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삼척시
해발 천미터가 넘는 사금산 아래에 길고도 깊은 골짜기가 있습니다.
미나리가 잘 자라서 미나리밭골이라고 불렸지요.
그 마을에서 가장 깊숙한 곳에서 10여 년전 고향으로 돌아온 김희철씨를 만났습니다.
할아버지의 할아버지때부터 골짜기 가장 깊숙한 곳부터 터를 잡고 부지런히 화전을 일구었죠. 대대로 내려온 한 가족의 역사가 집으로 남았습니다.
어린 시절에 식구만 11명이라 늘 복작거렸는데, 혼자 사는 지금은 적막 그 자체입니다.
도시생활이 좋았지만 집을 팔지 말라는 아버지의 유지를 저버릴 수는 없었다는데요.
결국 나고 자란 산골 집으로 돌아온 희철씨, 약초를 캐고 나물을 뜯으며 소박한 산골 생활을 이어갑니다. 이곳엔 어머니의 보물이 있습니다. 발로 비벼 곡식을 찧는 비빌방아죠. 십리나 떨어진 논밭에서 벼와 감자 옥수수 농사를 지었던 부모님.
새벽에 나가서 밤에 돌아오는 일이 허다했는데요.
가을에 추수를 끝내고 나서 곡식을 찧고 빻는 것도 오지에서는 큰일이었지요.
고단해도 행복했던 기억으로 남았습니다.
햇살이 넉넉해지자 나갈 채비를 하는 희철씨.
겨울마다 빼놓지 않는 일이지요.
집 나오면 백두대간 품 속
그래도 칡을 캐려면 한시간을 족히 걸어야 합니다.
걸음이 멈춘 곳은 산길 아래에 가파른 벼랑
며칠 전 칡을 봐둔 곳이라고 합니다.
벼랑 아래에서 칡을 캐는 것은 아버지에게 배운 비법인데요.
가을 겉이가 끝나고 긴 겨울이 찾아오면 부모님은 어김없이 산으로 향했죠.
꽁꽁언 땅 속에서 칡을 캐 산골살림에 보탰는데요.
어릴 때는 칡 캐는 날만 기다렸다는 희철씨.
구멍가게 없는 산골에서는 쌉싸레하면서도 달콤한 칡이 유일한 간식이었지요.
산골에서 쉽게 얻는 건 없는 가 봅니다.
희철씨가 칡을 캐는 사이 반가운 녀석이 찾아왔네요.
적막한 오지에서는 길동무가 그야말로 천군만마
이제 집까지 무사히 옮기는 일만 남았는데요.
칡을 가득 짊어지고도 꼿꼿한 희철씨
앞서 이 길을 걸었던 할아버지와 아버지도 그러했듯이 희철씨도 산에서 보고 자란 풍경을 순리로 여기며 묵묵히 따라갑니다.
지 앞에 작은 계곡 산에서 얻은 산물이면 한번씩 꼭 거쳐가는 곳이죠.
일종의 통과의례라고 할까요?
그 다음 기다리는 건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가보와의 만남
이제 혼자하는 일에 이골이 났지만 그래도 장단 맞춰 일하면 더 흥이 나는 법.
때 마침 찾아온 길손 덕분에 힘을 조금 덜었네요.
이대로 칡을 빻고 치대어 녹말을 만드는 데 꼬박 하루가 걸리죠.
큰일을 끝내고 점심 준비에 나선 희철씨.
그 옛날 어깨 너머로 배운 어머니의 방식 그대로 국물을 냅니다.
남자 혼자 하는 살림이라 번거로울 법도 한데 늘 정성을 다하죠.
아버지는 그런 아들을 알기에 산골집을 맡겼는지도 모릅니다.
온기 가득한 사람 사는 집.
아버지의 바람 아니었을까요?
잠시 후 사람 키만한 나무판을 들고 나오는 희철씨.
여기엔 또 어떤 이야기가 있을까요?
옛날엔 쌀이 귀해서 밥 대신 국수를 먹던 날이 더 많았죠.
어머니는 자식들이 국수에 질릴까봐 계절에 나는 것들로 맛을 달리 했답니다.
어느 덧 어머니의 국수는 그리움이 되었죠.
처음엔 흉내내기도 버거웠다는 데 자꾸 만들다보니 제법 국수다워졌답니다.
그 옛날 어머니처럼 정성이 가장 큰 비법이곘죠.
이제 사람들과 나누는 국수가 산골의 즐거움이 되었습니다.
어머니가 떠났어도 다정한 추억이 머물러있기에 희철씨에게 산골집은 항상 봄날처럼 따뜻하죠.
저녁이 되자 다시 분주해진 희철씨.
봄이 코 앞이어도 오지라서 밤에는 기운이 뚝 떨어진다네요.
아궁이에 불을 지피다가 재미난 생각이 났다는 희철씨
달구어진 온돌방에서 서너번 요리를 해보았답니다.
긴장되는 순간 어쨰 화력이 약한 듯 한데요?
삼백년 된 아궁이를 믿고 기다리기를 30분
유난히 긴 산골의 겨울밤
꿈같은 일이 벌어지기도 하죠
이곳에서는 시간도 마법처럼 흐릅니다.
아침 일찍 길을 나섭니다.
계곡 끝 작은 폭포.
어릴 때 우연히 찾은 곳이죠.
며칠 전만 해도 꽁꽁 얼었던 폭포가 서서히 제 모습을 드러냅니다.
도시로 떠났던 희철씨가 고향으로 돌아왔 듯, 계절 역시 운명처럼 오고있죠.
세상이 모르는 오지라도 계절의 품속에서는 다 괜찮습니다.
#한국기행 #다큐 #귀향 #귀촌 #아버지 #어머니 #부모 #고택 #할아버지 #유지 #은퇴 #노후
해발 천미터가 넘는 사금산 아래에 길고도 깊은 골짜기가 있습니다.
미나리가 잘 자라서 미나리밭골이라고 불렸지요.
그 마을에서 가장 깊숙한 곳에서 10여 년전 고향으로 돌아온 김희철씨를 만났습니다.
할아버지의 할아버지때부터 골짜기 가장 깊숙한 곳부터 터를 잡고 부지런히 화전을 일구었죠. 대대로 내려온 한 가족의 역사가 집으로 남았습니다.
어린 시절에 식구만 11명이라 늘 복작거렸는데, 혼자 사는 지금은 적막 그 자체입니다.
도시생활이 좋았지만 집을 팔지 말라는 아버지의 유지를 저버릴 수는 없었다는데요.
결국 나고 자란 산골 집으로 돌아온 희철씨, 약초를 캐고 나물을 뜯으며 소박한 산골 생활을 이어갑니다. 이곳엔 어머니의 보물이 있습니다. 발로 비벼 곡식을 찧는 비빌방아죠. 십리나 떨어진 논밭에서 벼와 감자 옥수수 농사를 지었던 부모님.
새벽에 나가서 밤에 돌아오는 일이 허다했는데요.
가을에 추수를 끝내고 나서 곡식을 찧고 빻는 것도 오지에서는 큰일이었지요.
고단해도 행복했던 기억으로 남았습니다.
햇살이 넉넉해지자 나갈 채비를 하는 희철씨.
겨울마다 빼놓지 않는 일이지요.
집 나오면 백두대간 품 속
그래도 칡을 캐려면 한시간을 족히 걸어야 합니다.
걸음이 멈춘 곳은 산길 아래에 가파른 벼랑
며칠 전 칡을 봐둔 곳이라고 합니다.
벼랑 아래에서 칡을 캐는 것은 아버지에게 배운 비법인데요.
가을 겉이가 끝나고 긴 겨울이 찾아오면 부모님은 어김없이 산으로 향했죠.
꽁꽁언 땅 속에서 칡을 캐 산골살림에 보탰는데요.
어릴 때는 칡 캐는 날만 기다렸다는 희철씨.
구멍가게 없는 산골에서는 쌉싸레하면서도 달콤한 칡이 유일한 간식이었지요.
산골에서 쉽게 얻는 건 없는 가 봅니다.
희철씨가 칡을 캐는 사이 반가운 녀석이 찾아왔네요.
적막한 오지에서는 길동무가 그야말로 천군만마
이제 집까지 무사히 옮기는 일만 남았는데요.
칡을 가득 짊어지고도 꼿꼿한 희철씨
앞서 이 길을 걸었던 할아버지와 아버지도 그러했듯이 희철씨도 산에서 보고 자란 풍경을 순리로 여기며 묵묵히 따라갑니다.
지 앞에 작은 계곡 산에서 얻은 산물이면 한번씩 꼭 거쳐가는 곳이죠.
일종의 통과의례라고 할까요?
그 다음 기다리는 건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가보와의 만남
이제 혼자하는 일에 이골이 났지만 그래도 장단 맞춰 일하면 더 흥이 나는 법.
때 마침 찾아온 길손 덕분에 힘을 조금 덜었네요.
이대로 칡을 빻고 치대어 녹말을 만드는 데 꼬박 하루가 걸리죠.
큰일을 끝내고 점심 준비에 나선 희철씨.
그 옛날 어깨 너머로 배운 어머니의 방식 그대로 국물을 냅니다.
남자 혼자 하는 살림이라 번거로울 법도 한데 늘 정성을 다하죠.
아버지는 그런 아들을 알기에 산골집을 맡겼는지도 모릅니다.
온기 가득한 사람 사는 집.
아버지의 바람 아니었을까요?
잠시 후 사람 키만한 나무판을 들고 나오는 희철씨.
여기엔 또 어떤 이야기가 있을까요?
옛날엔 쌀이 귀해서 밥 대신 국수를 먹던 날이 더 많았죠.
어머니는 자식들이 국수에 질릴까봐 계절에 나는 것들로 맛을 달리 했답니다.
어느 덧 어머니의 국수는 그리움이 되었죠.
처음엔 흉내내기도 버거웠다는 데 자꾸 만들다보니 제법 국수다워졌답니다.
그 옛날 어머니처럼 정성이 가장 큰 비법이곘죠.
이제 사람들과 나누는 국수가 산골의 즐거움이 되었습니다.
어머니가 떠났어도 다정한 추억이 머물러있기에 희철씨에게 산골집은 항상 봄날처럼 따뜻하죠.
저녁이 되자 다시 분주해진 희철씨.
봄이 코 앞이어도 오지라서 밤에는 기운이 뚝 떨어진다네요.
아궁이에 불을 지피다가 재미난 생각이 났다는 희철씨
달구어진 온돌방에서 서너번 요리를 해보았답니다.
긴장되는 순간 어쨰 화력이 약한 듯 한데요?
삼백년 된 아궁이를 믿고 기다리기를 30분
유난히 긴 산골의 겨울밤
꿈같은 일이 벌어지기도 하죠
이곳에서는 시간도 마법처럼 흐릅니다.
아침 일찍 길을 나섭니다.
계곡 끝 작은 폭포.
어릴 때 우연히 찾은 곳이죠.
며칠 전만 해도 꽁꽁 얼었던 폭포가 서서히 제 모습을 드러냅니다.
도시로 떠났던 희철씨가 고향으로 돌아왔 듯, 계절 역시 운명처럼 오고있죠.
세상이 모르는 오지라도 계절의 품속에서는 다 괜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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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큐멘터리 - Document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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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BS, EBS documentary, EBS 다큐멘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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