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북촌 길을 지나 원서동으로 걷다보면 조그만 미용실 하나가 나온다. 거기에 조순옥(54세) 씨와 딸 길미희(27세, 지적장애 1급) 씨가 살고 있다. 지적장애 1급의 미희 씨. 하지만 미희 씨는 병을 앓았던 것도, 사고를 당한 것도 아니었다. 시어머니 집에서 일하던 아주머니가 아직 배꼽도 떨어지지 않은 갓난아이였던 미희 씨를 목욕시키기 위해 배꼽을 떼고 물에 넣었는데, 파상풍균이 온몸으로 퍼지고 말아 그만 장애를 얻게 된 것이다. 순옥 씨가 이곳 원서동에 미용실을 연지도 벌써 16년 째. 이제 순옥 씨네 미용실은 오후만 되면 동네 아주머니들이 모여드는 방앗간과 같은 공간이 되었다. 하루 동안 있었던 이야기들, 고민들을 질세라 서로 털어놓는 아주머니들. 그 사이 미희 씨는 바삐 어디론가 사라지는데…. 잠시 후 흐뭇한 표정으로 나타난 미희 씨의 손에 들린 것은 바로 커피가 담긴 종이컵들. 커피 타는 것만큼은 미희가 원서동 최고라며 손가락을 치켜세우는 아주머니들에게 미희 씨는 보란 듯이 커피를 돌리고. 그런데 한 아주머니의 표정이 왠지 좋지 않다! 알고 보니, 미희 씨가 그만 찬물에 커피를 타는 실수를 하고만 것인데. 손이 바쁜 미용실에서 엄마를 도와 미희 씨가 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커피를 타오는 일 뿐. 과연 미희 씨는 유일한 제 몫의 임무인 커피 타기를 성공할 수 있을까? 매일 아침, 미희 씨 모녀는 전쟁처럼 하루를 시작한다. 아직 세수하고 머리 감는 것부터 옷 입는 것까지 엄마의 잔소리가 필요한 미희 씨. 얼굴은 물로 여러 번 헹구어 비누를 깨끗이 씻어내야 하고 양치질 한 후 치약과 칫솔을 반드시 제 자리에 놓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순옥 씨는 벌써 20년도 넘게 아침마다 해 오고 있다. 외투의 지퍼를 올리는 것만도 5분이 넘게 걸린다. 외투의 양쪽 끝을 잘 맞추지 못해 몇 번이나 다시 해야 하기 때문. 대신 해줄 수도 있을 법한데 엄마는 끝까지 미희 씨가 하도록 내버려 두고만 있는데…. 그날 새벽, 미희의 손을 끌고 엄마는 인근의 절을 찾았다. 미희 씨가 어이없는 사고로 장애를 갖게 된 지도 벌써 20여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아직도 미희 씨를 그렇게 만든 아주머니를 생각하며 수천 번, 수백 번 원망과 용서를 반복한다는 순옥 씨. 하염없이 기도만 하고 있는 엄마의 마음을 안 것인지, 미희 씨도 갑자기 눈물을 펑펑 쏟기 시작하는데…. 미용실이 쉬는 일요일. 심심하다며 엄마를 조르는 미희 씨를 데리고 순옥 씨가 간만에 마트 나들이를 나섰다. 에스컬레이터 타는 것을 좋아해 마트에만 가면 들뜨고 신이 나는 미희 씨. 엄마, 아빠가 장을 보는 틈을 타 무작정 에스컬레이터에 올라간 미희 씨 앞에 별천지가 펼쳐졌다. 늘 원서동 미용실만을 지키던 미희 씨에게 미용실 밖 세상은 언제나 신기한 것투성이. 그 중에서도 미희 씨의 발걸음이 멈춘 곳은 다름 아닌 어린 아이들을 위한 놀이터. 올해 스물여덟, 시집을 갔을 법도 한 나이지만 아직 정신 연령은 네댓 살 아이에 머물러 있는 미희 씨다. “미희네 집 주소는 뭐야?” “미희 집 전화번호는 뭐지?” 제 집 주소와 전화번호를 외우는 데만 20년이 넘게 걸렸다는 미희 씨. 그런 딸을 바라보는 엄마의 마음에는 언제나 걱정과 불안이 가득하다. 훗날 자신들이 없더라도 미희 씨가 혼자서 밥을 차려먹고 살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에 더 많은 잔소리를 하고, 더 치열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는 순옥 씨. 미희 씨의 지적장애가 말끔히 없어져 언젠가 미용사가 되는 것은 어쩌면 불투명한 일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제 딸처럼 미희 씨를 아껴주는 동네 이웃들, 미희 씨가 잘 살아가기를 응원해주는 미용실 손님들이 있기에 미희 씨 모녀는 오늘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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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모녀 #미용실 #감동 #부모 #사랑 #인내 #희망 #정성 #사랑의힘 #알고e즘
????방송정보
????프로그램명: 희망풍경 - 미희네 미용실
????방송일자: 2009년 1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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