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재 정선과 추사 김정희, 천재시인 이상, 그리고 문학청년들의 시인부락까지. 오랫동안 수많은 예술가들이 머물고 떠나며 문화촌의 명맥을 이어온 서촌 통의동 일대. 그 통의동 길, 경복궁 영추문과 마주한 거리에 흑갈색 2층의 보안여관이 있습니다. 영업이 종료된 2004년까지 70년 넘게, 오가는 나그네들의 보금자리였죠. 새하얀 간판에 파란 고딕체의 ‘보안여관’ 이름은 그대로지만 이제 여관은 뜨내기손님대신 이른바 문화투숙객을 받는 복합문화공간으로 바뀌었습니다. 좁은 복도와 다닥다닥 붙은 쪽방들, 삐걱거리는 나무계단. 지금은 쇠락했지만 80년 전 이곳 어디에선가 학생 서정주는 문학의 꿈을 다졌겠죠. 그간 이곳에서 열린 전시만도 90여 회. 시인들의 흔적을 이어 이제 여관은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수 십년 세월이 빚어낸 그대로의 작품. 옛 보안여관에선 그렇게 켜켜이 쌓인 옛 이야기가 오늘을 만나, 독특한 아름다움을 빚어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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