말하며 누구보다 ‘초암정원’을 사랑한다. 남편이 심어놓은 나무에 꽃이 피면 아내는 꽃향기를 즐겼다. 남편이 묘목과 삽을 들고 뒷산으로 오르면 아내는 물뿌리개를 들고 뒤따른다. 꽃과 벌, 나비처럼 티격태격 밀고 당기기를 즐기며 늘 함께했고, 정원에 핀 꽃처럼 노부부의 사랑도 만개했다.
노부부의 하루가 저문 초암정원의 밤, 아내가 내온 다과상에는 꽃이 피어있다. 정원의 안주인이자 종갓집 종부인 이영자 씨는 갖가지 음식 재료로 나뭇잎과 꽃송이를 본떠 요리를 만들어낸다. 이심전심, 남편이 가꾼 정원의 꽃과 나무가 아내의 접시 위에 고스란히 담겼다.
◆ 60년 동안 가꾼 숲, 자연을 품다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심은 나무들은 숲이 되었고, 숲은 어머니의 품처럼 너그러웠다. 새들의 공간이 되었고, 백발노인이 된 아들을 어루만져주었고, 가족의 놀이터가 되어주었다. 고택 정원을 개방하면서 찾아오는 방문객에도 아무런 거리낌 없이 자리를 내어주기도 한다. 초암정원의 꽃과 열매는 누구에게나 보고 맛보는 은혜를 베푼다. 5월이면 그 옛날 어린 시절 따먹던 앵두, 자두, 살구를 따 먹으며 잠시 추억 속을 거닐기도 한단다. 자연이 우리에게 한없이 베풀 듯, 어머니의 숲은 사람들에게 영원한 풍요로움을 나누는 공간이기도 하다.
내츄럴 휴먼 다큐 자연의 철학자들 - 어머니의 숲을 그리다
#자연의철학자들 #초암정원 #편백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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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큐멘터리 - Document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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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 다큐멘터리, doc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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