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재발견 '산과 바다, 오랜 이야기를 품다 - 전북 부안'
■ 예로부터 부안은 풍요의 땅이다.
조선 영조 때 암행어사 박문수는 “어염시초(물고기·소금·땔나무)가 풍부해 부모를 봉향하기 좋으니 ‘생거(生居)부안’이로다”라고 했는데, 곧 넉넉하여 사람이 살기 좋은 땅이라는 말이다.
부안의 중심은 바로 변산반도. 바다를 향해 달리던 노령산맥이 서쪽바다 앞에 부려놓은 변산반도는 우리나라 유일의 반도 국립공원으로, 눈 닿는 곳마다 비경을 간직하고 있다. 반도를 에둘러 바다를 아우르는 외변산과 첩첩이 이어지는 산자락 속에 폭포와 호수를 숨겨놓은 내변산은 각기 다른 매력으로 사람들을 이끈다.
그 땅과 바다에서 사람들은 숱한 사연과 역사를 만들며 오늘도 살아가고 있다.
산, 들, 바다를 고루 품어, 그 어느 곳보다 다양한 풍경과 수많은 이야기들을 들려주는 고장, 전라북도 부안으로 떠나본다.
1. 수천 년 시간 속을 걷다
오랜 시간은 변산의 땅을 조각해 신비로운 작품을 만들어냈다.
1억년도 더 된 퇴적층이 마치 수 만권의 책을 쌓아올린 듯 경이로운 ‘채석강’은, 당나라 때 시인 이태백이 강물에 뜬 달을 잡으려다 빠져 죽었다는 중국 채석강의 풍경을 닮았다 해서 붙은 이름이다. 인근의 적벽강 역시 송나라 시인 소동파가 놀던 중국 적벽강과 흡사해 같은 이름이 붙었는데, 붉은 암반과 깎아지른 절벽이 그야말로 한 폭의 그림이다.
그 적벽강 여울골 위로 솟아오른 20m 절벽 위엔 ‘개양할미’ 신을 모신 당집, 수성당이 자리 잡고 있다. 전설에 따르면 개양할미는 키가 엄청나게 커서, 바다를 걸어 다니며 수심을 재고 풍랑을 다스려 고깃배들을 인도하고 풍어를 관장했다고 한다. 변산에서 마주하게 되는 천혜의 풍광 속으로 찾아가본다.
2. 오래된 어부가 지키는 바다
하루에 두 번, 밀려들어왔던 바닷물이 자리를 내주면 널따란 개펄이 모습을 드러낸다.
수심이 얕고 조수간만의 차가 큰 서해 바다에는 예로부터 그런 자연의 이치를 이용한 전통 어로방법들이 발달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어살, 변산 앞바다는 어살 목으로 천혜의 입지조건을 갖추고 있어 오랫동안 어살이 성행했고 그 규모도 전국에서 손꼽힐 만큼 컸다고 한다.
하지만 어업기술이 발달하고 새만금 간척사업으로 물길이 바뀌면서, 김효곤씨는 이제 부안에 남은 유일한 어살어부가 됐다.
그런가하면 인근 고사포 어민들이 즐기는 후릿그물 역시 오래된 전통 어로방법. 요즘은 크기가 엄지손가락만 해서 졸병복어라 불리는 졸복들이 그물에 걸리고 있는데...
옛 방식으로 바다를 지키는 변산 어부들의 삶을 들여다본다.
3. 소금밭에 꽃이 피다
예로부터 부안과 만경, 옥구 지역은 전통적으로 화염을 많이 만들던 곳이다. 화염은 바닷물의 염도를 높인 뒤 끓여 얻는 소금으로, 특히 부안은 그중 가장 큰 규모였다고 한다. 그러던 것이 일제강점기, 곰소염전이 생기면서 천일염이 생산되기 시작했다. 질 좋은 개펄의 영향으로 미네랄을 가득 품은 바닷물을 가두면, 햇빛과 바람과 시간은 어김없이 소금꽃을 피워낸다. 염전의 규모는 예전 같지 않지만 곰소의 소금은 그 품질로 지금도 손꼽힌다는데... 이렇게 질 좋은 천일염과 곰소만 연안 칠산어장에서 잡아 올린 생선을 이용해 곰소항에서는 오래전부터 젓갈을 만들어 왔다. 과거 전라북도에서 두 번째로 큰 항구였다는 곰소항은 지금은 옛 영화를 뒤로한 채 젓갈시장으로 이름을 높이고 있다. 고기가 많이 나는 요즘은 집집마다 젓갈을 담그는 계절. 소금과 함께 해온 부안 역사의 한 자락을 되돌아본다.
4. 산중비경 내변산
바다를 향해 나지막이 엎드린 외변산과는 달리, 굽이치는 숲 길 너머로 숨겨진 비경들을 간직한 내변산. 수려한 산봉우리들이 맞이하는 내변산으로 들어가면, 산 속 깊숙한 곳에 호수 하나가 나타난다. 직소보라 불리는 그 호수를 지나 계단식 폭포인 분옥담과 선녀탕을 거치면 거대한 30m 암벽을 내리치는 직소폭포를 만나게 된다. 비가 오지 않으면 곧 말라버려 만나기 쉽지 않다는 직소폭포는 조선 중기의 기생 이매창, 그리고 그녀와 사랑을 나눴던 촌은 유희경과 함께 부안 삼절 중의 하나.
그 애련한 이야기를 품은 산자락 아래엔 내소사가 있다. 절 마당까지 이어지는 전나무 숲길로 더욱 유명한 내소사는 1400년 전인 백제 무왕 34년에 창건된 유서 깊은 고찰. 대웅전 문살에 피어난 꽃들은 천년을 지지 않고 피어있는데...
내변산의 숨은 비경과 사연들을 담아본다.
5. 칠산 바다의 어제를 기억하다 -위도
고슴도치가 웅크리고 있는 모습 같아 하여 고슴도치 '위'자를 써서 위도라 불리우는 섬. 격포로부터 배로 40여분이면 닿을 수 있는 위도는 허균이 [홍길동전]에서 이상향으로 묘사한 ‘율도국’의 실제 모델로 알려져 있다. 위도가 이상향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아마도 고기떼가 넘쳐나던 풍요로운 바다 때문이었을 것이다. 과거, 서해의 황금어장인 칠산바다의 중심지였다는 위도. 70년대 초까지만 하더라도 매일 수백 척의 고깃배가 몰려들어 조기 파시를 이루고, 주민들은 조기우는 소리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는데... 지금도 파장금에는 그 흥청했던 파시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날마다 배 시간에 맞춰 항구에서 손님들을 태우는 위도 유일의 버스기사 백은기씨. 그의 걸출한 입담과 함께 해안가를 따라 옹기종기 내려앉은 작은 갯마을들과 기암괴석들이 아름다운 섬, 위도를 만나본다.
6. 다시 찾고 싶은 내 마음의 고향
제주에 올레길이 있고, 지리산에 둘레길이 있다면 부안에는 마실길이 있다. 외변산 해안가를 따라 총 길이 66km. 귓가를 간지럽히는 파도소리를 벗 삼아, 동네 마실을 다녀오듯이 가볍게 걸을 수 있는 마실길은 굽이마다 아름답고 다양한 볼거리들을 간직하고 있다.
그 마실길을 따라 곳곳에 펼쳐지는 너른 갯벌엔 맛조개, 바지락 등 다양한 갯것들이 풍성해
여행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데.. 언제라도 다시 찾아와 세상에 지친 마음을 쉬어가고 싶은 곳, 부안의 따스하고 넉넉한 품 속으로 들어가본다.
#한국재발견 #전북부안 #풍요의땅
■ 예로부터 부안은 풍요의 땅이다.
조선 영조 때 암행어사 박문수는 “어염시초(물고기·소금·땔나무)가 풍부해 부모를 봉향하기 좋으니 ‘생거(生居)부안’이로다”라고 했는데, 곧 넉넉하여 사람이 살기 좋은 땅이라는 말이다.
부안의 중심은 바로 변산반도. 바다를 향해 달리던 노령산맥이 서쪽바다 앞에 부려놓은 변산반도는 우리나라 유일의 반도 국립공원으로, 눈 닿는 곳마다 비경을 간직하고 있다. 반도를 에둘러 바다를 아우르는 외변산과 첩첩이 이어지는 산자락 속에 폭포와 호수를 숨겨놓은 내변산은 각기 다른 매력으로 사람들을 이끈다.
그 땅과 바다에서 사람들은 숱한 사연과 역사를 만들며 오늘도 살아가고 있다.
산, 들, 바다를 고루 품어, 그 어느 곳보다 다양한 풍경과 수많은 이야기들을 들려주는 고장, 전라북도 부안으로 떠나본다.
1. 수천 년 시간 속을 걷다
오랜 시간은 변산의 땅을 조각해 신비로운 작품을 만들어냈다.
1억년도 더 된 퇴적층이 마치 수 만권의 책을 쌓아올린 듯 경이로운 ‘채석강’은, 당나라 때 시인 이태백이 강물에 뜬 달을 잡으려다 빠져 죽었다는 중국 채석강의 풍경을 닮았다 해서 붙은 이름이다. 인근의 적벽강 역시 송나라 시인 소동파가 놀던 중국 적벽강과 흡사해 같은 이름이 붙었는데, 붉은 암반과 깎아지른 절벽이 그야말로 한 폭의 그림이다.
그 적벽강 여울골 위로 솟아오른 20m 절벽 위엔 ‘개양할미’ 신을 모신 당집, 수성당이 자리 잡고 있다. 전설에 따르면 개양할미는 키가 엄청나게 커서, 바다를 걸어 다니며 수심을 재고 풍랑을 다스려 고깃배들을 인도하고 풍어를 관장했다고 한다. 변산에서 마주하게 되는 천혜의 풍광 속으로 찾아가본다.
2. 오래된 어부가 지키는 바다
하루에 두 번, 밀려들어왔던 바닷물이 자리를 내주면 널따란 개펄이 모습을 드러낸다.
수심이 얕고 조수간만의 차가 큰 서해 바다에는 예로부터 그런 자연의 이치를 이용한 전통 어로방법들이 발달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어살, 변산 앞바다는 어살 목으로 천혜의 입지조건을 갖추고 있어 오랫동안 어살이 성행했고 그 규모도 전국에서 손꼽힐 만큼 컸다고 한다.
하지만 어업기술이 발달하고 새만금 간척사업으로 물길이 바뀌면서, 김효곤씨는 이제 부안에 남은 유일한 어살어부가 됐다.
그런가하면 인근 고사포 어민들이 즐기는 후릿그물 역시 오래된 전통 어로방법. 요즘은 크기가 엄지손가락만 해서 졸병복어라 불리는 졸복들이 그물에 걸리고 있는데...
옛 방식으로 바다를 지키는 변산 어부들의 삶을 들여다본다.
3. 소금밭에 꽃이 피다
예로부터 부안과 만경, 옥구 지역은 전통적으로 화염을 많이 만들던 곳이다. 화염은 바닷물의 염도를 높인 뒤 끓여 얻는 소금으로, 특히 부안은 그중 가장 큰 규모였다고 한다. 그러던 것이 일제강점기, 곰소염전이 생기면서 천일염이 생산되기 시작했다. 질 좋은 개펄의 영향으로 미네랄을 가득 품은 바닷물을 가두면, 햇빛과 바람과 시간은 어김없이 소금꽃을 피워낸다. 염전의 규모는 예전 같지 않지만 곰소의 소금은 그 품질로 지금도 손꼽힌다는데... 이렇게 질 좋은 천일염과 곰소만 연안 칠산어장에서 잡아 올린 생선을 이용해 곰소항에서는 오래전부터 젓갈을 만들어 왔다. 과거 전라북도에서 두 번째로 큰 항구였다는 곰소항은 지금은 옛 영화를 뒤로한 채 젓갈시장으로 이름을 높이고 있다. 고기가 많이 나는 요즘은 집집마다 젓갈을 담그는 계절. 소금과 함께 해온 부안 역사의 한 자락을 되돌아본다.
4. 산중비경 내변산
바다를 향해 나지막이 엎드린 외변산과는 달리, 굽이치는 숲 길 너머로 숨겨진 비경들을 간직한 내변산. 수려한 산봉우리들이 맞이하는 내변산으로 들어가면, 산 속 깊숙한 곳에 호수 하나가 나타난다. 직소보라 불리는 그 호수를 지나 계단식 폭포인 분옥담과 선녀탕을 거치면 거대한 30m 암벽을 내리치는 직소폭포를 만나게 된다. 비가 오지 않으면 곧 말라버려 만나기 쉽지 않다는 직소폭포는 조선 중기의 기생 이매창, 그리고 그녀와 사랑을 나눴던 촌은 유희경과 함께 부안 삼절 중의 하나.
그 애련한 이야기를 품은 산자락 아래엔 내소사가 있다. 절 마당까지 이어지는 전나무 숲길로 더욱 유명한 내소사는 1400년 전인 백제 무왕 34년에 창건된 유서 깊은 고찰. 대웅전 문살에 피어난 꽃들은 천년을 지지 않고 피어있는데...
내변산의 숨은 비경과 사연들을 담아본다.
5. 칠산 바다의 어제를 기억하다 -위도
고슴도치가 웅크리고 있는 모습 같아 하여 고슴도치 '위'자를 써서 위도라 불리우는 섬. 격포로부터 배로 40여분이면 닿을 수 있는 위도는 허균이 [홍길동전]에서 이상향으로 묘사한 ‘율도국’의 실제 모델로 알려져 있다. 위도가 이상향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아마도 고기떼가 넘쳐나던 풍요로운 바다 때문이었을 것이다. 과거, 서해의 황금어장인 칠산바다의 중심지였다는 위도. 70년대 초까지만 하더라도 매일 수백 척의 고깃배가 몰려들어 조기 파시를 이루고, 주민들은 조기우는 소리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는데... 지금도 파장금에는 그 흥청했던 파시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날마다 배 시간에 맞춰 항구에서 손님들을 태우는 위도 유일의 버스기사 백은기씨. 그의 걸출한 입담과 함께 해안가를 따라 옹기종기 내려앉은 작은 갯마을들과 기암괴석들이 아름다운 섬, 위도를 만나본다.
6. 다시 찾고 싶은 내 마음의 고향
제주에 올레길이 있고, 지리산에 둘레길이 있다면 부안에는 마실길이 있다. 외변산 해안가를 따라 총 길이 66km. 귓가를 간지럽히는 파도소리를 벗 삼아, 동네 마실을 다녀오듯이 가볍게 걸을 수 있는 마실길은 굽이마다 아름답고 다양한 볼거리들을 간직하고 있다.
그 마실길을 따라 곳곳에 펼쳐지는 너른 갯벌엔 맛조개, 바지락 등 다양한 갯것들이 풍성해
여행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데.. 언제라도 다시 찾아와 세상에 지친 마음을 쉬어가고 싶은 곳, 부안의 따스하고 넉넉한 품 속으로 들어가본다.
#한국재발견 #전북부안 #풍요의땅
- Category
- 다큐멘터리 - Documentary
- Tags
- KBS, 다큐멘터리, docu
Sign in or sign up to post comments.
Be the first to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