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재발견 '청정산수 치유의 쉼터 경기 가평'
1. 삶과 전통을 품은 가평의 보석, 잣나무 숲
■ 치유의 숲, 축령백림과 영양 잣 마을
가을의 끝자락, 산천의 빛깔이 퇴색하는 이 계절에도 푸르름을 잃지 않는 곳이 있다. 수령 40-70년의 잣나무들이 뿜어내는 솔향기 그득한 축령산의 축령백림. 끝없이 이어지는 숲길은 몸과 마음이 쉬어가는 휴식의 공간일 뿐 아니라 지역 주민들의 삶을 지탱해온 터전이 되어왔다. 가평을 대표하는 특산물로, 임금에게 진상되기도 했던 잣은 예로부터 신선의 과실이라고 불려왔다. 그만큼 영양가가 높은 음식이라는 의미도 있지만 채취가 너무 어려워 쉽게 먹을 수 없는 귀한 과실이라는 의미가 더 크다. ‘사가리’라는 쇠 발톱을 단 신발 하나에 의지해 30미터에 달하는 나무 꼭대기에 올라가 잣을 따는 모습은 아찔하기만 한데.... 일반적인 열매와는 달리 2년을 기다려야 비로소 열매를 얻을 수 있고, 수확한 뒤에도 20여 가지의 공정을 거쳐야 비로소 하얀 속살을 맛볼 수 있다는 잣. 자그마한 잣 한 알 한 알에는 위험을 무릅쓰고 잣을 채취해온 산골 마을 사람들의 애환과 땀이 배어 있다.
■ 잣나무 숲과 흙이 빚어낸 비색, 가평요 흑유(黑釉)
가평 운악산 자락에서 발굴된 조선시대 가마터에서는 흔치 않은 유물이 출토됐다. 백자도 청자도 아닌, 검은색 도자기 흑유(黑釉)가 그 주인공. 가평 잣나무 숲의 검고 치밀한 흙, 불의 세기를 조절하는 장인의 솜씨가 어우러져 만들어지는 흑유는 단순히 검은 빛깔만이 아니라 금빛과 푸른빛, 붉은빛 등 자개처럼 영롱한 빛깔을 띠고 있어 신비로움을 더하는 가평 특유의 도자기다. 1500년 전 삼국시대부터 흑자 생산으로 유명했던 가평, 그러나 안타깝게도 조선시대 들어 그 맥이 끊겼는데.... 고향인 가평을 지키며 사라질 뻔 했던 흑유의 명맥을 잇고 있는 가평요의 김시영씨를 만나 삼라만상의 빛깔과 무늬가 깃들어 있다는 흑유의 비밀에 대해 들어본다.
2. 가을의 끝에서 겨울을 만나다 - 명지산 단풍과 참숯 가마
산으로 들어갔다가 산으로 나온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산이 많은 가평. 해발 1,267m로 경기도에서 두 번째로 높은 산인 명지산은 청정 계곡과 아름다운 숲이 장관을 이루는 곳이다. 특히 온 산이 붉게 물드는 가을 단풍은 명지산의 백미로 꼽힌다. 저마다의 사연을 품은 채 오랜 세월을 지켜온 숲에는 무심코 지나칠 때에는 결코 알지 못했던 숨은 이야기들이 가득한데... 낙엽과 단풍이 어우러진 풍경 속에서 늦가을 정취를 만끽하며 가평의 숲 전문가인 심재천씨가 풀어내는 숲 이야기를 듣는 재미도 맛볼 수 있다.
숲이 울창하고 참숯의 원료인 참나무가 많아 예로부터 숯가마가 많았던 명지산에는 지금도 재래식으로 숯을 구워내는 숯가마가 남아있다. 다양한 과정을 거치고 많은 공을 들여 꼬박 일주일을 태워야 비로소 마주할 수 있는 참숯. 조상들의 지혜가 깃든 가평 숯가마의 전통을 잇고 있는 조병수씨의 숯 공장에는 겨울을 준비하는 온기가 가득하다.
3. 추억과 삶이 흐른다 - 청평호와 대성리 M.T.촌
1944년 청평댐이 건설되면서 북한강변의 풍경과 가평 사람들의 삶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사금 캐는 사람들과 강원도에서 벌목한 나무를 싣고 북한강을 따라 내려온 떼꾼들이 쉬어가던 강변 마을, 금대리. 지금은 물에 잠겨 그 흔적조차 찾을 수 없지만 올해 85세 장숙환 할아버지는 지금도 어린 시절 강변의 풍경을 또렷이 기억하고 계신다. 옛 모습은 사라졌지만 여전히 강물에 기대어 삶을 이어가는 사람들도 있다. 2대째 청평호에서 고기잡이를 하고 있는 장동부씨 부부. 저녁에 나가 다음날 새벽까지 밤새 이뤄지는 고기잡이, 차가운 강바람을 맞으며 작은 등불 하나에 의존해야 하는 일이지만 물고기가 그득한 그물을 보면 피로도 잊는다는데... 청평호 주변은 1970-1980년대에 20대를 보낸 이들에게도 추억의 공간으로 남아 있다. 1890년대 중반까지 대학 엠티(M.T.)의 메카로 불렸던 대성리. 낡은 기차 대신 복선 전철이 들어서고 통기타의 낭만은 사라졌지만 대성리엔 아직도 젊은이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젊은 날의 추억과 향수가 묻어있는 대성리에서 오늘의 청춘을 만나본다.
4. 망국을 통탄하다 - 운악산 삼충단과 현등사
그리 높지는 않지만 경기 5악산 중에서도 산세가 수려하기로 유명해 ‘경기 소금강’으로 불려온 운악산에는 우리 역사의 아픈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다. 구한말 죽음으로 일제에 항거했던 조병세와 최익현, 민영환의 비석이 세워져 있는 삼충단. 특히 가평이 고향인 민영환은 운악산 계곡에 자주 들러 기울어가는 조국의 국운을 통탄했다고 하는데... 무우폭포의 바위에는 그가 자결한 이듬해 그를 추모하는 이들이 새긴 이름 석 자가 또렷이 남아 있다. 1600년의 역사를 간직한 천년 고찰 현등사 역시 한국전쟁으로 극락전을 제외한 모든 건물이 소실되는 아픈 역사를 간직한 곳이다. 눈썹바위, 코끼리바위, 병풍바위 등의 기암괴석과 아름다운 능선이 한데 어우러진 운악산의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암울했던 근대사의 자취를 되새겨본다.
5. 깊은 산 깊은 골에 일상의 무게를 내려놓다 - 아홉 마지기 마을과 무공해캠프
끝없이 펼쳐진 능선을 따라 더없이 아름다운 풍경을 품고 있는 가평이지만 손바닥만 한 땅 찾기도 힘든 척박한 산 속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삶은 녹록치 않았다. 넓은 산에 평지가 겨우 아홉 마지기 있어 대대로 그곳에 조와 수수를 심고 살아 왔다는 아홉 마지기 마을. 지금이야 쌀보다 비싸고 귀한 곡식이 됐지만 그 옛날 가난과 배고픔의 상징이었던 수수로 만든 음식들은 추억의 맛을 전해준다. 아홉 마지기 마을 산 너머에 있는 경반분교는 험한 산길을 넘고 4-5차례 계곡물을 건너야 도착할 수 있는 그야말로 산골 오지다. 전기도, 수도도 들어오지 않고 휴대전화조차 불통인 경반분교.. 인근의 연인산과 칼봉산 일대는 훼손되지 않은 자연을 온 몸으로 느낄 수 있어 MTB 코스로도 각광받고 있는데... 30년 째 폐교된 분교에서 살아가고 있는 캠핑장지기 박해붕씨와 새로운 ‘힐링’의 공간을 찾아 오지를 찾아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한국재발견 #가평 #MT
1. 삶과 전통을 품은 가평의 보석, 잣나무 숲
■ 치유의 숲, 축령백림과 영양 잣 마을
가을의 끝자락, 산천의 빛깔이 퇴색하는 이 계절에도 푸르름을 잃지 않는 곳이 있다. 수령 40-70년의 잣나무들이 뿜어내는 솔향기 그득한 축령산의 축령백림. 끝없이 이어지는 숲길은 몸과 마음이 쉬어가는 휴식의 공간일 뿐 아니라 지역 주민들의 삶을 지탱해온 터전이 되어왔다. 가평을 대표하는 특산물로, 임금에게 진상되기도 했던 잣은 예로부터 신선의 과실이라고 불려왔다. 그만큼 영양가가 높은 음식이라는 의미도 있지만 채취가 너무 어려워 쉽게 먹을 수 없는 귀한 과실이라는 의미가 더 크다. ‘사가리’라는 쇠 발톱을 단 신발 하나에 의지해 30미터에 달하는 나무 꼭대기에 올라가 잣을 따는 모습은 아찔하기만 한데.... 일반적인 열매와는 달리 2년을 기다려야 비로소 열매를 얻을 수 있고, 수확한 뒤에도 20여 가지의 공정을 거쳐야 비로소 하얀 속살을 맛볼 수 있다는 잣. 자그마한 잣 한 알 한 알에는 위험을 무릅쓰고 잣을 채취해온 산골 마을 사람들의 애환과 땀이 배어 있다.
■ 잣나무 숲과 흙이 빚어낸 비색, 가평요 흑유(黑釉)
가평 운악산 자락에서 발굴된 조선시대 가마터에서는 흔치 않은 유물이 출토됐다. 백자도 청자도 아닌, 검은색 도자기 흑유(黑釉)가 그 주인공. 가평 잣나무 숲의 검고 치밀한 흙, 불의 세기를 조절하는 장인의 솜씨가 어우러져 만들어지는 흑유는 단순히 검은 빛깔만이 아니라 금빛과 푸른빛, 붉은빛 등 자개처럼 영롱한 빛깔을 띠고 있어 신비로움을 더하는 가평 특유의 도자기다. 1500년 전 삼국시대부터 흑자 생산으로 유명했던 가평, 그러나 안타깝게도 조선시대 들어 그 맥이 끊겼는데.... 고향인 가평을 지키며 사라질 뻔 했던 흑유의 명맥을 잇고 있는 가평요의 김시영씨를 만나 삼라만상의 빛깔과 무늬가 깃들어 있다는 흑유의 비밀에 대해 들어본다.
2. 가을의 끝에서 겨울을 만나다 - 명지산 단풍과 참숯 가마
산으로 들어갔다가 산으로 나온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산이 많은 가평. 해발 1,267m로 경기도에서 두 번째로 높은 산인 명지산은 청정 계곡과 아름다운 숲이 장관을 이루는 곳이다. 특히 온 산이 붉게 물드는 가을 단풍은 명지산의 백미로 꼽힌다. 저마다의 사연을 품은 채 오랜 세월을 지켜온 숲에는 무심코 지나칠 때에는 결코 알지 못했던 숨은 이야기들이 가득한데... 낙엽과 단풍이 어우러진 풍경 속에서 늦가을 정취를 만끽하며 가평의 숲 전문가인 심재천씨가 풀어내는 숲 이야기를 듣는 재미도 맛볼 수 있다.
숲이 울창하고 참숯의 원료인 참나무가 많아 예로부터 숯가마가 많았던 명지산에는 지금도 재래식으로 숯을 구워내는 숯가마가 남아있다. 다양한 과정을 거치고 많은 공을 들여 꼬박 일주일을 태워야 비로소 마주할 수 있는 참숯. 조상들의 지혜가 깃든 가평 숯가마의 전통을 잇고 있는 조병수씨의 숯 공장에는 겨울을 준비하는 온기가 가득하다.
3. 추억과 삶이 흐른다 - 청평호와 대성리 M.T.촌
1944년 청평댐이 건설되면서 북한강변의 풍경과 가평 사람들의 삶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사금 캐는 사람들과 강원도에서 벌목한 나무를 싣고 북한강을 따라 내려온 떼꾼들이 쉬어가던 강변 마을, 금대리. 지금은 물에 잠겨 그 흔적조차 찾을 수 없지만 올해 85세 장숙환 할아버지는 지금도 어린 시절 강변의 풍경을 또렷이 기억하고 계신다. 옛 모습은 사라졌지만 여전히 강물에 기대어 삶을 이어가는 사람들도 있다. 2대째 청평호에서 고기잡이를 하고 있는 장동부씨 부부. 저녁에 나가 다음날 새벽까지 밤새 이뤄지는 고기잡이, 차가운 강바람을 맞으며 작은 등불 하나에 의존해야 하는 일이지만 물고기가 그득한 그물을 보면 피로도 잊는다는데... 청평호 주변은 1970-1980년대에 20대를 보낸 이들에게도 추억의 공간으로 남아 있다. 1890년대 중반까지 대학 엠티(M.T.)의 메카로 불렸던 대성리. 낡은 기차 대신 복선 전철이 들어서고 통기타의 낭만은 사라졌지만 대성리엔 아직도 젊은이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젊은 날의 추억과 향수가 묻어있는 대성리에서 오늘의 청춘을 만나본다.
4. 망국을 통탄하다 - 운악산 삼충단과 현등사
그리 높지는 않지만 경기 5악산 중에서도 산세가 수려하기로 유명해 ‘경기 소금강’으로 불려온 운악산에는 우리 역사의 아픈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다. 구한말 죽음으로 일제에 항거했던 조병세와 최익현, 민영환의 비석이 세워져 있는 삼충단. 특히 가평이 고향인 민영환은 운악산 계곡에 자주 들러 기울어가는 조국의 국운을 통탄했다고 하는데... 무우폭포의 바위에는 그가 자결한 이듬해 그를 추모하는 이들이 새긴 이름 석 자가 또렷이 남아 있다. 1600년의 역사를 간직한 천년 고찰 현등사 역시 한국전쟁으로 극락전을 제외한 모든 건물이 소실되는 아픈 역사를 간직한 곳이다. 눈썹바위, 코끼리바위, 병풍바위 등의 기암괴석과 아름다운 능선이 한데 어우러진 운악산의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암울했던 근대사의 자취를 되새겨본다.
5. 깊은 산 깊은 골에 일상의 무게를 내려놓다 - 아홉 마지기 마을과 무공해캠프
끝없이 펼쳐진 능선을 따라 더없이 아름다운 풍경을 품고 있는 가평이지만 손바닥만 한 땅 찾기도 힘든 척박한 산 속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삶은 녹록치 않았다. 넓은 산에 평지가 겨우 아홉 마지기 있어 대대로 그곳에 조와 수수를 심고 살아 왔다는 아홉 마지기 마을. 지금이야 쌀보다 비싸고 귀한 곡식이 됐지만 그 옛날 가난과 배고픔의 상징이었던 수수로 만든 음식들은 추억의 맛을 전해준다. 아홉 마지기 마을 산 너머에 있는 경반분교는 험한 산길을 넘고 4-5차례 계곡물을 건너야 도착할 수 있는 그야말로 산골 오지다. 전기도, 수도도 들어오지 않고 휴대전화조차 불통인 경반분교.. 인근의 연인산과 칼봉산 일대는 훼손되지 않은 자연을 온 몸으로 느낄 수 있어 MTB 코스로도 각광받고 있는데... 30년 째 폐교된 분교에서 살아가고 있는 캠핑장지기 박해붕씨와 새로운 ‘힐링’의 공간을 찾아 오지를 찾아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한국재발견 #가평 #MT
- Category
- 다큐멘터리 - Documentary
- Tags
- KBS, 다큐멘터리, doc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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