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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도 수도도 없는 첩첩산중 마지막 화전민이자 진정한 자연인인 그가 생활하는 곳은 1983년 달력으로 벽지를 칠한 굴피집. 게다가 집에 있는 물건은 대부분 수 십년이나 되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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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화전민을 찾아서

눈 밝은 여행자들에게 들었습니다.
강원도 제일 아래쪽 삼척에 마지막 화전민이 산다는 이야기를요.
그런데 전화는 불통이고 집은 비어있으니 소문이 과연 사실인 지 반신반의 하는데
노인 한분이 딱 일주일 뒤에 전화를 받았습니다.

바로 이분 정상홍씨입니다.
소문은 사실이었습니다.
1960년 할아버지 나이 서른에 어머님 모시고 아내 자식들과 함께 화전을 일구기 시작했다고 하네요.

(원래 이곳에 15가구가 살았는데 이제는 혼자 남았다)
(벽지를 1983년도에 발랏다)

산에 불을 나서 만든 밭을 화전이라고 했죠.
먹고 살 방법이 변변찮은 산촌에서는 화전도 감지덕지 했습니다.
나무를 희생하는 일이라 최소한으로 붙인 게 여지껏 그 살림입니다.
그 후로 반세기 이 일대 화전민은 이제 정상흠씨 뿐입니다.
정상흠씨를 따라 정식으로 집을 방문합니다.
그런데 손수 차리셨다는 밥상이 좀 이상하죠.

식은 밥에 채소 조금 조미료 조금 삼시세끼 이게 전부랍니다.

마지막 화전민 정상흠씨는 혼자 살며 격식 버린 지 오래된 듯 합니다.
정상홍씨 집은 요즘 보기도 힘든 굴피집입니다.
굴참나무 껍질로 지붕을 이었다고 해서 굴피집이지요.

기와 천년 굴피 백년이라지만 실은 5~6년에 한번씩 새로 이어줘야 방풍 방수에 빈틈이 없습니다.
그래서 노인은 잘 마른 굴피를 부축해놓고 날 좋을 때면 조금씩 지붕을 보수합니다.

돈이 없어서라고는 하지만 아내와 네 자녀를 다 내보내면서도 떠나지 않은 건
인생 자체가 산의 일부가 되버렸기 때문일겁니다.

비가 오네요.
여기선 빗물도 받아서 사용합니다.
전기, 수도 아무것도 없습니다.
이 댁에 있는 건 모두 수 십년이 기본이죠.
누더기옷? 아니요 정상홍씨에게는 생활의 지혜죠.
정상흠씨는 손때 묻고 낡은 것이 더 편하고 좋답니다.
부모에게 물려받은 것들을 지켜야 할 책임도 있다는거죠.

산에는 겨울이 빨리 찾아옵니다.
부엌에 둔 장작은 벌써 절반가량 줄었습니다.
겨울 깊어 눈 내릴 때가 되면 그땐 어쩔 수 없이 시내의 가족들에게 돌아갑니다.
어느 해인가 소를 잃은 적도 있습니다.
그 후로는 외양간도 없애고 완벽하게 혼자 남았습니다.
기름 넣은 호롱불에 화로까지 지금 대체 어느 때 어느시대인가요?

불모의 산을 밭으로 바꿔놓은 것 외에는 다 순응하며 살았습니다.
자식들이 반대해도 어쩔 수 없었죠.
그렇게 세월이 흐르다 보니 인생 어느 덧 야생이 되었습니다.

우기에는 일주일에 한 번 , 가뭄 때는 삼 일에 한번쯤 물을 길러 갑니다.
느긋한 걸음으로 20분 쯤 모르는 사람은 찾기도 힘든 곳에 오래 된 샘이 있습니다.
화전민이 서른 가구 쯤 될 땐 이런 샘을 두 군데 두고 살았습니다.
1960년 대 서른가구면 딸린 식구는 150가누는 넘었겠죠.
그 많은 사람들이 다 떠난 후로는 줄 설 일도 없고 다시 차오르길 기다리는 일도 없습니다.
젊어서는 함지박이나 옹기로 물을 받아도 번쩍 번쩍 들어 날랐는데 이젠 힘에 벅찹니다.
그래도 가족까지 짊어져야했던 젊을 때 만큼 무겁기야 할까요
바쁜 일 없어서 세월아 네월하고 걸으니 이 또한 인생보다 야생입니다.

이제 헤어져야 할 시간입니다.
마지막 화전민에게 또 한번의 이별을 안겨준 것은 아닌 지
차마 발걸음이 떨어지질 않았습니다.
강원도 삼척 굴피집에 오래된 밀회 그걸 두고 온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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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tegory
다큐멘터리 - Documentary
Tags
EBS, EBS documentary, EBS 다큐멘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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